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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이 9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재석 174명 중 찬성 173명, 기권 1명으로 통과되고 있다.
▲ 노란봉투법 국회 본회의 통과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이 9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재석 174명 중 찬성 173명, 기권 1명으로 통과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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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 9일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었다. 해당 법안이 통과되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임이자 의원은 "불법 행위자들에 대해서 책임을 묻는 것을 사실상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이 법은 피해자가 아니라 오히려 가해자를 보호하는 악법"이라고 주장했고,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할 것을 건의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국회에서 통과된 '노란봉투법'의 내용은 2022년에 쟁점화가 되어, 법안이 제출되었을 때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완화되었고, 일부 내용은 이미 판례로 확인된 내용을 반영한 정도이므로,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할 정도의 내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통과된 '노란봉투법'의 내용은 크게 네가지로, ① 쟁의행위에 참가한 노동자들을 상대로한 손해배상 청구에 대해 노동자들의 책임 안에서만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 ② 사용자의 범위를 확대해서 하청 노동자들의 노동조합이 원청 사업주에 대해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 내용, ③ 신원보증인은 노동조합의 단체행동에 대해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는 내용, ④ 쟁의행위를 할 수 있는 경우를 '근로조건의 결정'에 대한 것이라고 규정한 것에서 '근로조건'에 대해서 할 수 있다고 개정하는 내용이다. 이중 가장 큰 쟁점인 손해배상에 대한 개정과, 사용자의 범위를 확대한 부분에 대해 살펴보자.

손해배상 금지 규정 없고, 개인에 대한 과도한 손배 제한

먼저 가장 논란이 되었던 부분인, 노란봉투법이 노동조합의 쟁의행위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금지하는 내용인지 살펴보자.

정의당 이은주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에서는 원칙적으로 노동조합의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을 제한하고, 예외적으로 폭력 또는 파괴 행위로 인한 직접 손해에 대해서 손해배상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었다. 그러나 통과된 노란봉투법의 내용은 원칙적으로 손해배상을 할 수 없다는 내용은 없고, 쟁의행위에 참가한 노동자 개개인이 책임져야 할 범위 안에서만 손해배상을 할 수 있도록 개정하는 정도에 머무른다.
 
이은주 의원 대표 발의안과 본회의 통과 노란봉투법 비교
 이은주 의원 대표 발의안과 본회의 통과 노란봉투법 비교
ⓒ 강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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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계는 프랑스에서 노동조합의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면서, 이를 노란봉투법 입법의 반대 근거로 제시하였는데,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노란봉투법의 내용이 바로 프랑스처럼 손해배상 금액을 계산해야 한다는 취지이다.

프랑스는 한국처럼 노동조합과 노동자 모두에게 연대 책임을 묻지도 않고, 노동자 각각이 벌인 위법행위와 손해 사이의 개별적인 인과관계를 증명해야 하며, 그 증명은 회사가 해야 한다. 가령 100명의 파업으로 회사에 100원의 손해가 발생하면, 한국은 100명이 100원의 손해를 연대책임으로 배상해야 하지만, 프랑스는 손해 100원 중 노동자 1명이 얼마를 책임져야 하는지 일일이 따진다. 본회의에 통과된 노란봉투법의 내용은 경영계가 언급한 프랑스 사례에 더욱 가깝게 법안을 개정하는 것이다.

통과된 노란봉투법의 내용은 2023년 6월 선고된 대법원 판례의 취지를 이미 담은 내용이기도 하다. 2023년 6월 15일 쟁의행위를 결정·주도한 주체인 노동조합과 개별 조합원 등의 손해배상책임의 범위를 동일하게 보는 것은 헌법상 근로자에게 보장된 단결권과 단체행동권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을 뿐만 아니라 손해의 공평·타당한 분담이라는 손해배상제도의 이념에도 어긋나므로, 개별 조합원 등에 대해, 노동조합에서의 지위와 역할, 쟁의행위 참여 경위 및 정도, 손해 발생에 대한 기여 정도에 대해, 노동자별로 책임의 정도를 따져야 한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23. 6. 15. 선고 2017다46274 판결).

경영계가 제시한 프랑스 사례, 대법원 판례의 취지를 반영하여 개정한 것이므로, 이 부분과 관련하여 노란봉투법에 대해 반대하거나,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이유는 없다. '법치주의'를 강조하였던 점에서도, 대법원 판례의 취지에 따라 개정한 내용에 거부권을 행사할 이유는 더욱 없을 것이다.

사용자 범위 확대도 법원의 판결을 법률로 담은 것

또한 본회의에 통과된 노란봉투법에는 '근로계약 체결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그 범위에 있어서는 사용자로 본다'라는 내용이 추가되었다.

노동조합법은 노동조합이 단체교섭을 요구할 경우, 사용자가 이에 응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한다. 그런데 하청 회사의 노동자들은 원청 회사의 영향에 의해 자신들의 노동조건이 좌우되지만, 원청 회사는 하청 회사의 일일뿐 자신들은 직접 관계가 없다면서, 책임을 회피한다. 이에 대해 원청 회사는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으므로, 하청 회사 소속 노동자들의 단체교섭 요구에 응해야 한다고 개정한 것이다.

원청 회사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라고 표현한 부분은 기존 법원 판결 내용을 반영한 것이다. 법원은 '기본적인 노동조건 등에 관하여 그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주로서의 권한과 책임을 일정 부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정도로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경우에는 그러한 한도 안에서는 단체교섭의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었다(서울행정법원 2023. 1. 12. 선고 2021구합71748 판결, 서울서부지방법원 2019. 11. 21. 선고 2019노778 판결, 광주지방법원 2010. 9. 16. 선고 2010가합3423 판결 등).

대법원도 근로자의 기본적인 노동조건 등에 관하여 그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주로서의 권한과 책임을 일정 부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정도로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가, 노동조합의 자율적 운영을 훼손하고자 하는 등의 부당노동행위를 하였다면, 이에 대해 시정할 것을 명하는 구제명령 따라야 할 할 '사용자'라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10. 3. 25. 선고 2007두8881 판결, 대법원 2014. 2. 13. 선고 2011다78804 판결 등).

노란봉투법의 내용은 하청 회사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에 실제로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원청 회사에게 일정한 경우 하청 회사 노동자들이 노동조건에 대해 단체교섭으로 원청 회사와의 협상을 요구할 수 있다는 최근 법원 판결의 경향을 법률 규정에 반영한 것이다.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의 '법치주의'가 유독 노동자들 앞에서만 멈추는 것이 아니라면, '법치주의'를 강조하는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이 프랑스 사례와 법원의 기존 의견을 반영한 방향으로 개정된 노란봉투법을 반대할 이유가 없고,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이유는 더더욱 없을 것이다.


*참고문헌
-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의안번호 2123038]
- 김영일 전문위원,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의안번호 2123038] 체계자구검토보고서
-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이은주의원 등 56인)[의안번호 2117346]
- 오마이뉴스, 강현구 기자, <'노란봉투법' 반대하며 프랑스·영국 소환한 경총이 놓친 사실>, 2022년 9월 21일
- 박제성, <우리가 배워야 할 프랑스식 손배 계산법>, 2014년 3월, 시사인
- 조임영, <프랑스에서의 파업권의 보장과 그 한계>, 한국노동연구원 국제노동브리프, 2014년 4월
- 정병욱 변호사, <노란봉투법이 정치 쟁점이 될 수 없는 이유>, 매일노동뉴스, 2023년 11월 6일

태그:#노란봉투법, #대통령거부권, #국민의힘, #윤석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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