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사랑이 어떤 것인지 잘 보여주고 있는 tvN 드라마 <눈물의 여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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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멋져 보인다니요?!
재벌가 딸인 해인과 평사원 출신의 변호사 현우는 3년 차 부부다. 둘은 사이좋은 척 지내지만, 서로 소원해진 지 이미 오래다. 특히 현우는 가부장제 하의 며느리처럼 살아야 하는 처가에서의 생활이 너무나 숨 막혀 죽을 지경이다. 물론, 해인에게 정이 떨어진지도 오래. 살길은 이혼 뿐이지만, '무서운' 처가 식구들 때문에 이혼 이야기를 꺼내지도 못한다. 그러던 중 해인이 3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은 사실을 알게 된 현우는 '살길'이 생겼음에 환호하고, 재산을 물려받기 위해 해인에게 잘 해주기로 마음 먹는다. 그리곤 해인을 세심하게 챙기기 시작한다.
한편, 해인은 갑자기 살뜰해진 현우가 의아하면서도 이런 현우를 보고 '멋있다' 느낀다. 그리고 비서에게 "결혼 3년 차 넘은 여자 중에 자기 남편보고 심장이 뛰고 그런 여자가 있을까?"라고 묻는다(3회). 이에 비서는 이렇게 답한다.
"남편이요? 어디 아픈 여자 아닐까요?."
이 대사에 나는 사이다 같은 시원함을 느꼈다. 하지만 곧 얼마나 많은 부부들이 서로를 힘들어하며 살고 있길래 이런 대사가 시원하게 들리는 건지 마음 한 켠이 씁쓸해져 왔다.
심리학적으로 본다면 이 말은 어느 정도 진실을 담고 있다. 심리학에서는 사랑의 과정을 3단계로 나눈다. 첫 단계는 서로에게 끌리는 '사랑에 빠지는 단계'다. 그 후에 두 사람의 심리적 역동이 펼쳐지는 '사랑을 하는 단계'가 오고 이 단계를 지나면 안정감을 느끼는 '사랑에 머무는 단계'에 이른다. 이 중 상대의 모든 것이 마음에 들고 성적으로 끌리는 로맨틱한 시간은 '사랑에 빠지는 단계' 뿐이다. 그런데 이 시기는 길어야 18개월이다. 이 시기가 지나고 나면 사랑에 빠졌을 땐 좋았던 것들이 하나 둘 '다름'으로 느껴지고 이로 인해 갈등하며 자신과 상대방을 새롭게 알아가는 '사랑을 하는 단계'가 도래한다.
이 두 번째 단계에서는 서로 다른 점을 그냥 보아 넘기기가 힘들기도 하고, 때로는 나의 그림자(내가 억압하고 있는 나의 모습)를 상대방에게 투사하거나 내 욕구를 상대방에게 대신 채워달라고 요구하다 지치기도 한다. 이 시기는 '사랑에 빠지는 단계'보다 훨씬 길고 이런 갈등을 지나 '사랑에 머무는 단계'에 이르렀다가도 불쑥 다시 찾아오기도 한다. 결혼을 한 커플들은 '사랑을 하는 단계'에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결혼하면 상대가 더 이상 멋있어 보이지 않는다. 때로는 안정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서로의 차이에 환멸을 느끼기도 한다.
부부의 사랑은 함께 견디는 것
그렇다면 부부가 사랑한다는 것은 도대체 어떤 걸 의미하는 걸까. 이에 대해 해인은 3회 은성(박성훈)과의 대화 도중 이렇게 답을 내어 놓는다.
"내가 생각하는 사랑은 행복한 걸 함께 하면서 달콤한 말을 해주는 게 아니라 싫어서 죽을 거 같은 걸 함께 견뎌주는 거야. 어디에 도망가지 않고 옆에 있는 거."
나는 이 대사에 무릎을 탁 쳤다. 해인의 말대로 서로를 둘러싼 환경과 내면의 다른 점들을 인내하고, 때로는 상대가 보여주는 나의 그림자들을 직시하는 고통을 견뎌내면서 그렇게 곁에 있어 주는 것. 그게 바로 부부의 사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경우 커플은 내가 갖고 있지 못한 상대의 다른 점에 끌린다. 하지만 결혼 후 부딪히는 현실적인 문제들은 서로의 다름을 더 크게 확인시키고 이 다른 점들 때문에 멀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많은 부부들은 이를 함께 인내하며 서로를 받아 들여간다.
드라마 속 해인과 현우도 그랬다. 배려심 많고 꼼꼼한 현우는 자신과는 달리 자기중심적인 해인에게, 해인은 자신과는 반대로 배려심 많은 현우의 모습에 끌렸을 것이다. 하지만, 현우가 발현시키지 못한 자기중심적인 면은 한편으론 현우가 싫어하는 자신의 모습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사랑에 빠지는 단계가 끝나자 현우는 해인의 이런 모습을 참아내기 힘들었을 것이다.
너무 다른 가족 환경도 거리감을 보태주었을 테다. 이렇게 현우의 마음이 멀어지자 해인 역시 현우와 소원해질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 부부는 –비록, 현우가 한 때 이혼을 꿈꾸긴 했지만- 어떻게든 함께 하며 주변 환경들까지 같이 견뎌낸다. 데면데면하면서도 위기에 처했을 때 해인은 현우를 가장 먼저 찾고, 현우는 약한 모습을 보이며 기대는 해인을 진심으로 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