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정화는 <호로비츠를 위하여>에서 천재적인 감각을 가진 신동을 키우는 피아노 학원 원장을 연기했다.
(주)쇼박스
2000년대 중반 한국영화는 관객들에게 소소한 웃음을 주다가 잔잔한 감동으로 이야기가 마무리되는 휴먼 코미디 또는 휴먼 드라마 장르가 강세를 보였다. 2004년 수애의 영화 데뷔작이었던 <가족>과 2005년 조승우라는 걸출한 배우를 세상에 알린 <말아톤>, 그리고 한국전쟁이라는 비극에서 국군과 미군, 인민군이 한편이 되는 이야기로 전국 800만 관객을 돌파했던 <웰컴 투 동막골> 등이 대표적이다(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호로비츠 같은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었던 지수는 재능과 노력, 집안의 지원이 조금씩 부족해 꿈을 이루지 못하고 피아노 학원 원장으로 생활한다. 그러던 중 세상 모든 소리를 피아노로 표현하는 천재소년 경민(신의재 분)을 만나 호로비츠 같은 피아니스트로 키우기로 마음먹는다. 하지만 경민(신의재 분)은 사고로 부모님을 잃고 마음을 닫은 동네의 천덕꾸러기로 지수에게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는다.
사실 세속적인 피아노 학원 원장이 천재소년을 키우면서 인간적인 교감을 나누다가 제자의 성장을 위해 눈물을 머금고 외국으로 보낸다는 설정은 딱히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호로비츠를 위하여>는 엄정화, 박용우의 안정된 연기와 웃음, 감동코드가 적절히 섞인 무난한 연출, 그리고 영화 내내 흐르는 아름다운 피아노 연주가 조화를 이루며 N 포털사이트 네티즌 평점 9.12점을 받았을 정도로 '관객 만족도'가 뛰어난 영화였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배우보다는 가수로 더 유명했던 엄정화는 2001년 7집 활동을 끝으로 배우활동에 더 집중했다. 엄정화는 <결혼은, 미친 짓이다>를 시작으로 <싱글즈>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오로라공주>에 잇따라 출연하며 '믿고 보는 배우'로 자리잡았다. 엄정화는 <호로비츠를 위하여>에서도 실감나는 '생활연기'를 통해 '원톱배우'에 어울리는 존재감을 보여줬다.
권형진 감독은 엄정화의 데뷔작 <바람 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의 조감독 출신이다. 권형진 감독은 13년 후 다시 엄정화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호로비츠를 위하여>를 통해 장편영화 감독으로 데뷔해 대종상영화제 신인감독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2008년 유해진, 진구 주연의 <트럭>이 54만, 2010년 송윤아, 김향기 주연의 <웨딩드레스>가 14만, 2015년 마동석 주연의 <함정>이 25만 관객에 그치면서 흥행과는 좀처럼 인연을 맺지 못했다.
전문 아역배우 대신 '피아노 신동' 캐스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