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해방의 역사는 아무리 좋게 평가한다고 하여도 현재진행형이다. 즉 여전히 해방하는, 혹은 해방되는 중이다. 본격적인 해방의 역사가 100년 남짓하다고 보아 과장은 아니다. 버지니아 울프가 <자기만의 방>에서 여성해방의 가장 기초적인 물적 조건으로 공간과 경제력을 제시한 적이 있는데, 관점에 따라선 피임과 낙태의 권리가 더 본질적인 물적 조건일 수 있다. 낙태권보다는 당연히 피임권이 우선이다.
두 가지 권리 없이 여성해방을 논하는 건 공염불이다. '원하지 않는' 임신과 출산은, 거룩한 모성의 이름으로 포장된 여성의 무덤이었다. 젖먹이 동물로서 인간의 양성 중에서 여성만이 번식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을 책임지며 생긴 구조적인 문제이기도 했다. 만일 여성이 자신의 몸을 통한 번식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이 상상의 뿌리는 깊다. <데카메론>에도 남성이 임신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인류가 등장한 이래 비로소 상상을 현실로 구현할 수 있는 시기가 이제 막 도래하고 있다. 흔히 영화 같은 대중예술에서 그 선취가 목격된다.
포유류의 숙원
SF 코미디 <팟 제너레이션>은 인류의 이러한 오랜 고민에 영화적 답변을 모색한 작품이다. <왕좌의 게임>으로 널리 알려진 에밀리아 클라크와 <노예 12년>의 추이텔 에지오포가 주연을 맡아 체외임신으로 출산하는 부부를 연기한다.
너무 멀게 느껴지지는 않는 미래에 인공 자궁인 '팟'을 통해 임신하고 아이를 낳는 부부의 첨단 '부모 되기' 여정을 그렸다. 영화가 코미디이긴 하지만 포유류 궁극의 문제를 다루는 만큼 진지하다.
더불어 요즘 영화치고는 매우 잔잔한 편이다. 진지하고 잔잔하게 이야기를 풀면서 곳곳에 웃음을 가미하여 철학적 주제를 다룬 <팟 제너레이션> 같은 영화가 좋은 평가를 받으려면 섬세한 연출이 필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