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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선수 3명과 2명의 차이

KBO용병 축소 결정으로 본 외국인 용병제도

02.03.05 23:38최종업데이트02.03.07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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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2일 열린 한국야구위원회(이하 KBO) 이사회에서는 내년시즌(2003년)부터 외국인 용병선수 수를 기존 3명 보유, 2명 출전에서 2명 보유, 2명 출전으로 축소하기로 결정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용병고용 제한도 '메이저리그 전전년도 9월 1일 이후 확대 엔트리에 포함되거나 전전년도 9월 1일 당일 엔트리에 오른 선수는 제외한다'를 완화하여 '전년도 9월 1일 당일 엔트리에 오른 선수만 제외한다'로 바뀐 것으로 밝혀졌다.이야기는 기본적으로 KBO와 구단이 기존의 용병수(3명)가 너무 많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며 2명으로 줄인 것이고, 그대신 더 좋은 선수를 뽑기 위해 고용 제한을 완화시켜 더 실력 있고 내실이 강한 용병을 데려올 것을 약속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기존 스포츠 신문들이나 언론들은 이 소식을 단발성 기사로 아주 작게 다뤘거나 아니면, 언급 자체를 하지 않은 경우도 있어 자칫 보기에 별로 중요하지 않은 사건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프로야구 선수협의회(이하 선수협)의 행보와 용병 역사를 본다면 대단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우선 지금까지의 선수협 역사를 보자. 선수협은 2000년 1월 21일 '선수의 불이익 방지 및 권익보호’라는 명분아래 출범하였다. 이때가 바로 송진우 선수가 초대 회장으로 추대되고, 강병규 선수가 선수협 대변인으로 활동하였던 선수협 1차 파동이었다. 2000년 시즌 바로 전 정부-KBO-선수협 3자 합의를 이루며 극적 타결을 보았지만, 2000년 11월 총회 개최 여부를 가지고 다시 구단, KBO와 마찰을 빚으며 소위 선수협 2차 파동이 일어났었다. 2차 파동도 문화관광부의 중재아래 해결되었지만, 2001년 9월 20일 용병문제로 인한 '선수협 포스트시즌 보이콧 사건'이 일어났었다. 이때 선수협은 '구단 사장단이 용병수를 2명으로 줄인다고 약속을 해놓고서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크게 분노하며 포스트시즌 보이콧을 감행하였다. 물론, '선수협이 팬들을 볼모로 하여 자기 밥그릇을 챙기려 하고 있다'는 여론에 밀려 대승적인 차원에서 보이콧을 철회하긴 했지만, 자칫 포스트시즌이 무산될 수도 있던 절대 절명의 순간까지도 만들어졌었다. 선수협의 근간 움직임을 보면, 외국인 용병 문제는 가장 큰 문제로 꼽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선수협은 왜 용병문제를 그렇게 크게 다루고 있는 것일까? 선수협이 이야기하는 용병선수 영입에 대한 문제는 크게 4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는 마구잡이식 수입과 잦은 교체에 의한 외화 낭비이다. 작년(2001년) 시즌 동안 퇴출된 외국인 선수는 무려 15명에 이른다. 8개 구단 모두가 보유할 수 있는 최대 인원이 24명이라고 볼 때 반이 넘는 선수들이 시즌 중 퇴출 됐다는 이야기이다. 용병선수에 대한 계약금, 연봉 등의 문제를 볼 때 구단들은 외화낭비라는 비난을 피하기 힘들다. 둘째는 전력 평준화라는 명목하의 성적지상주의이다. KBO와 구단은 전 구단의 전력 평준화를 목적으로 용병을 수입하기 시작했다. 물론, 전력이 다른 팀보다 약한 팀은 용병 선수로 인해 어느 정도의 전력 향상을 이루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어떤 구단은 타 구단이 검증된 용병선수를 데려가지 못하게 하기 위해 '임의 탈퇴'같은 파트너십을 배제하는 행동까지 일삼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전력 평준화라는 목적은 사라지게 되고, 성적지상 주의를 위한 용병 수입이라는 말을 들을 수밖에 없어지는 것이다. 셋째는 뒷돈거래(이면계약)로 인한 기존 선수들과의 불화이다. 외국인선수 수입에는 분명 연봉 상한선이 있다. 지금 현재 사이닝 보너스 와 연봉, 인센티브를 포함해 20만 달러를 상한선으로 두고 있으며 재계약의 경우 5% 내의 인상을 원칙으로 세워 놓고 있다. 하지만, 몇몇 구단은 이 원칙을 무시한 채 수십만 달러를 이면계약을 통해 외국인 선수에게 퍼붓고 있다는 것은 모두가 다 아는 비밀이 되어버렸다. 이로 인해 외국인 선수와 국내 선수간의 불화가 생기고, 이것이 오히려 팀 전력 약화에 이유가 되기도 한다는 주장이 있다. 어느 구단은 작년 최고의 정규시즌 성적을 거두고도, 한국시리즈 우승에 실패했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용병선수와 국내선수와의 불화라는 이야기도 있다. 넷째는 아마야구의 악영향이다. 이것이 선수협이 용병수입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인데, 아마야구(특히, 고교야구)에서는 이미 용병선수들이 점유하고 있는 일부 포지션을 기피하고 있다고 한다. 