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단의, 지단에 의한, 지단을 위한 경기였다.

지단이 이끄는 프랑스 축구 대표팀은 2일 새벽 4시(한국 시각)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브라질과의 8강전에서 ‘아트사커의 지휘자’ 지단의 맹활약과 후반 12분 터진 앙리의 결승골로 1-0으로 승리했다.

조별리그에서 부진한 지단은 이날 전성기를 방불케 하는 드리블과 패스로 중원을 완벽히 지휘하며 ‘아트사커’의 자존심을 지켜냈다.

▲ 양 팀 선발 라인업
ⓒ 김정혁

▲ 화려한 드리블을 선보인 지단
ⓒ FIFAworldcup.com
지단, 호나우지뉴와의 대결서 완승

경기 시작 전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브라질의 절대 우세를 점쳤다. 우승해도 본전이라 불릴 정도로 막강한 선수들로 구성된 브라질은 도무지 흠 잡을 곳이 없는 팀처럼 보였다. 게다가 브라질 중원의 지휘자엔 FC 바르셀로나에서 전성기를 구가중인 호나우지뉴가 버티고 있었다.

경기가 시작되자 예상대로 브라질이 주도권을 잡기 시작했다. 전반 3분 상대 파울로 얻은 프리킥을 주니뉴가 슈팅으로 연결했고, 전반 11분엔 호나우지뉴의 프리킥을 호나우두가 헤딩슛을 시도했지만 골문 위를 훌쩍 넘어갔다.

프랑스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브라질에 호나우지뉴가 있다면, 프랑스에는 지네딘 지단이 있었다. 전반 3분 트래핑에 이은 화려한 드리블 솜씨를 뽐낸 지단은 전반 27분엔 프리킥을 직접 슈팅으로 연결했고, 39분엔 말루다의 머리를 겨냥한 칼날같은 프리킥을 선보였다.

지단 활약의 백미는 전반 종료 직전에 나왔다. 상대 오른쪽 진영에서 공을 가로챈 지단은 수비수 두 명을 드리블 돌파로 가볍게 제치며 2선에서 침투하는 비에라에게 완벽한 침투패스를 찔러 줬다. 브라질 중앙 수비수 주앙이 파울만 하지 않았더라면 골로 연결될 수 있는 완벽한 찬스였다.

▲ 호나우지뉴와 지단의 활동범위. 호나우지뉴는 전반 공격수일 때 오른쪽 측면 플레이 주로 시도, 후반 미드필더일 때 왼쪽 측면에서 플레이 펼침(좌) 지단은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지만 위치에 구애받지 않는 '프리롤'로서 좌우, 중앙을 넘나듬(우)
ⓒ 김정혁
또다시 지단의 악몽에 시달린 브라질

조별리그에서 후반 급격한 체력 저하로 팀 전체 밸런스에 악영향을 미친 지단은 이 날 경기에선 풀타임을 소화했는데도 후반 종료 직전까지 좋은 활약을 했다.

후반 7분엔 2선에서 드리블 돌파 후 상대 왼쪽 진영을 무너뜨리는 침투패스를 찔러 줬다. 이 패스는 중앙의 앙리에게 이어졌고, 앙리는 뒤꿈치 패스로 뒤에 돌아 들어오는 비에라를 겨냥했지만 골로 성공시키진 못했다.

기세가 오른 지단은 후반 10분엔 헤딩으로 호나우두를 제친 후 다시 오른발로 툭 치며 드리블 돌파를 하는 재치를 선보이기도 했다.

후반 12분, 지단의 발끝에서 드디어 첫 골이 만들어 졌다. 상대 오른쪽 진영에서 얻은 프리킥을 지단이 뒤쪽으로 크게 돌아 들어가는 앙리에게 완벽하게 감아차 줬고, 앙리는 논스톱 슈팅을 통해 지다가 지키는 골문을 시원스레 갈랐다.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프랑스의 1-0 리드. 다급해진 브라질은 아드리아누, 시시뉴, 호비뉴를 교체 투입하며 동점골을 만들기 위해 총공세로 나왔다.

하지만 지단이 지휘하는 중원을 좀처럼 장악하지 못해 브라질 특유의 부채살처럼 벌려 나가는 공격 작업이 원활히 이뤄지지 못했다.

지단은 선취골 이후에도 후반 12분과 27분 신기에 가까운 드리블 돌파실력을 선보였다. 특히 후반 27분, 상대 수비수를 앞에 놓고 360도로 회전하며 돌파하는 장면은 지단의 전성기 시절을 연상케 했다.

지단은 브라질의 파상공세에도 1선의 윌토르-고부-사아에게 침투 패스를 계속 시도했으며 후반 45분엔 사아에게 거의 완벽에 가까운 침투 패스를 찔러 넣어 줬다.

브라질은 프랑스의 중원 압박에 막혀 후반 35분이 되서야 첫 슈팅을 기록하는 등 공격에 문제점을 드러내며 경기 내내 답답한 플레이로 일관했다.

브라질 중원의 핵인 호나우지뉴는 경기 초반 호나우두와 투톱으로 기용됐지만 이렇다할 기회를 만들어 내지 못했다. 후반 아드리아누의 투입으로 미드필더로 쳐진 상태에서는 특유의 드리블 돌파와 크로스를 선보였지만 골로 이어지지 못했다.

브라질로선 지난 98년 프랑스 월드컵 결승전에서 전반 지단에 내리 두 골을 허용하며 0-3으로 완패한 악몽이 다시 떠오른 순간이었다.

▲ 지단 활약. 전반 39분 말루다의 머리를 겨냥한 정확한 프리킥(좌) 전반 종료 직전 수비수 2명을 제치며 비에라에 완벽한 패스 연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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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단 활약. 후반 12분 프리킥을 통해 앙리 결승골 도움(좌) 후반 7분 상대 왼쪽을 무너뜨리는 침투패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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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7-02 07:47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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