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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홍익표 원내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오른쪽은 정청래 최고위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홍익표 원내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오른쪽은 정청래 최고위원.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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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로 기울었던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의 입장이 다시 병립형 회귀로 변경되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인 정청래 의원은 선거는 '자선사업'이 아니라면서 병립형으로 회귀할 것을 시사하였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병립형에서는 국민의힘이 조금만 더 잘해도 더불어민주당에 매우 불리한 지형이 된다는 것을 잊은 것일까.

2020년 국회의원 선거 기준으로 국민의힘의 지지가 강한 영남권 지역구는 부산 18석, 대구 12석, 울산 6석, 경북 13석, 경남 16석으로 65석이다. 반면 민주당 지지가 강한 호남권은 전북 10석, 전남 10석, 광주 8석으로 28석이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각자의 강세 지역에서 의석을 가져가고, 국민의힘이 조금 더 선전하여 나머지 지역에서 절반씩 지역구를 나눈다고 가정할 경우, 병립형 비례대표제에서는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비례대표 의석수가 차이가 거의 없어지므로 민주당에 매우 불리한 싸움이 된다. 지역구에서부터 30석의 '접바둑'을 하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 등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예전부터 당론으로 주장했던 것은, 병립형에 비하여 더불어민주당의 의석이 적어지더라도, 국민의힘이 기존 선거제의 불합리함을 이용해 국민의힘이 국민으로부터 받은 표보다 더 많은 의석을 가져가는 것을 막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노무현 대통령이 권력의 일부를 한나라당에 주겠으니 선거제를 바꾸자고 했던 것이고, 보수정당은 지금도 연동형 제도를 반대하고 병립형으로 돌아가자고 하는 것이다.

실제로 2015년 새누리당은 <독일식 권역별 비례대표제도 시뮬레이션>이라는 대외비 보고서를 작성해 지도부에 보고했었다. 보고서의 주요 내용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선거를 할 경우 "새누리당의 단독 과반수 의석은 무너진다", "새누리당이 호남에서 얻는 의석수는 상징적인 수준인데 반해 민주통합당은 영남에서 의석이 대폭 신장된다"라면서, "새누리당은 현재 지역구 비례대표 병렬식 선거제도, 소선구제 하에서 과대 대표되는 정도가 가장 큰 정당"이고 "현행 선거법의 최대 수혜자 정당"이므로 '병립형' 선거제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병립형'으로 회귀하는 것은 새누리당의 위 보고서대로 따라가는 것이다.

지금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이 부족해 보여서, 더불어민주당이 쉽게 이길 것으로 보여서 병립형으로 돌아가도, 이길 것이라는 자만이 있기에 '자선사업' 같은 단어가 언급되는 것 아닐까.

하지만 국민의힘이 조금만 더 잘하여도, 과거 병립형 제도에서 국민의힘은 쉽게 과반 정당이 될 수 있다. 2012년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43%, 민주당은 36%, 통합진보당은 10%를 얻었으나, 새누리당이 과반 정당이 되었다. 수도권 지역구에서 새누리당이 43석, 민주당이 65석을 가져갔는데도 새누리당이 과반 정당이 되었다. 영남권 지역구 67석 중 63석을 새누리당이 가져갔기 때문이었다.

미숙하나 연동형을 지킨다면, 국민의 의사대로 반영되는 국회를 만들고, 국민의힘이 불합리하게 가져가는 의석을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길을 멈추지 않는 것이 된다. 병립형으로 돌아가는 것은, 판단 착오로, 보수정당이 받는 표보다 더 많은 의석을 가져가게 하여, 국민의힘이 30석 이상의 접바둑을 하는 시절로 돌아가는 것을 확정하는 역사상 가장 어리석은 결정이 될 것이다.

[참고자료]
2015. 7. 29.자 노컷뉴스 기사, <[단독] 與 내부문건 "현행 선거제도 최대 수혜자는 우리">, https://www.nocutnews.co.kr/news/4450615
2015. 7. 29.자 뷰스앤뉴스 기사, <새누리 문건 "독일식 비례대표 도입하면 과반수 붕괴">, https://www.viewsnnews.com/article?q=122917

태그:#더불어민주당, #준영동형, #병립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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