유망주 선수들이 1루수나 외야수 같은 용병 선수들이 대거 투입되어 있는 포지션을 피하는 모습은 그들이 이미 프로야구에서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예라는 것이다. 이로 인해 국내 선수들의 수급 불균형을 이루고, 결국 한국 야구계의 전체적인 전력 불균형을 가져올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그러면, 이런 문제점 속에서도 구단들은 용병 수입을 감행하고 있는 것일까? 거기에는 외국인 선수 영입을 통해 우리 한국 프로야구계가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 첫째는 실력 있는 선수들의 영입이다. 다시 말해 한국의 고만고만한 선수들의 플레이를 보여주어 이미 메이저리그 정도의 눈을 가지고있는 팬들에게 한국야구를 어필하기 위해 보다 실력 있는 외국인 선수들을 영입하여 한층 업그레이드 된 경기력을 보여주자는 것이다. 사실, 박찬호를 필두로 김병현, 이상훈, 최희섭, 추신수, 김선우, 봉중근 등의 유망주들이 대거 메이저리그 진출을 위해 미국으로 가버리고, 구대성, 정민태 선수 등 에이스급의 투수들도 일본으로 가버린 상황에서 한국 야구의 경기력이 떨어진 것이 사실이다. 그 선수들이 남긴 공백을 메워줄 수 있는 것이 외국인 용병들이라는 것이다. 둘째는 구단간의 전력 평준화이다. 예를 들어 SK와이번스 같은 경우 작년 용병 선수의 덕을 많이 보았다. 투수 용병이었던 에르난데스는 14승을 거두며 팀의 에이스로써의 몫을 톡톡히 해냈으며, 에레라는 3할4푼의 타율 3위를 기록하였고, 브리또는 3할2푼, 22홈런, 80타점 등의 공격력과 메이저리그급 수비력으로 골든 글러브 후보에까지 오르는 뛰어난 성적을 냈다. 이 선수들을 통해 와이번스는 한층 업그레이드 된 경기력으로 피말리는 4강 싸움까지 올린 적이 있다. 와이번스는 객관적인 전력은 타 팀에 많이 뒤졌지만, 용병들의 뛰어난 경기력을 통해 전력 균형을 이끌은 팀이라 할 수 있다. 셋째는 한국야구의 경기력 향상이다. 물론, 지금까지 별로 좋지 않은 성적을 낸 용병선수들이 많긴 했지만, 정말 뛰어난 경기력을 보여주었던 용병들도 많았다. 두산베어스의 타이론 우즈의 경우 1998년 용병원년 1998 시즌 MVP, 홈런왕, 타점왕을 휩쓸며 화려하게 데뷔했고, 꾸준한 성적을 보이며 결국 2001년에는 올스타 MVP, 한국시리즈 MVP 등을 이루며 팀 우승에 견인차 적인 역할을 해냈다. 작년까지 롯데자이언츠에서 뛰었던 펠렉스 호세도 5할3리의 전무후무한 출루율 기록과 6할9푼3리의 장타율 등을 선보이며 그 동안 국내 선수들이 보여주지 못했던 타자로서의 능력을 뽐냈다. 이밖에도 데이비스, 로마이어(한화이글스 우승당시), 수비력의 퀸란, 브리또 등도 그 동안 한국 선수들에게서 보지 못했던 경기력을 보여준 것이 사실이다.양날의 칼이라고 할 수 있는 용병제도. 앞서 이야기한 지난 2월 22일의 KBO 이사회의 결정은 보다 합리적인 용병제도를 위한 KBO, 구단, 그리고, 선수협의 노력에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용병수를 3명에서 2명으로 줄임으로써 국내선수들의 입지를 어느 정도 강화할 수 있게 되었고, 너무 많은 외국인 선수 영입으로 인한 외화 낭비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용병 고용제한 완화도 좋은 결과를 가져올 듯싶다. 지금까지 검증되지 않은 외국인 선수를 데려왔다가 퇴출시키고, 다시 영입하는 악순환이 고용제한에서 왔다고도 볼 수 있다. 엄격한 고용제한 때문에 메이저리그급에서는 선수를 데려오지 못하고, 마이너리그나 그보다 낮은 레벨에서 선수를 데리고 왔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용제한 완화를 통해 메이저리그 경력이 있는 선수나 메이저리그급 선수를 보다 쉽게 데리고 올 수 있고 제대로 된 선수를 데리고 와 전력 향상에 극대화를 이루는 반면 성적미달에 의한 퇴출도 막을 수 있을 것을 예상된다. 이런 의미에서 KBO와 구단은 용병문제와 한국야구의 미래를 위해 역사적인 결정을 내렸다고 봐야 할 것이다. 선수협 또한 자신들이 주장해왔던 외국인 선수 보유 한도 축소도 이루었고, 그 동안 조금은 잃었던 자신들의 입지도 어느 정도 강화시킬 수 있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다시 말해 KBO, 구단, 선수협은 그 동안의 대립양상을 벗어나 동업자 정신에 입각하여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모습을 보이게 된 큰 사건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용병문제 만도 해결되어야 할 부분이 많다. 예를 들어 외국인 선수 임의탈퇴 규칙의 악용, 상한제도를 무시한 이면거래, 마구잡이식 수입에 의한 외화낭비 등을 없애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2002 한국 프로야구 시즌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번 시즌에는 페어플레이 정신에 입각하여 팬들을 생각하며 한국야구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KBO, 구단 그리고 선수들이 되길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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