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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장내 음식문화, 무엇이 달라졌나

이성환의 <야구이야기>

02.03.11 23:50최종업데이트02.03.13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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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아주 어렸을 적 그러니깐 유아시절부터 야구장에 가기 시작했다. 최동원 선수의 팬이었던 아버지 덕택에 우리 식구는 아버지 휴가 날이면 항상 야구장을 찾았다. 동대문에 위치한 서울운동장(현 동대문운동장) TV, 라디오 중계실 뒤편 본부석은 필자의 놀이터나 다름없었다. 아마도 그때 배운 야구에 대한 사랑이 지금의 기자를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어릴 적을 생각하면(야구라는 경기를 이해 못하던 시절), 야구장을 가는 이유는 단 한 가지였다. 그것은 바로 야구장에서만 즐길 수 있는 먹거리였다. 김밥, 치킨, 음료수 등을 집에서부터 준비해서 가노라면, 세상에서 모든 것을 가진 그런 느낌이었다. 야구장에 도착하면, 동생과 필자는 야구보다는 먹을 것을 기다리며 "경기 시작하면 먹자"라는 어머니의 말씀에 경기 시작 사이렌을 기다리곤 했다. 지금 현재도 오후 2시에 열리는 낮 경기나 오후 6시, 6시 30분에 열리는 저녁경기에서의 먹거리는 관전 문화의 중요한 부분이 되어버렸다.

▲집에서 준비한 도시락을 먹는 가족. 가족단위의 팬들은 집에서 준비한 먹거리를 선호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 이성환이렇듯 야구장 음식문화를 이끌어가는 음식물은 집에서 어머님이 준비해주시던 김밥과 같은 도시락이었다. 요즈음은 세상이 많이 바빠지다 보니 집에서 준비를 하기보다는 근처 패스트푸드점이나 도시락점 등에서 간단한 먹거리를 사오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누가 뭐라도 야구장 음식문화를 이끌어온 것이라면, 노점상과 야구장내 매점상의 음식물일 것이다.

그 동안 야구장의 먹거리 문화를 이끌어온 음식 중 하나는 노점상 먹거리였을 것이다. 김밥, 치킨, 컵라면, 오징어, 음료수, 소주, 맥주 등을 노점상에서 구입해서 경기장에서 먹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었던 느낌이다.

대구 시민구장 앞 치킨 노점상이나 광주 무등경기장 매표소 앞 김밥 노점상 등은 아직도 많은 인기를 누리는 듯 보인다. 서울 잠실야구장 앞 노점상들은 한때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였다. 경기가 있는 날이면 이른 오후부터 돗자리의 술판이 벌어지고, 경기가 끝난 후에도 이긴 팀 팬들은 즐거운 마음에 진 팀 팬들은 아쉬운 마음에 소주 한잔을 기울이던 곳이 이 노점상들이었다.

또한, 경기 시간을 겨우 맞춰온 직장인 야구팬들에게 노점상 김밥, 계란, 떡은 최고의 먹거리였다. 인천 도원경기장 앞 노점상들도 작년까지는 제법 인기를 구가했지만, 올 시즌부터는 문학구장으로 SK와이번스가 홈을 옮기면서 그 모습은 사라질 듯 보인다.

▲ 대구구장 앞 노점상(위)와 광주구장 앞 노점상(아래). 한때 노점상인들은 야구계의 음식문화를 이끌었다. ⓒ 이성환한때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노점상 김밥은 몇 해 전 "노점상 김밥은 병원 밥 중 남은 밥으로 만들어진다"라는 소문이 돌며 인기가 주춤거리기 시작하였고, 전반적으로 노점상 음식에 대한 청결성에 의문을 가지며 지금 현재는 노점상 음식물에 대한 인기가 떨어지고 있다. 그 이유는 아마도 경기장 내의 매점들의 먹거리가 상대적으로 청결해지고, 다양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경기장 내에서 판매되는 음식도 많은 변화가 오고 있다.

예전에는 경기장 내에서 판매되는 음식물이 한정되어 있었다. 유통기간조차 써 있지 않은 김밥이나, 소위 '닭머리 버거'(요즈음은 '비둘기 버거'라고도 불린다)라고 불리는 1000원짜리 햄버거, 뜨거운 물이 제공된다는 이유로 배 이상의 가격이 붙여지는 컵라면, 오징어, 과자 등이 야구장에서 팔리는 먹거리였다.

지방에 위치한 많은 구장들은 그때와 별반 나아진 것이 없어 보인다. 많은 구단의 구장들은 동네 식당이나 구멍가게 수준의 먹거리 제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있다. 대부분의 구장들은 컵라면을 제공하고 있는데 이것이 야구장을 지저분하게 만드는 온상이 되기도 한다.

