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약 3000억 원(환율 1380원 기준). 지난 2003년 외환은행을 헐값에 사들여 2012년 수조원대 차익을 보고 되판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 측에 앞으로 대한민국 정부가 물어주게 될 배상금 액수다.

세계은행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중재판정부는 지난 8월 31일 한국 정부에 론스타 제소 건과 관련해 2억 165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3000억 원에 달하는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이에 더해, 우리 정부는 2011년 12월 3일부터 배상금 지급일까지 총 1370만 달러(약 189억원)에 해당하는 이자도 물어줘야 할 처지다. 

당장 정부는 판정에 불복해 이의신청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한동훈 법무부장관은 중재판정부 결정이 있던 날 "이번 판정을 수용하기 어렵다"며 "취소 신청 등 후속 조치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헀다. 또 지난 1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참석해 "내부적인 판단으로는 (취소 신청)이 충분히 우리에게 승산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7일 <오마이뉴스>가 취재한 3인의 전문가들은 일제히 "정부의 취소 신청이 실제로 인용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입을 모았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국제통상위원장을 지낸 송기호 변호사와 론스타를 집요하게 추적해 온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인 이상훈 변호사의 이야기다.

이들은 오히려 "취소 신청이 자칫 시간 끌기로 이어질 수 있다며, 관련 판정문 정보들을 우선 정확하게 공개해 론스타 사태를 만든 책임자들을 가려내고 책임을 묻는 데 정부가 힘을 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취소 신청, 사실상 승산 없는 이유

"괜한 착시와 혼란을 만드는 대단히 잘못된 발언이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국제통상위원장을 지낸 송기호 변호사는 한 장관의 지난 1일 발언을 '희망고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송 변호사는 "판정 무효 신청은 우리가 아는 소위 '2심'이 아니다. 판정이 잘못된 것인지 따지기 보다 5가지 판정 무효사유에 해당하는지 살펴보는 것"이라며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면 판결이 뒤집힐 확률은 극히 드물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이기도 한 이상훈 변호사 역시 "역사적으로 ICSID의 취소 인용 확률이 낮은 만큼 취소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실제 중재판정부 판정이 취소될 수 있는 사유는 ▲재판소가 제대로 구성되지 않음 ▲재판소 권한 유월(초과) ▲재판소 구성원 부패·절차규정 위반·판정의 근거(이유) 불기재 등 총 5가지다. 이미 내린 판정의 근거를 재검토한다기 보단 판정부의 부정을 발견했다거나 판정 과정에서 문제가 없었는지 등 '절차'를 살피는 취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판정이 취소되는 경우도 많지 않다. 지난 1966년 ICSID 출범 이래 지난해까지 접수된 취소 신청 건수는 총 133건. 이중 15%에 해당하는 20건만 내용의 전부 또는 일부가 인용돼 취소됐다.

론스타 사태, 3000억원의 교훈
 
한덕수 국무총리와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00회 국회(정기회) 1차 본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00회 국회(정기회) 1차 본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관련사진보기

 
결국 우리 정부가 벌금을 낼 수밖에 없는 처지라면, 3000억 원의 배상애게 대해 반면교사 삼아 다시는 비슷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그리고 그 첫 번째 단계로, 전문가들은 판정문 전문을 공개해 과거 론스타 사태를 일으킨 장본인들을 추려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송 변호사는 "누가 어떤 행위를 했길래 국민이 세금으로 그 몫을 배상해야 하는지 '전문'을 통해 규명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이익 보는 사람은 따로 있고, 피해는 오롯이 국민이 보는 구조가 고착화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특히 2012년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매각할 당시 관여했던 경제 관료들을 색출해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 역시 "당시 IMF로 국가 경제가 어려워진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소수의 엘리트 경제 관료가 밀실 속에서 소위 '일을 저질렀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며 "시정할 기회가 여러 번 있었는데도 경제 관료들 위주의 폐쇄적인 결정이 해결을 요원하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특히 윤석열 정부가 중용하고 있는 소수의 엘리트 경제 관료들 중 론스타와 관계된 인물이 많다.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대표적"이라고 꼬집었다. 

추경호 부총리 뿐 아니라 한덕수 국무총리, 김주현 금융위원장 등 윤석열 정부의 핵심 최고위 경제관료들이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2003년)할 때나 하나금융지주에 매각(2012년)할 당시 관련 결정을 내리는 자리에 있었다. 

특히 이번 ICSID 판정에서 판정부가 우리 정부 측 과실을 일부 인정한 매각시의 '고의 인수 승인 지연'과 관련해, 당시 추경호 부총리는 금융위 부위원장을, 김주현 위원장은 금융위 사무처장을 맡고 있었다. 추 부총리는 지난 2003년 외환은행을 론스타 측에 매각할 당시 재정경제부 은행제도과장으로서 실무에 직접 관여했고, 한 총리는 2003년 론스타의 법률대리를 맡았던 김앤장의 고문으로 재직했다.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가 지난 2003년 10% 넘는 외환은행 지분을 사들이도록, 금융당국이 '예외 승인'을 결정하는 데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 주도적으로 관여한 정황이 드러났다.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가 지난 2003년 10% 넘는 외환은행 지분을 사들이도록, 금융당국이 "예외 승인"을 결정하는 데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 주도적으로 관여한 정황이 드러났다.
ⓒ 류승연

관련사진보기

 
"정부 입김에서 자유로운 민간 금융 감독 기구 출범해야"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역시 "론스타 사태를 일으킨 책임자를 찾아 책임을 묻고 이들의 재산을 환수하는 내용의 특별법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기회에 금융감독기구가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금융감독체계를 개편하는 데 시동을 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교수는 "지난 2003년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사들일 당시 금융당국이 인수 예외사항을 적용하는 등 어딘가 석연찮은 지점들이 많았다"며 "아직 밝혀지지 않은 내용이지만, 누군가 위에서 찍어눌렀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도 금융감독을 하려 해도 정부·정치권으로부터 압력을 피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공적 역할을 하는 민간 기구가 금융감독 기능을 담당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밖에도 송 변호사는 투자자-국가 간 분쟁해결절차(ISDS)가 사실상 외국인 투자자만을 위한 특권이라고 보고 폐지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적이 어떻든 국내에서 경제 활동을 해 돈을 벌었으면 한국 법원에서 판단해야 할 일인데, 외국인 주주라는 이유로 국제 무대로 한국 정부를 끌고 가고 있다"며 "우리 정부는 현재 (미국계 사모펀드) 엘리엇과 관련한 1조원대 ISDS 판정도 앞두고 있다. 패소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댓글6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안녕하세요. 오마이뉴스 류승연기자입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