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본문듣기

지구인 손잡은 이 외계인... 온세계가 열광했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영화] SF 판타지 가족 드라마 <이티>

23.02.11 11:36최종업데이트23.02.11 11:36
원고료로 응원
지난 1996년에 개봉해 세계적으로 8억1700만 달러의 흥행성적을 기록한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인디펜던스데이>는 지구에 침공한 외계인들에 맞서 싸우는 지구인(더 정확히는 미국인)들의 고군분투를 그린 작품이다. 물론 이야기가 지나치게 단순하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오락용 SF 액션영화로 다양한 연령대의 관객들이 즐기기엔 나무랄 데 없는 작품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2014년에 개봉한 톰 크루즈와 에밀리 블런트 주연의 <엣지 오브 투모로우>는 외계인의 지구침공이라는 SF액션 장르에 특정시간대가 무한반복되는 '타임루프' 장르를 섞으며 더욱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들었다. 이 밖에도 <배틀십> <오블리비언> <화성침공> <월드 오브 투모로우> <지구가 멈추는 날> <스타싑 트루퍼스> 등 외계인이 지구에 위협을 가하는 SF 장르의 영화는 수없이 많다.

이처럼 관객들은 외계인들이 지구에 침공하는 SF영화가 익숙하기 때문에 외계인이 지구에 찾아오는 영화가 개봉하면 본능적으로 외계인이 악역으로 나오는 액션영화를 예상하게 된다. 하지만 외계인이 등장하는 영화 중에는 지구인과 외계인이 친구가 되는 작품도 있다. 지난 1982년(국내에는 1984년) 개봉해 세계적으로 6억6300만 달러의 흥행성적을 기록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레전드 영화 <E.T.>가 대표적이다.
 

스필버그 감독은 40년이 넘는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 아직 <이티>를 뛰어넘는 흥행작을 만들지 못했다(북미흥행 기준) ⓒ UIP 코리아

 
착한 외계인이 등장하는 영화들

영화 속에서 외계인이 등장하면 대부분의 관객들은 지구가 위기에 빠졌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그 동안 외계인이 지구에 위협을 가하는 영화가 많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외계인들이 지구를 그저 '정복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지구에 정착해 지구인들과 어우러져 살아가는 친근한 외계인들도 있고 지구를 위협하는 못된 외계인들로부터 지구를 지켜주는 강하고 착한 외계인들도 있다.

세계최초의 슈퍼히어로 영화로 꼽히는 <슈퍼맨>시리즈가 대표적이다. 클립톤 행성에서 태어난 외계인이지만 인간과 매우 흡사한 외모를 가진 슈퍼맨은 미국 스몰빌에서 클라크 켄트라는 이름으로 자란 후 데일리 플래닛이라는 신문사의 기자로 위장취업(?)했다. 평소에는 착하고 어리바리한 기자지만 지구가 위험에 빠지면 바지 위에 속옷을 입는 독특한 패션센스를 가진 슈퍼히어로로 변신해 지구를 위기에서 구해낸다.

<나인 하프 위크>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킴 베이싱어를 확실한 스타배우로 도약시켰던 <새 엄마는 외계인> 역시 SF와 멜로를 혼합시킨 독특한 장르의 영화다. 1988년 겨울에 개봉해 북미에서 1300만 달러의 흥행성적을 올린 <새 엄마는 외계인>은 국내에서는 킴 베이싱어가 <배트맨>으로 더욱 유명해진 후 1991년에 개봉했다. 지난 2004년에는 이 영화의 제목에서 따온 '엄마는 외계인'이라는 아이스크림 메뉴가 출시되기도 했다.

1997년부터 2012년까지 3편에 걸쳐 제작되며 세계적으로 16억8400만 달러의 흥행성적을 기록한 SF 코믹액션영화 <맨 인 블랙>은 이미 지구에 다양한 종류의 외계인들이 살고 있다는 재미 있는 설정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특히 지난 1977년 세상을 떠난 '로큰롤의 제왕' 엘비스 프레슬리가 사실은 고향별로 돌아간 것이라는 새로운 사실(?)이 공개되고 NBA의 '악동' 데니스 로드맨 역시 외계인이라는 언급이 나온다.

세상 사람들이 '가장 많이 본' 외계인 영화는 역시 <어벤저스> 시리즈다. 아스가르드의 토르와 로키는 신이라고 해도 인피니티 사가의 '끝판왕' 타노스를 비롯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주요 인물 가모라, 드랙스, 욘두, 네뷸라, 맨티스 등은 모두 변명의 여지가 없는 외계인들이다(스타로드는 외계인과 지구인의 혼혈). 그리고 선역 외계인들의 노력과 헌신 덕에 지구는 타노스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상상력과 스토리, 음악이 조화를 이룬 걸작
 

엘리엇과 이티의 자전거 공중부양(?)은 수 많은 관객들을 감동시킨 <이티>를 대표하는 명장면이다. ⓒ UIP 코리아

 
스필버그 감독은 1970년대 초반부터 영화를 만들기 시작해 1975년 <죠스>,1977년 <미지와의 조우>,1981년 <라이더스> 등을 연출하며 일찌감치 할리우드의 유명감독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1982년 <E.T.>가 나오면서 40년이 넘는 세월이 흐를 때까지 스필버그 감독의 대표작은 <E.T.>가 됐다. 실제로 수많은 흥행작을 만든 스필버그 감독은 아직 북미 흥행성적을 기준으로 <E.T.>를 능가하는 작품을 만들지 못했다(세계흥행 1위는 <쥬라기 공원>).