컵라면을 제공하는 수원구장과 광주무등경기장 등은 대형보온병을 이용하여 뜨거운 물을 제공하고 있었지만, 대구시민구장 이나 부산사직구장 등은 뜨거운 물 제공을 위해 대형 버너를 사용하고 있어 관중들의 안전도 위협하고 있었다.

1950년대에서 1970년대 사이에 대부분 지어진 이 경기장들은 구장 자체만 오래 된 것이 아니라 상점들도 동네 구멍가게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제공되는 음식물들은 바로 밖에 위치한 노점상의 음식과 별만 차이가 없어 보인다. 가격도 천차만별이고, 음식의 유통기간마저도 의심스럽다.

▲ 수원구장 매점식당(왼쪽)과 사직구장의 위험천만의 대형버너(오른쪽). 아직도 지방구장 매점들은 동네슈퍼나 동네 식당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있다. ⓒ 이성환
사직구장의 한 판매원은 시중보다 배가 비싼 가격에 대해 "손님이 정해진 시간에만 몰리니 가격을 올리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나마 대구구장의 경우는 판매원들을 유니폼 뒤쪽에 가격표를 인쇄해 야구장 음식물 정찰제에 어느 정도 노력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서울에 위치한 잠실야구장과 몇몇 지방구장은 많은 것이 바뀌었다. 이유는 몇몇 구단이 경기장을 장기임대방식으로 위탁경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기임대를 선택한 LG트윈스와 두산베어스, 한화이글스는 각각 잠실야구장과 대전한밭구장에 많은 자금을 투자해 개보수 공사를 하고 보다 청결하고 풍부한 먹거리 제공을 위해 힘쓰고 있다.

▲ 잠실 야구장의 LG25시와 버거킹. 장기임대에 성공한 구장들은 보수공사와 모기업의 투자로 풍부한 먹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 이성환
완전임대에 따라 트윈스는 모기업 편의점인 'LG25시'를 잠실야구장으로 들여왔고, 베어스는 모기업의 페스트 푸드점인 '버거킹'과 'KFC'를 들여왔다. 한화이글스 또한 위탁경영에 의해 모기업의 패스트 푸드점과 편의점을 대전구장에 투입시켜 보다 청결한 음식물을 관중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팬들도 이런 구단들의 투자를 통해 김밥으로 제한되어 있던 야구장 먹거리가 보다 풍부해졌다고 볼 수 있다.

▲고급 패밀리 레스토랑이 들어설 스카이박스에서 바라본 문학구장. ⓒ 이성환SK와이번스의 새 구장인 인천문학구장은 이보다 더 나아가 그들이 자랑하는 스카이박스에 패밀리 레스토랑을 설치할 계획이다. 이로 인해 야구팬들은 메이저리그 구장과 같이 야구를 보며 고급요리를 즐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야구장 음식문화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많은 것이 바뀐 곳도 있고, 바뀌지 않은 곳도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와 구단의 노력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야구장은 지자체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한때 LG트윈스가 돔구장을 짓겠다고 해서 구단이 소유하는 야구장이 생길 수도 있었지만, IMF이후 돔구장 건설이 물 건너간 시점에서 모든 야구장은 공설 운동장으로 시가 소유하고 있다. 그리고, 프로구단은 짧게는 1년 계약 또는 장기계약을 통해 구장을 임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장기임대에 성공한 두산베어스, 엘지트윈스, 한화이글스, SK와이번스는 좋은 환경 속에서 모기업의 투자와 지자체의 지원 속에 팬들에게 청결하고도 풍부한 음식을 제공하고 있지만, 나머지 구장들은 시대에 뒤떨어진 입찰에 의한 위탁 경영식 매점관리로 인해 불청결하고도 시중보다 비싼 가격에 음식물을 제공할 수밖에 없다. 이것은 비단 구단 자체의 노력 여하를 떠나 지자체가 시민들을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보여주는 꼴이다.

필자는 작년 여름 부산시 체육관리사업소 직원과 부산 사직구장 매점가격관리에 대해 전화인터뷰를 한 적이 있는데 그때 담당 공무원은 "매점의 물건가격은 매점 측의 가격신청과 시 측의 승인으로 이루어진다. 가격조정을 크게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어렵다. 약 10억 원의 입찰금을 내고 들어오는 매점들은 어떻게든 3년 내에 이익을 보려한다. 이익을 보기 위해 매점들은 가격을 높게 책정한다. 매점과의 계약이 올해 만료된 이후 이 문제에 대해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이렇듯 지자체가 시민의 놀이공간 확보에 노력을 보이지 않는다면, 야구장 내의 먹거리 문화가 나아지기는 힘들 듯 보인다.

