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팁 문화 도입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팁 문화 도입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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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모빌리티가 쏘아 올린 '팁(tip·봉사료)' 정책이 우리 사회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논란이 가열되는 모양새다.

먼저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7월 19일부터 자사 택시 호출 플랫폼인 '카카오T'에 가맹한 카카오T블루 택시(개인 가맹, 법인 가맹, 카카오 직영)에 한 해 기사가 별도 교육을 이수하고 승차 거부 없이 운영하는 경우 '감사 팁'을 받을 수 있는 기능을 시범 도입했다.

이번 '팁' 기능은 손님이 카카오T 앱으로 택시 호출 서비스를 이용하고 이용 후기에 만점인 별점 5점을 준 경우에만 팁 지급 창이 뜨며 손님은 1000원, 1500원, 2000원 중에서 골라 팁을 낼 수 있다고 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팁 지급 여부는 손님 자율이며 카카오모빌리티나 택시회사(법인 택시 경우)는 어떤 수수료도 가져가지 않는다고 전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쏘아 올린 엉뚱한 공

최근 '팁' 문화의 본산인 미국에서는 오히려 이 팁 문화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미국에서는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하면 15~20%의 팁을 주는 것이 자연스러운 관례였지만, 최근에는 물가가 상승하고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팁을 주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더욱이 코로나19 이후 키오스크와 같은 비대면 결제 시스템 도입한 음식점이 많아지고 직원이 서비스하지 않는 '셀프서비스' 음식점에서조차 팁을 요구하는 경우가 생기자 이 대한 거부감이 더욱 확산하는 분위기다.

이처럼 미국 내 팁 문화의 논란이 뉴스로 전해지는 와중에 카카오모빌리티가 느닷없이 이 '팁'이란 화두를 국내 택시업계에 쏘아 올렸다. 여기서 이 화두가 더 뜨거워지기 시작한 것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팁'을 요구하는 빵집이나 카페가 생겼다는 글이 올라오면서였다.

물론 극소수의 사례인 듯하다. 그리고 이들 몇몇 가게가 시도한 '팁'은 미국과는 그 결이 달라 보였다. 오랜 관행으로 암묵적 강요의 성격이 있는 미국의 '팁'과는 달리 논란 속 국내 가게들은 이 '팁'을 개성있는 홍보 수단이라고 생각한 듯하다. 즉, 우리 가게 서비스에 만족하여 후한 별점을 주실 생각이라면, 가게에서는 그걸 '팁'으로 주시는 게 어떤가요? 라고 조심스럽게 묻는 것으로 보였다.

배달비도 가게가 부담하는 우리나라에서 '팁'이요?
 
카페 사장님들은 팁 문화 도입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카페 사장님들은 팁 문화 도입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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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구에서 대형 브랜드 카페를 하는 사장 A씨는 다음과 같이 이번 '팁' 논란에 의견을 보탰다.

"예전에 카페를 하는 점주들끼리 '우리나라 카페 손님들은 요구하는 서비스가 많다. 외국처럼 팁도 안 주면서'라는 우스갯소리로 팁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어요. 서구 유럽에서 팁이 가능한 건 우리처럼 경쟁이 치열하지는 않아서라고 봐요.

좀 벗어난 이야기이지만 예전에 우리 정부가 여름철 전력 사용량 걱정으로 가게들이 에어컨 돌릴 때 문 열지 못하게 했잖아요. 그런데 홍콩은 아예 냉기를 문밖으로 쏘더라고요. 호객 행위하는 거죠. 그만큼 치열하다는 방증이고요. 그러니 홍콩 못지않은 우리가 어떻게 팁을 받겠어요.

우리는 카공족이 음료 한잔에 장시간 전기까지 사용해도 뭐라 못하잖아요. 이처럼 카페들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제공하던 서비스들이 언제부터인가 손님의 당연한 권리가 된 거죠. 그래서 최근에 일부 카페에서 타이머가 달린 콘센트를 사용한다고 하더라고요. 오죽하면 그러겠어요. 그래서 카페 사장들이 자조적으로 차라리 '팁'이라도 받아야 하는 거 아냐? 라고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가당치도 않죠"


서울 중구에서 대형 브랜드 카페를 하는 사장 B씨의 의견도 비슷했다.

"아무리 자율이라고 하지만 손님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하겠죠. 그러면 가게에는 도움이 안 되죠. 그리고 서로 불편할 것 같아요. 손님도 그렇고 사장 입장도 그렇고,

'팁'이란 항목이 쓰여 있으면 아무리 자율이라고 해도 부담스럽잖아요. '이거 꼭 내야 하나?'라고 생각할 거고. 앞에서 남이 내면 안 내기도 그렇고, 그렇게 부담스러운 상황이면 그 손님이 다음에 오겠어요? 안 오겠죠. 사실 '팁'이 아니라 전기요금만큼은 정말 받고 싶어요. 전기요금이 엄청 올랐잖아요."


이처럼 현장의 외식 서비스 자영업자들에게 '팁'은 아예 농담의 영역으로 취급하는 분위기였다. 인터뷰 중 자신들처럼 접객 전문 카페에 음료를 배달로 주문하면서 당연히 부담해야 하는 '배달비'조차 비싸다는 손님의 항의가 심심치 않은 상황, 그리고 치열한 경쟁에서 제 살 깎아 먹는 걸 알면서도 배달비 일부를 가게가 부담하는 현실에서 '팁'은 언감생심이라는 의견이었다.

미국의 '팁', 저임금 노동자의 생계 수단

현재 미국 내에서 뜨거운 감자인 '팁' 문화의 역사를 조사해 보면, 미국의 팁은 과거 일부 고급 음식점에서 영국 귀족의 문화를 흉내 내던 것이 시작이었다고 한다.

이후 팁 문화가 서비스 산업 전반에 확산하자 직원의 최저임금을 부담스러워하던 사업주들이 종사자 임금의 일부를 팁이란 명목으로 손님에게 전가하면서 변질된다. 그렇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종사자들의 수입을 보충하는 중요한 방법으로 자리 잡은 것이 현재의 미국 팁 문화다.

이 때문에 미국 일부 주에서는 팁이 종사자들의 최소임금을 보완하는 역할을 하니, 이를 공적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요구가 생겼다. 캘리포니아 등 일부 주에는 실제 이같은 요구를 반영해 '고용주가 직원들이 받은 팁의 일부를 가져가는 것을 금지'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법 조항을 마련하기도 했다. 

이처럼 미국에서 팁이 서비스 산업에서 자리 잡은 이유는 급여 체계의 불안정성, 문화적 요인, 서비스 품질과 보상의 관계, 그리고 경제적 영향 등 여러 요인의 상호작용에 기인한 것이다.

이런 역사적 배경을 가진 미국조차 앞서 밝힌 듯 코로나19 이후 급격하게 진행된 비대면 서비스 도입으로 이제는 '팁'에 대한 반감이 갈수록 고조되는 분위기다. 하물며 주문과 결제는 물론 음식 서빙조차 사람이 아닌 로봇이 수행하는 풍경이 전혀 낯설지 않은 대한민국의 외식 서비스 업계에서, 그리고 급격히 인상된 택시비에 오히려 승객이 줄고 있다는 택시 업계에서 '팁'은 하나의 해프닝으로 끝날 듯싶다.

태그:#팁, #봉사료, #카카오, #자영업, #팁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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