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27회째를 맞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한국에서 드물게 뿌리를 내린 영화축제다. 적잖은 영화제가 저만의 색깔을 내지 못하고 지자체 지원으로 연명해온 현실 속에서 분명한 스타일과 품격을 가진 점이 높게 평가된다. 강릉과 평창, 인디다큐페스티발 등 여러 영화제가 속속 폐지되거나 중단되어온 근래의 흐름 가운데 이 영화제의 건재함은 지켜보는 영화 팬들의 마음을 든든하게 한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가장 큰 특징은 독특함이다. 색깔 있는 저예산 독립영화를 우대해온 정책이 꼭 그러한 작품들의 모집으로 이어져 독특하고 선명한 영화가 매년 모여든다는 평가다. 올해도 그런 작품이 적지 않아 개막 이후 이어지는 영화팬들의 발길을 붙들고 있다.
흔히 단편영화는 전문적인 영화 연출자를 검증해내는 등용문이라 불린다. 10분에서 30분 가량의 러닝타임을 가진 단편영화는 장편에 비해 제작비가 크게 적기에 젊고 열정 있는 연출자들이 쉽게 도전할 수 있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짧은 단편 가운데서 제가 지닌 연출적 재능을 검증받은 작가는 더 좋은 연출기회를 보장받게 되기도 한다.
현 시점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연출자로 꼽히는 데미언 셔젤 역시 단편 <위플래시>가 선댄스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으며 장편을 제작했고, <라라랜드>와 <바빌론>으로 이어지는 시대적 역작을 발표하기에 이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