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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 집단해고 사태해결을 위한 노동시민사회단체 공동대책위원회 회원들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를 방문해 로비에서 농성중인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를 응원하고 있다.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 집단해고 사태해결을 위한 노동시민사회단체 공동대책위원회 회원들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를 방문해 로비에서 농성중인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를 응원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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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은 집단해고 후 고용승계를 주장하며 한 달 넘게 차가운 대리석 바닥에서 농성하고 있다. 그런데 일부 경제신문에서 노동조합의 고용승계 요구가 무리라는 주장을 펼친다. 

65세가 지난 노동자들의 고용승계 요구가 무리할 뿐 아니라 자신들의 일자리만 지키려는 이기적인 요구라는 지적이다. 이는 LG가 100% 출자한 자회사 S&I, S&I와 계약을 맺은 지수INC가 적극 퍼뜨리고 있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당신 주변의 70세 노동자

LG트윈타워 노동자들에 따르면 사측은 건강하면 65세 이후까지 일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런데 회사는 2019년 3월이 돼서 돌연 정년이 65세라고 발표했다. 갑자기 65세가 지나면 일할 수 없다고 하는데, 이를 노동자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정년 70세 요구는 가뜩이나 일자리가 부족한 시대에 무리하고 이기적인 주장이라고 얘기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짚어야 할 점은 정년이 70세인 사업장에서 일하는 청소노동자들이 꽤 많다는 점이다. 

고려대, 홍익대, 숙명여대 등 많은 대학의 청소노동자들의 정년은 70세다. 민주노총 사업장이기 때문이 아니다. 한국노총 조합원이 다수인 중앙대와 광운대도 그렇다. 대학 사업장만 그런 것도 아니다. 프레스센터, 한국거래소, 수출입은행 등 많은 건물의 청소노동자 정년도 70세다.

정년은 65세이지만 기간제나 촉탁으로 계약을 연장해 68세~71세까지 일할 수 있는 곳도 많다. 국회 청소노동자의 정년은 65세이지만, 원할 경우 만 68세까지 기간제 노동자로 일할 수 있다. 직접고용으로 전환된 동국대 청소노동자의 경우 마찬가지로 정년은 65세지만 촉탁직으로 최대 71세까지 근무할 수 있다.

노조가 없는 사업장도 비슷하다. 지난 2000년  파주비정규직지원센터가 공동주택 132개 단지를 조사한 결과 경비노동자의 평균연령은 68.1세, 청소노동자의 평균연령은 67.8세였다. 안양시 노사민정협의회의 안양지역 공동주택 111개 단지에 대한 조사 결과에서도 경비원의 평균 연령은 67.6세였고 70세 이상도 37.6%나 됐다. 우리는 주위에서 70세에도 일하는 수많은 청소·경비 노동자들을 볼 수 있다.

청소노동자들의 정년이 65세를 넘는 이유는 노동자들이 요구했고 싸웠기 때문만은 아니다. 자본의 이해관계에도 어느 정도 부합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과 고용보험에 들어가는 비용을 아낄 수 있고, 저임금으로 숙련된 노동력을 부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회사는 그 과정에서 온갖 방법으로 노동자들을 더 쥐어짠다. 70세까지 쓰긴 쓰는데 4개월, 6개월, 1년으로 잘라가며 더 임금을 줄이고 노동강도를 높인다. 눈에 나면 가차 없이 자르려 한다. 이 때문에 정년 70세는 노동조건 악화와 고용유지를 위해 중요한 것이다. 

이들은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가 아니다

만약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이 '정년 65세' 혹은 '정년 70세' 주장을 한다면 지지하지 않을 수 있다. 이는 젊은이들에게 길을 열어주는 게 아니며 일자리 확대와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가난한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의 삶을 끌어올리는 요구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청소 노동자들의 처지는 그들과 너무나 다르다. 정년 연장의 성격도 다르다. 청소노동자들은 50~60대에 청소 일을 시작한다. 아무리 청소 일을 시작하는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다고 해도 청소노동자들의 압도적 다수는 50~60대다. LG 청소노동자들도 대부분 50대 이후에 이 일을 시작했다. 

젊은층의 일자리를 뺏는 일자리가 아니다. 그들은 최저임금도 제대로 받고 있지 못하고 있다. LG트윈타워 노동자들의 임금은 170여만 원뿐이었다. 아무런 상여금도 아무런 복지도 없었다. 이들은 조금이라도 더 일하게 해 달라고, 임금이 낮아도 좋고 힘들어도 좋으니 더 일하게 해달라고 절규했다. 

만약 복지제도와 사회안전망이 어느 정도라도 갖춰져 있다면 노동자들의 판단과 요구는 달라질 것이다. 프랑스는 한국과 달리 상대적으로 사회복지제도가 잘 발달돼 있기 때문에, 노동자들은 주로 '정년 연장'이 아니라 '정년 단축'을 요구한다. 우리에게는 최소 생계도 제대로 보장할 수 없는 국민연금과 쥐꼬리만 한 노령연금뿐이다. 고령화는 아주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데 최소한의 사회복지 제도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노인빈곤율 1위가 이 나라 가난한 노인들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LG트윈타워 노동자들의 발언에는 이 얘기가 빠지지 않는다. 해고는 사형선고다, 해고는 나만이 아니라 가족 전체가 죽으란 얘기다. 혼자 살거나 혼자 살지 않더라도 남편이 병에 걸렸거나 가계가 망가져 자신의 노동이 없으면 살아갈 방도가 없는 노동자들이다.

