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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절 연봉을 더 달라굽쇼?

<야구이야기> 국내 연봉조정제도의 문제점

02.01.30 18:22최종업데이트02.02.01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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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프로야구계에서는 스토브리그가 한창이다. 겨울에 난로 앞에서 이루어지는 일이라 해서 이름 붙여진 스토브리그에는 선수 트레이드, 코치진 형성, 프론트의 시즌준비, 전지훈련 등 많은 일이 일어난다. 그 중에서도 가장 관심을 끄는 부분은 누가 뭐라 해도 돈이 관련된 연봉 책정 문제라고 볼 수 있다.

대부분의 경우 구단과 선수는 어느 정도의 타협점을 찾아 연봉 계약에 성공을 거두지만, 가끔은 선수와 구단이 상대방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못해 연봉조정까지 갈 때가 있다.

연봉조정제도에 대해 다소 생소해 할 수 있는 독자들을 위해 간단히 설명하도록 하겠다.

연봉조정제도란 선수와 구단이 연봉협상에 실패했을 경우 그들이 속해있는 리그에 중재를 요청하는 제도이다. 국내의 경우, 선수나 구단 중 한 쪽에서 연봉조정을 정해진 시한까지 신청하면, 중재자인 한국야구위원회(이하 KBO)는 야구규약 제 76조에 따라 조정신청 후 15일 이내에 조정을 종결해야 한다. 만약 KBO의 조정에 구단이 거부하면 야구규약 제78조에 따라 구단은 선수에 대한 보류권을 상실하고, 선수가 거부하면 그 선수는 총재의 공시에 따라 임의 탈퇴선수가 된다.

미국 메이저리그의 경우 연봉조정위원회는 구단 관계자, 선수의 대리인 또는 변호사, 그리고 노동분쟁전문가로 이루어져 있다. 이런 상태에서 구단과 선수는 대등한 위치에서 연봉조정에 참여하게 된다. 1974년 처음 도입되었던 연봉조정제도는 지금까지 약 6대4의 비율로 구단이 선수보다 더 많은 승리를 거두고 있다.

일본의 경우는 조정위원회는 특별히 없고, 리그 커미셔너가 단독으로 중재결정을 내리고 있다. 구단에게 더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고 보일 수도 있지만, 지금까지 구단보다는 선수들이 연봉조정에서 승리를 거두는 경우가 많아 일본의 연봉조정제도는 선수들에게 더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의 경우는 어떠한가? 국내에서는 KBO총재가 조정위원회에 대한 구성 전권을 가지고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KBO총재가 조정위원으로 총재특보, 사무총장, 운영부장, 고문변호사를 임명하였지만, 선수에게 불공정하다는 비판에 따라 올해부터는 유홍록 전 스포츠서울 편집국장과 백인천 씨를 포함시켰다.

매년 스토브리그면 국내에서도 선수 한두 명 정도에 대해서는 연봉조정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한국 프로야구가 시작하여 지금까지 연봉조정신청은 모두 83차례(이번 LG 트윈스 조정신청포함)나 접수되었다. 하지만, 연봉조정위원회 결정까지 간 적은 단 14차례밖에 없었으며 그 외에는 모두 도중에 취소되었다.

그럼 위원회까지 간 14번의 경우는 어떻게 되었을까? 결과는 14대 0. 지금까지 한국프로야구가 출범한 이래 구단은 단 한 번의 패배도 없는 전승기록을 가지고 있다. 마치 42연승의 대기록을 작성한 한국배구의 삼성화재가 작년 슈퍼리그에서 15전 전승을 거둔 모습을 보는 듯하다.

이런 의미에서 선수협 출범 당시 선수들은 연봉조정제도를 한국야구에서의 가장 대표적인 불공정 사례로 꼽았다. 웬만하면 싫은 소리 별로 하기 싫어하는 기존의 스포츠 일간지들도 연봉조정제도 이야기만 나오면 목소리를 높여 KBO와 구단을 질책한다.