하지만, 구단과 KBO 또한 많은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트윈스와 베어스는 3년간 30억3200만 원을 서울시에 납부하고 잠실야구장을 장기위탁 경영방식으로 임대했다. 이글스와 와이번스 또한 지자체와의 협의아래 성공적인 구장임대를 하고 있다. 다른 구단들도 이들을 본받아 더 좋은 야구장 문화를 만들기에 노력해야할 것이다. KBO 또한 모든 문제에 뒷짐만 지고 있는 모습을 떠나 지자체와 접촉 등을 통해 팬들에게 최상의 관람환경을 만들기에 적극 나서야할 것이다.

▲한국시리즈 이후 경기장의 모습. 관중들이 남긴 쓰레기로 아주 지저분해 보인다. ⓒ 이성환팬들의 노력도 필요할 것이다. 서울은 그렇지 않지만, 지방구장에 보면, 야구장에 가스버너까지 동원에 삼겹살을 구워먹는 관중들도 극소수 있다. 야구장이 야구를 관람하는 곳이 아닌 식당인줄 착각할 정도 음식냄새를 풍기며 식사를 즐기는 팬들도 있다. 야구장에서 술판이 벌어지고, 술 취한 관중의 난동은 이제 야구장 풍경의 한 부분이 되었다. 이제 팬들도 올바른 야구관람 문화 정착에 노력을 기울여야할 것이다. 자기가 만든 쓰레기는 자신이 책임지고, 식사를 하더라도 주위에 야구관람을 하는 관중에게는 피해가 안 가도록 노력을 해야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음식문화의 한 부분인 음주문화에 대해 이야기하겠다.

이상하게도 야구장을 찾는 몇몇 관중은 굳이 야구장에서 음주를 즐기고 싶어한다. 그것도 맥주와 같이 알코올 농도가 낮은 주류가 아닌 소주같이 농도가 높은 주류로 말이다. 가방수색을 피해 몸 속에 숨겨서 들어가기도 하고, 아이들 가방에 넣어서 들어가기도 한다. 그리고, 음료수 병에 소주를 담아서 야구장으로 주류를 반입시키기도 한다.

야구장에서는 기본적으로 음주가 금지되어 있다. 그러나, 지자체의 결정에 따라 음주금지는 천차만별이다. 서울에 경우 서울시장의 결정으로 소주, 맥주 등 모든 주류 반입이 금지되어 있다. 하지만, 광주구장을 비롯한 몇몇 구장은 소주, 맥주 모두 허용하고 있다. 대구구장의 경우는 맥주만 허용하고 나머지 주류를 금지시키고 있다.

문제는 이 모든 구장에서 주류가 판매되고 있다는 것이다. 아주 철저하게 금지될 것 같은 서울시장의 발언 속에서도 잠실야구장에서는 음성적인 주류 판매가 아주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지나다니는 관중들의 눈은 아랑곳없이 외야복도를 통해 주류는 아주 쉽게 반입되고, 검은 가방을 들은 아저씨들을 통해 주류가 시중에 2배가 넘는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 잠실야구장에서는 검은가방의 아저씨가 음성적으로 주류를 팔고있고(왼쪽), 인천구장에서는 아에 내놓고 매점에서 주류를 팔고있다(오른쪽). ⓒ 이성환
주류판매가 금지되어 있는 지방구장에서도 위탁경영 매점상인들에 의해 주류가 음성적으로 판매되고 있다. 이곳에서도 주류는 시중가격의 2배이거나 2배가 넘는다. 차라리 이 정도로 관리가 허술하다면, 왜 주류반입 및 판매를 금지시켜 그 가격(위험수당포함)만 올려놓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필자는 이 부분에 감히 주류판매를 양성화시키자고 이야기하고 싶다. 외국처럼 알코올 농도가 낮은 주류를 양성화 시켜 관중들이 어느 정도의 음주를 야구경기를 보며 즐기게 해주면서도 소주나 양주 같은 주류반입은 철저히 금지시켜 취객난동 등을 최소화시키자는 이야기이다.

주류판매에 대해 구단과 지자체가 확실하게 관리를 해준다면, 오히려 야구장에서의 음주문화는 올바르게 정착될 수 있을 것이다. 팬들 또한 '술을 아주 취할 때까지 마시자'라는 생각을 버리고, 옆 관중들에게 피해 안 갈 정도까지만 음주를 즐기고, 자기 자신들을 조절할 수 있는 선진국민이 될 수 있길 바란다.

야구장에서의 음식문화. 야구장 관람에 있어서 항상 필요한 문화라고 볼 수 있다. 이 즐거운 문화를 모두가 공유하고, 모두가 즐겁게 즐기기 위해서는 구단, KBO, 지자체, 팬들 모두가 노력하여 성숙한 음식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2002-03-11 23:43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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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환의 <야구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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