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테베랜드> 오늘의 캐스트
안정인
무대에는 거대한 철창이 설치되어 있다. 철창 안에는 농구 골대와 벤치가 있고 그곳을 비추는 스크린이 무대 위쪽에 달려 있다. 아직 관객이 입장하고 있는 동안 누군가 철창 안에서 농구를 시작한다. 탕, 탕 공을 튀기고 텅 하는 소리를 내며 공이 농구 골대를 가른다. 때 이른 배우의 등장에 관객들의 시선이 무대로 집중된다. 하지만 그는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 시선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시선을 즐기는 것 같다. 몇 번의 시도 끝에 기어코 골이 들어가자 내 옆의 관객이 조심스레 박수를 쳤다. 이주승 배우의 팬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작가이자 교수인 S는 존속살인을 모티브로 연극을 구상하고 있다. 실제로 아버지를 죽이고 감옥에 있는 마르틴을 인터뷰하며 대본을 쓸 예정이다. 그 대본을 바탕으로 실제 마르틴이 무대 위에서 연기를 한다면 예술적으로 완벽한 작품이 탄생할 것이다. S의 마음은 바빠진다.
죄수를 연극 무대에 올리기 위해 몇 가지 조건이 따라붙는다. 관객과 분리시킬 수 있는 3M 이상의 철창을 무대 위에 설치하라는 것이다. 이 정도면 나쁘지 않다. S는 계획을 진행한다. 마르틴의 표정은 의심으로 가득 차 있지만 입으로는 '상관없어요'라고 계속 중얼거린다.
"아저씨가 여기 있는 건 그냥 아저씨 책 쓰려고 있는 거잖아요, 내 얘기 들으려고."
S의 마음과 달리 둘 사이의 거리는 좁혀지지 않는다. 게다가 철창만 설치하면 된다던 관리들은 마르틴의 연기를 불허하겠다고 통보한다.
할 수 없이 S는 마르틴의 역할을 할 배우 페데리코를 섭외한다. S는 마르틴과 이야기를 나눈 후 페데리코에게 이야기를 해주며 대본을 완성해 간다. 페데리코 역시 자신이 연기해야 하는 마르틴에게 관심이 많다. 페데리코는 마르틴에 대해 질문한다. 그거 좋은 생각이구나, S는 깨닫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이 대본 안에 녹아든다.
자, 이제 연극이 완성됐다. 그런데 이것은 마르틴의 이야기일까? 그것과는 다른 어떤 것일까? 이 작품이 실화를 옮긴 것이 아니라 연극이라면, 연극이 시작되는 지점은 어디일까?
이 작품은 '친부살인'에 대한 이야기가 주요 모티브이다. '1+1=2이다'처럼 '아버지를 죽였다면 오이디푸스'라는 공식이 나온다. 이 연극의 제목도 그 지점에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