올 스토브리그에서는 LG트윈스와 이병규의 연봉 계약 실패로 인한 연봉조정 사건이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작년 팀 성적이 별로 좋지 않았던 LG 트윈스는 올해 재계약 하는 선수들에 대해 몇몇 선수들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선수 연봉을 동결 또는 삭감할 것을 내부 원칙으로 세워 놓고 있다. 이번 연도 재계약 대상자인 이병규 선수도 예외는 아니었다. LG 트윈스는 구단 수위타자인 이병규 선수에 대해 작년 연봉인 2억원에 올 연봉을 동결시키려 하고 있다.

이병규 선수는 이 부분에 대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병규 선수는 최다안타와 득점 부분에서 2001년도 한국프로야구 최고의 성적을 기록하였고, 골든 글러브도 시상하는 등 선수 개인적으로는 아주 뛰어난 성적을 보였다는 것이다. 이에 이병규 선수는 자신의 올 연봉에 대해 2억5000만 원 정도를 주장하고 있다.

이에 지난 1월 16일 LG 트윈스는 이병규 선수를 포함한 5명의 선수에 대해 연봉조정신청을 KBO에 제출했다. 여러 가지 여건으로 보아서 선수가 최초로 승리하는 것 아니냐 하는 연봉조정신청이었다.

하지만, 그 바람은 KBO의 방침에 무참히 깨지고 말았다. 연봉조정신청 후 이병규 선수에 대해 요구액을 주문하던 KBO가 입장을 바꿔 요구액 대신 당초 요구액을 밝히지 않은 사유를 주문하면서 구단의 손을 들어준 까닭이었다. 앞서 이야기했듯 KBO는 선수나 구단 중 한쪽의 손을 들어줘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이병규 선수에게 요구액을 필요 없다고 한 것은 이병규 선수에게 패배를 준 꼴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번 사건에서 KBO의 입장에는 큰 문제가 있다. KBO는 분명 연봉조정신청을 받으며 25일까지 요구액과 근거자료를 내면 된다고 선수들에게 통보했다. 하지만, 제출일 하루 전날인 24일 KBO규정에 대한 새로운 유권해석을 내놓으며 연봉조정신청서에 선수요구액을 기재해야만 했다고, 요구액 받기를 거부했다.

물론, 필자도 KBO의 규정에 대한 해석이 옳다고 생각한다. 연봉조정을 신청하면 구단, 선수 모두 그들이 원하는 액수를 말해 주어야 한다. 그리고, 규정에도 분명 15일 이내 요구액을 받아야 한다고 명시되어있다. 그리고, 그런 규정조차 제대로 모르고, 연봉조정을 준비했던 이병규 선수에게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

그러나, KBO는 분명 23일까지도 이병규 선수에게 요구액만을 요구했다. 그것도 서면으로 말이다. 자신들이 세워놓은 규정에 대한 해석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손바닥 뒤집듯 자신들의 입장을 바꾼 KBO는 비난을 피하기 힘들 것이다.

이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는다면, 이것은 비단 이병규 선수만의 문제가 아니게 보일 수도 있다.

지금까지 KBO 총재가 만든 조정위원회는 단 한 차례도 선수의 손을 들어 준 적이 없다. 아무리 구단의 의견이 옳은 적이 많았다 하더라도 이 정도로 완벽하게 옳았다고 보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연봉조정제도의 역사를 돌이켜볼 때 KBO와 구단은 담합행위에 의한 불공정거래의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번 이병규 선수의 연봉조정 사건에서도 KBO가 구단의 손을 들어준다면, 팬들은 다시 한번 "KBO와 구단이 또 짜고 고스톱 치는구나"라고 말할 것이다.

