영화사에서 가장 존경받는 시네아스트(영화 작가를 이르는 말) 중 하나가 장 뤽 고다르다. 영화 그 자체를 사랑했던 고다르는 필생의 작업인 <영화사>를 통하여 영화와 인간, 저 자신의 관계를 정리하려 든다. 이 가운데 수많은 작품들이 지나치지만 고다르는 그 출처를 밝히는 데 특별한 관심을 두지는 않는 모양이다. 수많은 대담을 통해서 고다르는 말한다. 언제나 출처보다는 목적지가 중요하다고 말이다.
출처보다는 목적지가 중요하다. 그것이 무슨 뜻인지를 그와 같은 순간을 대면하지 않은 이는 결코 이해할 수가 없다. 출처보다는 목적지가 중요하다는 믿음이야말로, 고다르와 그를 따르는 이들, 말하자면 지난 시대와 이 시대의 영화광들을 묶어주는 생각이고 이념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킴스 비디오>는 가장 충실한 고다르의 후예들에 대한 이야기다.
88분짜리 다큐멘터리는 가장 오래된 이야기의 형식을 띄고 있다. 고다르의 후예들이 용의 소굴로 들어가서 저의 공주를 구해오는 이야기인 것이다. 카메라 뒤에 선 사람이야말로 용사이고 고다르의 후예가 될 것인데, 그의 이름은 데이빗 레드몬이다. 뉴욕의 영화감독이자 영화제작자로, 2004년 72분짜리 다큐 <메이드 인 차이나>를 시작으로 주로 다큐멘터리 작업을 이어왔다.
그가 오랜 동료 애슐리 사빈과 함께 찍은 작품이 <킴스 비디오>로, 그들과 아마도 뉴욕의 모든 영화애호가가 사랑했을 공주를 구해오는 이야기를 한 편의 다큐에 담았다. 그 공주는 영화 그 자체이며, 5만5000여 개의 DVD와 VHS의 형식으로 이탈리아 시칠리아섬의 작은 도시 살레미에 갇혀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