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힘 모하마드(Fahim Mohammad)란 사람이 있다. 프랑스의 체스선수로, 2012년 12세 이하 전국 체스 챔피언에 오르며 명성을 얻었다. 그는 체스뿐 아니라 다른 일로도 유명세를 얻었는데, 직접 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영화로 만들어져 전 세계로 퍼져나간 것이다. 다름 아닌 파힘, 저 자신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었다.
문득 이 영화가 떠오른 건 뉴스 한 토막을 본 뒤였다. 한국에서 태어나 자란 13살 소년, 하지만 외국인 이민자의 자식이란 꼬리표를 떼지 못한 김웬디군의 사연이었다. 중학교 씨름선수로 활약하는 웬디는 2년 동안 7개 대회에 출전해 네 차례나 우승을 차지하며 재능을 인정받았다. 이를 바탕으로, 학생선수들이 꿈꾸는 최고의 대회인 전국소년체전에 나가려 했으나 출전이 불가하다는 통보를 받아든 것이다.
내막은 이러하다. 전국소년체전엔 대한민국 사람만 출전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 웬디는 한국에서 태어나 열세 살이 되었지만 한국인이 아니다. 부모가 콩고 이민자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아이를 낳았지만 출생신고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때문에 웬디는 성인이 될 때까지 무국적자 신분으로 살아야 한다. 결국 소년체전에도 참가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