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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성공단 1호 기업으로 입주한 유창근 대표.
 개성공단 1호 기업으로 입주한 유창근 대표.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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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행위 자체는 도무지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하룻밤 마음을 정리하고 들여다보니 북한 나름대로 (개성공단의 ) 재산권 문제를 고민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북한이) 개성공단에 대한 책임감이 있었다고 본다. 기업의 시설물, 공장을 폭파하지 않았다는 게 증거다. 개성공단을 포기하기는 이르다."

개성공단 1호 기업으로 입주한 유창근 SJ 대표는 17일 <오마이뉴스>와 만나 '북한의 암묵적 메시지'를 강조했다. 북한이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긴 했지만, 개성공단 내 공장은 훼손하지 않았다는 걸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처음 폭파 사실을 들었을 때 "가짜뉴스라고 생각했다"는 그는 "폭파에 분노하기보다 냉정하게 사안을 바라보기로 했다"라고 입을 뗐다. 

"북한, 개성공단 쉽게 부수지 않을 것"
 
▲ 개성공단 1호 기업으로 입주한 유창근 대표 "북한, 개성공단 내 공장 왜 폭파하지 않았을까?"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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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후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전격 폭파했다. 365일, 24시간 남북 간 새로운 소통과 협력의 창구는 외벽이 사라진 채 기둥만 남았다. 유창근 대표는 "간밤에 한숨도 잠을 자지 못했다"라면서 충혈된 눈으로 어렵게 말을 이어갔다.

"한 번도 개성공단을 포기한 적 없다"라는 그는 폭파 당시 영상을 보고 또 봤다. 그러다 문득 '희망'을 발견했다. 누군가는 '아직도 포기하지 못했냐'라고 힐난할지도 모르지만, 유 대표는 "북한이 무언의 메시지를 보냈다"라고 확신했다.

그는 북한이 최소한 개성공단 124개 가동기업을 건드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유 대표는 "연락사무소는 남북 정부의 시설이지만, 개성공단에 있는 공장은 이야기가 좀 다르다"면서 "투자자가 있고 북한도 투자보장을 약속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북한도 최소한 공장은 건드리지 않은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말대로 16일 국방부가 공개한 폭파 영상을 보면,  4층 높이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건물은 형체를 알아보기 힘든 수준으로 망가졌다. 연락사무소 바로 옆에 위치한 15층 높이의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도 폭파의 충격으로 창문이 깨졌다. 하지만 그 외 개성공단 100만평 가운데 40여만평에 들어선 124개 기업과 70여 개의 영업소가 훼손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유 대표는 "북한도 개성공단 자체를 파괴할 생각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게 기업인들의 마지막 희망"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개성공단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겼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유 대표가 그렇게 말한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2004년부터 입주 1호 기업으로 개성공단에 입주한 그의 회사에 북한의 고위 간부들이 방문하며 했던 말 때문이다.
 
 개성공단 입주 기업 대표자들이 16일 오후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는 뉴스를 접한 뒤 카카오톡 단체 대화창에 올린 대화 내용.
 개성공단 입주 기업 대표자들이 16일 오후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는 뉴스를 접한 뒤 카카오톡 단체 대화창에 올린 대화 내용.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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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의 공장들은 외국인들 방문이 잦았다. 남북이 평화를 만들어 가는 과정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공장은 유독 북한의 고위간부가 많이 방문했다. 그들은 매번 '고맙고 미안하다'고 말했다."

북한 간부들이 유 대표의 공장에 자주 방문했던 건 그의 공장에 취업한 이들 때문이다. 개성공단 입주기업 가운데 섬유 공장 비율이 50% 이상을 차지한다. 하지만 유 대표의 공장은 자동차 부품을 만들면서 380명의 북한 노동자를 고용했다. 이 중 연구인력만 100여 명에 달했다. 북한에서 최고 엘리트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알려진 김일성종합대학과 김책공업종합대학 졸업생들을 고용해 기술개발에 힘썼던 것.

유 대표는 "개성공단은 값싼 노동력이 있는 곳이 아니다, 그보다 양질의 노동력이 있는 기회의 공간"이라면서 "전 세계 최빈국 중에서 고등교육까지 의무교육인 나라는 북한밖에 없다, 실제로 대학을 졸업한 이들의 습득력은 월등히 뛰어났다"라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유 대표는 개성공단을 여전히 '기회의 장'으로 보고있다. 그는 2016년 2월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 결정에 모든 원부자재와 제품·생산설비를 고스란히 두고 왔다. 하지만 개성공단에 파견했던 20여 명의 남측 직원은 단 한명도 해고하지 않았다. 언젠가는 개성공단의 문이 반드시 열린다는 확신 때문이다.

"개성공단은 북한에도 남한에도 도움이 되는 시설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2019년 신년사에서 '개성공단의 조건 없는 재개'를 말한 것도 남북협력이 북한에도 도움이 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최근 북한의 행동을 보면, 남북이 냉랭했던 2000년 6·15전으로 돌아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북한도 극단적 선택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 믿는다."

유 대표는 "남북관계도 개성공단 재개도 아직 포기하기는 이르다"라면서 "누군가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할 수도 있지만, 개성공단에서 13년간 북한 사람들과 일한 나로서는 북한도 쉽게 개성공단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 확신한다"라고 힘을 줬다.

한편, 이날 개성공단에 입주한 기업인들은 서울 영등포구 개성공단기업협회 사무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개성공단은 남북 주민들의 땀과 열정, 민족 정신이 서린 곳"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개성기업인들의 사업의지를 꺾지 말아달라"라고 북한에 호소했다.
 
 정기섭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장과 입주 기업 대표들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개성공단기업협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 따른 남북관계의 파국을 우려하며 남북정상 간 공동선언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정기섭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장과 입주 기업 대표들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개성공단기업협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 따른 남북관계의 파국을 우려하며 남북정상 간 공동선언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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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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