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자이자 정신분석학자 고 조셉 머피는 생전 "좋은 일을 생각하면 좋은 일이 따르고, 나쁜 일을 생각하면 나쁜 일이 따른다"는 어록을 남겼다. 이는 그만큼 긍정적인 생각과 마음가짐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로 사람들은 교육이나 매체를 통해 '긍정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 끊임없이 배운다. 실제로 그 사람의 나이와 성별, 성격, 직업, 환경 등에 상관없이 긍정적인 생각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긍정적인 마음이 언제나 좋은 결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긍정적인 마음으로 즐겁게 일을 하려고 해도 기대했던 결과를 얻지 못하는 경우도 얼마든지 있다는 뜻이다. 그런 경험들이 몇 차례 반복되다 보면 그 사람의 머리 속은 부정적인 생각들로 채워지고 모든 일에 나쁜 결과를 먼저 떠올리는 부정적인 사람이 될 수 있다. 부정적인 마음이 나쁘다는 사실은 모두 알지만 이를 떨쳐내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사실 스스로의 힘으로 매사에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이 되면 좋겠지만 만약 자꾸 부정적인 생각이 떠오른다면 일부러 긍정적인 생각과 행동을 끄집어내고 표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만약 그것을 실천하는 방법이 어떤 것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지난 2008년에 개봉했던 이 영화가 좋은 길잡이가 돼줄 것이다. 짐 캐리가 주연을 맡은 페이턴 리드 감독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 <예스맨>이다.
 
 <예스맨>은 제작비의 3배가 넘는 흥행성적을 기록하며 '코미디 황제' 짐 캐리의 건재를 알렸다.

<예스맨>은 제작비의 3배가 넘는 흥행성적을 기록하며 '코미디 황제' 짐 캐리의 건재를 알렸다.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흥행타율' 높은 대중 친화적인 감독

1964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태어난 리드 감독은 지난 1989년 영화 <올모스트 비트>를 연출하며 데뷔했다. 데뷔 초기 주로 드라마와 뮤직비디오를 연출하며 경험을 쌓던 리드 감독은 90년대 영화 <쉐기 독>과 <더 컴퓨터 워 테니스 슈즈>에 출연하며 배우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런 리드 감독이 할리우드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한 작품은 '1대 MJ' 커스틴 던스트를 일약 하이틴 스타로 만들어준 영화 <브링 잇 온>이었다.

치어리딩 전국대회에 도전하는 10대들의 이야기를 다룬 청춘영화 <브링 잇 온>은 1100만 달러의 제작비로 만들어 9000만 달러가 넘는 흥행성적을 올리며 크게 성공했다(박스오피스 모조 기준). 리드 감독은 2003년 <브리짓 존스의 일기>의 르네 젤위거와 <스타워즈>의 이완 맥그리거를 캐스팅해 로맨틱 코미디 <다운 위드 러브>를 선보였지만 <다운 위드 러브>는 3900만 달러 흥행으로 <브링 잇 온>의 상승세를 잇지 못했다.

하지만 리드 감독은 2007년 '로맨틱 코미디의 여왕' 제니퍼 애니스톤이 출연한 <브레이크 업: 이별후애>를 통해 2억500만 달러의 흥행을 이끌며 부활에 성공했다. 그리고 3~4년 주기로 신작을 선보였던 리드 감독은 2008년 곧바로 또 하나의 신작을 연출했다. '코미디 황제' 짐 캐리 주연의 <예스맨>이었다. 리드 감독은 7000만 달러의 제작비로 만들어진 <예스맨>을 통해 2억2300만 달러의 흥행성적을 올리며 자신의 흥행기록을 또 한 번 경신했다.

<예스맨> 이후 7년의 공백을 가진 리드 감독은 지난 2015년 <앤트맨>을 연출하며 마블시네마틱 유니버스에 합류했다. 당초 <앤트맨>의 연출은 <새벽의 황당한 저주>를 만든 에드거 라이트 감독이 맡을 예정이었지만 각본 수정문제로 마블과 갈등을 빚다 하차했다. 흔히 감독이 중간에 교체되면 영화의 완성도가 떨어지기 마련이지만 리드 감독의 <앤트맨>은 5억1900만 달러의 흥행성적을 기록하며 마블의 '흥행불패' 공식을 잘 이어갔다.

리드 감독은 2018년 <앤트맨과 와스프>를 연출해 6억2200만 달러의 흥행을 이끌었다. 무엇보다 마블의 세계관에서 중요한 이론이 된 양자역학과 멀티버스를 일반 관객들에게 어렵지 않게 설명하며 호평을 받았다. 리드 감독은 올해 2월에 개봉한 <앤트맨과 와스트: 퀸텀매니아>까지 연출했는데 <퀸텀매니아>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3>를 제외한 마블 영화들의 연이은 흥행 부진에도 4억7400만 달러의 흥행성적을 기록했다.

어떤 결정을 내릴지 모를 땐 "YES"라고 외치세요
 
 짐 캐리가 <예스맨>에서 한국어를 공부하고 써먹는 장면은 국내에서도 크게 화제가 됐다.

