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는 조작된 의료사고로 모든 것을 잃어버린다.
JTBC
부모가 무조건적으로 자녀를 사랑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삶의 자양분이 된다. 하지만 부모도 한 인간으로서 가진 심리적 역동과 결핍들 때문에 완전하게 그 사랑을 전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부모에게 사랑받지 못한 어린 시절'을 원망하고, 그 결핍을 성인이 된 후에라도 채워 넣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때로는 성인이 되어 만나는 다른 친밀한 이들에게 이런 사랑을 채워달라고 요구하기도 하고, 특정 물질이나 관계 혹은 성취에 중독되는 방식으로 채우려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정우는 결핍된 부모의 사랑을 채우려 들지 않는다. 하늘이 부모에 대해 물었을 때 정우는 이렇게 답한다.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이 아무리 노력해도 도저히 가질 수 없는 것이 있잖아. 나는 그게 부모의 사랑이라고 생각했어. 대신 그거 빼고 다른 것들을 많이 가졌으니 그 가진 거에 감사하고 집중하도록 노력했지. 그랬더니 좀 나아진 것 같기도 하고 그랬어." (11회)
이는 정우가 부모의 사랑이 결핍된 자신의 삶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있음을 잘 보여주는 부분이었다. 갖지 못한 부모의 사랑을 갖기 위해 애쓰거나 한탄하기보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결핍 중 하나로 의연하게 받아들였기 때문에 정우는 밝고 진정성 있는 삶을 살아올 수 있었을 것이다.
의료 사고 후 경민을 잃는 또 한 번의 커다란 상실의 아픔에 대해서도 정우는 피하려 하지 않고 복잡한 내면을 수용해낸다.
"한 사람의 인생을 그렇게 벼랑 끝으로 밀고 간 부모님을 원망해야 하는지 그렇다고 해서는 안 될 짓을 한 그 사람을 미워해야 하는 건지 갈피를 못 잡겠더라고. (...) 미우면 미운대로 이해가 되면 되는대로 그렇게 시간을 보내보기로 했어." (14회)
이렇게 자신의 슬픔을 무마하기 위해 경민을 나쁜 사람을 몰지도, 그렇다고 무조건 용서하지도 않는다. 그저 양가적인 마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뿐이다. 그리고 그 슬픔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이런 수용적이고 열린 태도 덕분에 정우는 그런 부모와 지내면서도 자신의 삶을 살아낼 수 있었을 것이다. 또한, 사랑의 결핍을 굳이 하늘로부터 채우려 들지 않았기에 하늘과의 관계 역시 잘 가꾸어 갈 수 있었을 것이다.
결핍을 메우려고 한 경민
반면 경민은 달랐다. 넉넉하지 못한 환경에서 자란 경민은 의대 시절 정우 집에서 숙박하며 정우의 입시를 돕는다. 정우의 부모는 늘 그렇듯 경민을 '물건'처럼 대하고, 경민은 자신과 비슷한 취급을 받으며 자란 정우에게 안쓰러운 마음을 갖는다.
하지만, 정우 부모님의 냉랭한 태도, 특히 자신의 아버지가 위태로울 때조차 성적만 챙기는 정우 어머니의 태도에 경민은 큰 상처를 받는다. 그리고 그 상처는 정우와 비교하는 마음을 키우고 경민은 정우에게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널 보면 내가 부족한 사람임이 느껴져 신경 쓰여." (13회)
경민이 이 마음을 알아차린 후, 자신이 갖지 못한 것들을 인정하고 다른 가진 것들을 볼 수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경민은 정우와는 다른 선택을 한다. 결핍을 인정하기보다 어떻게든 채우고자 애를 쓴다.
타인을 이용하고, 옳지 못한 수단을 사용해서라도 부와 명예를 얻으려 하고, 때로는 정우를 해치고자 하는 욕망에 시달리기도 한다. 경민은 정우에 대한 마음에 갈등하기도 하지만, 결국 결핍을 메우고자 하는 욕망이 앞섰던 그는 여러 사람에게 상처를 남기고 자신도 비극적으로 삶을 마감하고 만다. 즉, 자신의 결핍을 채우기 위해 애쓰다 타인과 자기 자신 모두를 망쳐버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