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무엇보다 좋은 아버지가 되고 싶었어…"
영화 <더 썬(The Son)>을 대표하는 문구이다. 배급사가 앞세운 카피이고, 아마 영화평이나 기사도 좋은 아버지 되기의 어려움에 초점을 맞추었기에 십상이다. 표면상으로는 틀린 얘기가 아니다. 그러나 만일 영화에서 그 얘기를 넘어선 무엇인가를 말하지 않았다면 연출과 각본을 맡은 플로리안 젤러 감독을 두고 기대주라는 말을 할 수는 없었으리라. 신파에 그치지는 않았다는 뜻이다.
좋은 아버지라는 신파
줄거리가 평범하다. 성공한 변호사인 피터(휴 잭맨)는 이혼하고 두 번째 가족을 만들었다. 아름다운 아내 베스, 둘 사이에서 갓 태어난 테오(Theo)와 행복한 가정을 꾸려간다. 영화는 재혼한 피터의 행복을 잠깐 보여주고 질질 끌지 않고 곧바로 갈등으로 접어든다. 전처 케이트(로라 던)가 찾아와 둘 사이에 태어난 피터의 큰아들 니콜라스(Nicholas)가 학교에 나가지 않는다는 소식을 전한다. 부자의 대화 이후 아버지와 살고 싶다는 니콜라스의 요청이 받아들여져 니콜라스는 어머니 케이트의 집을 떠나 피터의 집으로 옮겨간다.
피터는, 어머니가 다른 두 아들과 함께 살며 두 번째 아내와 협력하여 '좋은 아버지'의 삶을 의욕적으로 밀고 간다. 성공에 전념하느라 가정을 소홀히 한 자신의 아버지(안소니 홉킨스)와 다른 아버지가 되겠다는 피터의 포부는 그러나 좌초한다. 니콜라스가 자살을 시도하면서이다. 심각한 우울증을 앓는 니콜라스의 영혼은 얇디얇은 유리로 된 그릇이어서 '좋은 아버지'가 되어 아들을 구원하겠다는 피터의 계획은 애초에 실현 불가능한 것으로 판명난다. 나중에 할 이야기이지만 결과적으로 반대로 어쩌면 아버지인 피터가 아들로부터 기이한 방식으로 구원받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