청소업의 특성, 진입 조건, 연령, 노동자의 처지를 두루 살핀다면 막무가내로 정년 연장을 반대할 일이 아니다. 노인들이 극심한 가난에 시달리지 않고 지금까지 사회에 이바지한 당연한 권리로 충분한 복지와 경제적 안정을 누릴 수 있기 전까지 이 가난한 노동자들에게 어떤 선택이 있을 수 있을까. 이들에게 정년 연장 요구는 그야말로 절실한 생존의 요구이지 않나. 이 생존의 요구까지 무시하는 게 정도경영인가, 노동존중인가?

고용승계와 인원충원은 불가능?
 
2020년 12월 30일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의 농성장을 찾은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소속 우원식, 박홍근, 박영순, 이동주 의원. 청소노동자들은 지난 12월 16일부터 집단해고에 반발해 파업에 들어갔다.
 2020년 12월 30일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의 농성장을 찾은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소속 우원식, 박홍근, 박영순, 이동주 의원. 청소노동자들은 지난 12월 16일부터 집단해고에 반발해 파업에 들어갔다.
ⓒ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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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노동자들만이 힘든 게 아닌데, 정년을 연장하면 다른 사람들이 일할 수 없지 않냐고 얘기할 수 있다. 정년이 지난 사람이 나가야 다른 사람도 기회를 붙잡을 수 있지 않은가라는 문제제기다.

그런데 LG트윈타워에서 65세가 넘은 노동자들을 자르면 사측이 인원을 더 충원할까? 이런 방식의 인원 감축은 수많은 곳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다.

더 중요한 문제가 있다. 기존 인원의 고용승계와 인력 충원은 불가능한 게 전혀 아니다. 구광모 회장의 고모인 구훤미, 구미정씨가 지수INC에서 빌딩 바닥 한 번 닦지 않고 가져간 배당금만 200억이 넘는다. 이게 바로 노동자들의 피와 땀이었는데, 노동자들은 한 사람이 3~4개 층을 맡으면서 일해야 했다.

LG트윈타워는 지상 34층, 높이 143미터의 쌍둥이 빌딩이다. 연면적 4만 평이다. 80여 명으로는 감당할 수 없다. 이 거대한 건물을 더 많은 노동자가 청소하면 안 되나. 왜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노동강도를 낮춰 일자리를 늘리면 안 되나? 200억원의 10분의 1만 써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계속 최소 인원으로 최대한 일을 시키지 않으면 된다.

S&I가 새로 계약한 백상기업은 다른 곳에선 모두 고용승계를 다 했다. 그런데 유독 LG트윈타워에서만 안 된다고 한다. 백상기업은 기존 인원을 그대로 가져갈 수 없다고 주장한다. 코로나 감염자가 발생해 아무도 들어가지 않는 층에까지 들어가 일했던 노동자들에게, 지난 10년 동안 호텔보다 더 깨끗이 청소한다는 평가를 들었던 노동자들에게 말이다. 

대통령이 공약으로 약속했지만...

서울남부지방법원은 19일 공공운수노조와 트윈타워 청소노동자의 쟁의행위가 가능하다는 가처분 결정을 내렸다. 즉, 원청인 LG가 청소노동자들의 집회 시위를 감당해야 한다는 뜻이다.

LG트윈타워 집단해고의 본질은 원청인 LG의 노동자 탄압이다. 청소노동자의 노조할 권리를 막지 않고 온전하게 고용승계를 실시하면 될 일이다. 정년 연장 요구가 무리한 요구가 아니며, 정당하고 절박한 생존권 요구일 수밖에 없다. 노조는 정년 문제는 충분히 협의할 수 있다고도 얘기했다. 하지만 사측은 협의조차 거부했다. 

기업과 사회가 자신들을 지탱하기 위해 수많은 시간 헌신했던 밑바닥 노동자들에게 아무런 생존의 대안도 제시하지 않으면서 갑자기 정년을 이유로 해고를 밀어붙이는 일을 어찌 정당하다고 할 수 있는가? 나아가 노년의 가난과 실업 대안을 만들어내지 못한 책임을 왜 무조건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는가?

이명박 정부도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을 만들었다. 문재인 정부는 5060신(新)중년 일자리를 지키겠다고 하면서 청소·경비·용역업체 변경 시 고용승계 의무화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정년 핑계나 노조 건설을 이유로 고용을 승계하지 않는 일이 너무나 비일비재하게 일어났기 때문이다. 물론 보호지침 제대로 시행되지 않았고 공약은 아직 아무런 소식이 없다. 언제까지 이 절규가 되풀이되어야 하는가?

덧붙이는 글 | 이용덕 시민기자는 LG트윈타워 집단해고 사태해결을 위한 노동시민사회단체 공동대책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태그:#LG_청소노동자, #청소노동자_정년, #노조할_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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