어린 시절부터 공상과학 소설을 많이 읽으며 스스로를 외계인이라 느끼기도 했다는 스필버그 감독은 연출과 각본,제작에 참여한 <E.T.>를 통해 자신의 '인생작'을 만들었다. 스필버그 감독은 힘들게 만든 자신의 역작 <E.T.>가 비디오로 출시되는 것조차 원하지 않았고 실제로 영화가 개봉한 지 7년이 지난 1989년에야 정식으로 비디오가 출시될 수 있었다(물론 이 때문에 세계적으로 많은 불법 해적판 비디오가 돌기도 했다).

<E.T.>는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것처럼 국내에서도 엄청나게 큰 화제가 된 작품이다. 개봉 직후에는 영화 수입사들끼리 경쟁이 붙으면서 2년이 지난 1984년에 개봉했고 서울 4개관에서 개봉해 61만 관객을 모으며 그 해 국내흥행 1위를 기록했다(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그리고 개봉 20주년이 된 2002년에는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재개봉하며 다시 한 번 관객들을 만났다.

.물론 <E.T.>는 SF영화로서도 볼거리가 많지만 이 영화가 세대를 뛰어넘어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결정적인 비결은 모든 세대에게 통하는 감동적인 이야기 때문이다. 엘리엇(헨리 토마스 분) 삼남매와 이티가 만나고 친해지는 과정도 대단히 재미 있지만 로버트(로버트 맥노튼 분)의 친구들까지 가세한 경찰들과의 자전거 추격신, 그리고 마지막 이별장면까지 <이티>는 상업영화로서 기승전결이 완벽한 작품이다.

<이티>가 빛날 수 있었던 또 하나의 요소는 바로 존 윌리엄스가 만든 음악이었다. 존 윌리엄스는 <스타워즈>와 <슈퍼맨>,<죠스>,<인디아나 존스,<쥬라기 공원>,<라이언 일병 구하기>,<해리포터> 등 대작 영화들의 음악을 담당하며 한스 짐머와 함께 '영화음악의 양대산맥'으로 불리는 인물이다. 때로는 익살스럽고 때로는 웅장했던 존 윌리엄스의 음악은 <E.T.>에서도 관객들이 영화 속에 빨려 들어갈 수 있게 만든 숨은 주역이었다.

스타배우로 성장하지 못한 <E.T.>의 엘리엇
 

<이티>에서 주인공 엘리엇을 연기했던 헨리 토마스는 50대가 된 지금까지도 <이티>를 잊게 만들 작품을 만나지 못했다. ⓒ UIP 코리아

 
아빠는 새 애인과 멕시코로 떠났고 엄마도 자신의 말을 잘 믿지 않고 형은 자신을 어린 아이 취급하며 심부름이나 시킨다. 그렇게 집에서도 아웃사이더였던 엘리엇은 외계인과 조우하고 그에게 'E.T.'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E.T.와 동화된 엘리엇은 E.T.가 아프면 자신도 아프고 E.T.를 가족처럼 아끼면서도 E.T.를 집에 보내주기 위해 물심양면으로 노력한다. 그리고 E.T.를 고향별로 보내면서 E.T.에게 "난 바로 여기 있을 거야"라고 작별인사를 한다.

<E.T.>에서 주인공 엘리엇을 연기한 헨리 토마스는 <E.T.> 개봉 후 일약 스타덤에 올랐지만 엘리엇의 이미지를 쉽게 극복하지 못했다. 1994년에는 브래드 피트와 함께 <가을의 전설>에 출연했지만 영화의 스포트라이트는 브래드 피트가 독차지했다. 토마스는 <갱스 오브 뉴욕>과 <디어 존>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에 출연하며 엘리엇의 이미지를 지우려 했지만 50대가 된 지금도 여전히 많은 관객들에게 <E.T.>의 엘리엇으로 각인돼 있다.

<E.T.>에 출연한 배우들이 대부분 배우로서 크게 성장하지 못한 것에 비해 엘리엇 삼남매 중 가장 비중이 적었던 막내 거티 역의 드류 베리모어는 성인이 된 후 가장 성공한 <E.T.>출신 배우가 됐다. 큰 오빠 마이클이 입을 막아야 했을 정도로 E.T.를 처음 보고 심하게 놀랐던 거티는 특유의 순수함으로 E.T.에게 영어를 가르친다. 거티는 큰 활약 없이도 영화의 마스코트로 상영시간 내내 관객들을 흐뭇하게 만든 캐릭터였다.

엘리엇 삼남매의 장남 마이클은 처음 등장할 때만 해도 친구들과 게임을 하면서 엘리엇에게 피자 심부름을 시키는 전형적인 못된 형으로 나왔다. 하지만 집에 온 E.T.와 교감을 하면서 마이클도 점점 E.T.에게 정이 들었고 엘리엇이 E.T.를 잃어 버렸을 때는 E.T.를 찾기 위해 자전거를 타고 숲으로 질주해 물가에 쓰러져 있는 E.T.를 구했다. 특히 후반부에는 과감한 '무면허' 운전으로 E.T.의 탈출을 돕는데 결정적인 활약을 했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영화 E.T.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헨리 토마스 드류 베리모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