지난 선수협 사건 때도 KBO는 구단의 대변인 역할을 하는 모습만 보였을 뿐 구단과 선수 사이에서 야구발전을 위해 중재역할을 하는 모습을 거의 보여주지 못했다. 이런 KBO의 모습은 그들에 대한 팬들이나 선수들의 신의를 떨어뜨릴 뿐이다(물론, 지금까지의 모습에서도 그리 많은 신의를 찾을 수 있을지 의문이긴 하지만 말이다).

KBO는 한국 프로야구를 이끌어가는 리더로서 구단과 선수 그리고 팬들을 생각하며 중간적인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 중립적인 입장에서 모든 일을 공정하게 처리해야 하는 것이 KBO의 몫인 것이다.

필자는 KBO 총재가 구단주 출신이기에 선수나 팬들보다는 구단을 더 생각한다는 말을 듣기 원치 않는다. 하지만, 그런 말을 듣느냐 안 듣느냐는 KBO의 노력에 달려 있다고 본다.

구단도 올바른 연봉조정제도와 연봉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해주길 바란다. 선수들을 구단 직원인 양 연봉협상에 다기서지 말고, 조정제도 또한 '선수 길들이'위한 방법으로 사용하는 모습보다는 더욱 더 진지한 자세로 연봉문제를 대하여주길 바란다.

선수들 또한, '누구누구 선수보다 더 받아야겠다'는 등 비성숙한 모습이나 자신의 몫만 챙기는 개인주의적 모습을 보이지 말기 바란다. 그리고, 연봉문제에 대해 철저히 준비해주길 바란다.

팬들은 지켜보고 있다. 돈 문제가 걸려 있기에 더욱 더 관심 있는 눈으로 보고있다. 야구계의 발전을 위해 모두가 노력을 보여주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연봉조정위원들이 참고하는 사항을 이야기할까 한다. 미국 메이저리그 식이 완벽하게 올바르다 볼 수는 없지만, 야구역사가 가장 오래된 미국에서 공정한 판단을 위해 참고하는 사항이기에 한번 짚어 보는데 의미가 있다고 본다.

연봉조정결정에 대한 참고사항

1. 선수가 어떤 경력을 가지고 있으며 어떤 성적을 이루었는가?
2. 선수의 전년도 성적 중 퀄러티 부분이 어느 정도였는가?
3. 선수의 연봉과 성적이 비교가 되는가?
4. 선수가 구단에 차지하는 비중이 어느 정도 되는가?
5. 선수의 과거 부상 경력은 어떠하며 육체적 정신적 결함은 없는가?
6. 선수가 보여주는 리더십은 어떠하며 커뮤니티에 끼치는 영향은 얼마 만큼인가?

덧붙이는 글 | 주석: 필자가 이 기사를 쓴 후 연봉조정위원회는 LG트윈스가 신청한 연봉조정 대상 4명의 선수(최동수 선수는 연봉조정위원회의 결정전 구단과 극적으로 타협을 봄) 중 유지현 선수의 요구액(2억2천만 원)으로 판정을 내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병규 선수 등이 패소한 것은 아쉽지만, 이것은 국내 최초로 프로야구 선수가 연봉조정위원회 선수의 손을 들어준 역사적인 사건입니다. 20년 프로야구 사상 선수의 첫 승리. 이것이 민주적이고도 공정한 한국프로야구발전에 밑거름이 되길 바랍니다.

2002-01-30 18:16 ⓒ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주석: 필자가 이 기사를 쓴 후 연봉조정위원회는 LG트윈스가 신청한 연봉조정 대상 4명의 선수(최동수 선수는 연봉조정위원회의 결정전 구단과 극적으로 타협을 봄) 중 유지현 선수의 요구액(2억2천만 원)으로 판정을 내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병규 선수 등이 패소한 것은 아쉽지만, 이것은 국내 최초로 프로야구 선수가 연봉조정위원회 선수의 손을 들어준 역사적인 사건입니다. 20년 프로야구 사상 선수의 첫 승리. 이것이 민주적이고도 공정한 한국프로야구발전에 밑거름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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