짐 캐리가 <예스맨>에서 한국어를 공부하고 써먹는 장면은 국내에서도 크게 화제가 됐다.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예스맨>은 영국의 작가 겸 칼럼리스트 대니 월리스의 자서전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월리스는 매사에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노맨'에 가까웠지만 버스에서 누군가에게 들은 '예스'의 힘을 믿어보기로 하고 삶을 바꿔 나가면서 인생에 큰 변화를 경험했다. 우연한 계기로 모든 일에 "예스"라고 대답하게 된 남자의 인생 변화와 새롭게 다가온 사랑을 유쾌하게 그린 로맨틱 코미디 영화 <예스맨>은 그렇게 관객들을 만났다.

은행 대출부에서 근무하는 칼(짐 캐리 분)은 전처와의 이혼 후유증으로 무기력하고 부정적인 삶을 사는 전형적인 '노맨'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한 기회에 옛 친구 닉(존 마이클 하킨스 분)이 추천한 '예스맨 새미나'에 참석하게 되고 그 곳에서 압도적인 분위기에 휩쓸려 "앞으로 벌어지는 모든 일에 '예스'라고 대답한다"라고 서약한다. 그리고 칼이 그 서약을 지켜 나가면서 무기력하던 그의 삶에 놀라운 변화들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짐 캐리가 주연을 맡은 대부분의 영화들이 그렇듯 <예스맨> 역시 짐 캐리의 능력에 크게 의존한 작품이다. 2007년 자신의 첫 스릴러 영화 <넘버23>을 끝낸 후 <예스맨>의 기획단계부터 참여한 짐 캐리는 <예스맨> 제작에 상당한 열의를 보였고 결국 제작비의 3배가 넘는 흥행성적을 견인했다. 실제로 짐 캐리는 <예스맨>에서 주인공 칼이 배우는 기타 연주와 오토바이 운전, 한국어 등을 직접 배우고 공부하는 열정을 보였다.

주인공 칼이 사는 LA의 여러 명소들도 영화 속에서 많이 소개됐다. 특히 영화에서 칼과 친구들이단골로 다니는 가게 '빅풋 로지'는 실제 LA에 존재하는 바인데 영업 중인 가게에서 촬영허가를 받지 못한 제작진은 실물크기의 세트를 제작해 촬영했다. 또한 할리우드 보울은 1만7500석 규모의 야외극장으로 실제 짐 캐리가 스탠딩 개그맨으로 활약하던 무명 시절 여자친구와 몰래 찾았던 경험을 영화 속에 녹여냈다.

<예스맨>은 국내에서도 140만 관객을 동원했는데 실제 영화에서는 한국이 꽤 중요한 나라로 등장한다. 주인공 칼이 한국어 학원 전단지를 보고 한국어 공부를 하는데 학원에서 배운 한국어를 통해 친구 약혼자의 신부파티를 준비하면서 점원이던 한국인과 친구가 된다.

칼에게 사랑의 감정을 가르치는 앨리슨
 
 <예스맨>에서 밴드보컬로 출연한 조이 데셔넬은 실제 가수활동도 겸하고 있다.

<예스맨>에서 밴드보컬로 출연한 조이 데셔넬은 실제 가수활동도 겸하고 있다.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예스맨 새미나'에서 서약을 한 후 노숙자를 태워주고 돈까지 주는 칼은 기름이 떨어진 차에 기름을 채우기 위해 주유소에 방문했다가 앨리슨을 만난다. 아침에는 조깅하면서 사진 찍는 동호회에서 활동하고 밤에는 밴드활동을 하는 자유로운 영혼 앨리슨은 기계적으로 '예스'만 외치던 칼에게 진정한 사랑의 감정을 가르쳐준다. 앨리슨을 연기한 조이 데셔넬은 2년 후 영화 < 500일의 썸머 >에서 또 한 번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예스맨>에는 짐 캐리와 데셔넬 외에도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들에겐 매우 익숙한 스타배우가 한 명 더 출연한다. 바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와 <어벤져스>에서 로켓 목소리를 연기했고 <아메리칸 스나이퍼>,<실버라이닝 플레이북> 등에서 좋은 연기를 선보였던 브래들리 쿠퍼가 그 주인공이다. 브래들리 쿠퍼는 <예스맨>에서 칼의 절친한 친구이자 칼이 테러리스트로 오해 받았을 때 변호를 자처한 피터 역을 맡았다.

매사에 무기력하던 칼이 모든 일에 "예스"를 외치게 된 이유는 우연히 방문한 '예스맨 새미나'에서 사이비 교주의 냄새가 풍기는 테린스의 카리스마 넘치는 강요에 못 이겨 '예스 서약'을 했기 때문이다. 테린스는 '예스 서약'은 자신이 지어냈음을 밝힌 후 서약 자체보다 긍정적인 마음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테린스를 연기한 테렌스 스탬프는 1965년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고 원조 <슈퍼맨> 시리즈에서 조드 장군을 연기했던 노장 배우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영화 예스맨 페이턴 리드 감독 짐 캐리 조이 데셔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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