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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세에 한국 정부의 적절한 대응이 세계에 알려지면서 한국형 모델이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실제 한국의 의료공공성은 매우 낮은 수준이며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기를 거치는 동안 더욱 가속화 되어왔다고 지적한다. 감염병 대응책으로서 단기적 시야의 '공공의료'를 넘어 우리나라 의료체계 전반의 틀을 재고하는 '재난 이후의 공공의료'를 고민한다. [기자말]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코로나19 진단시약 긴급사용 승인 기업 중 하나인 송파구 씨젠에서 연구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코로나19 진단시약 긴급사용 승인 기업 중 하나인 송파구 씨젠에서 연구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2020.3.25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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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으로 세계가 공중보건 위기와 이를 방아쇠로 한 경제 위기에 맞닥뜨리고 있다. 역병에 대처하는 현대적 방식으로 알려졌던 백신이나 치료제가 현재 없고, 백신 개발에도 최소 12개월~18개월 이상 걸릴 것이라는 예상이다. 하버드 보건대학원의 한 연구에 따르면 백신이 없는 상태에서는 2022년까지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야 하며 2024년까지도 전 세계적 유행이 계속될 수 있다는 예상이다. 한마디로 재난이다.

나오미 클라인(Naomi Klein)은 재난 상황을 이용해서 자신의 이윤을 관철하려는 자본주의의 행태를 재난자본주의라고 부른 바 있다. 1997년 IMF 금융위기로 잘 알려진 동아시아 경제위기를 통해 공기업 민영화, 비정규직 양산이 관철되었던 한국 사회에서도 이런 '재난자본주의'는 낯설지 않은 것이다.

재난 자본주의는 재난을 이용해 그 해결책을 제시하는 척하면서 사실은 해결책과 무관하거나 반대 방향으로 사회정책을 조정한다. 그 결과 사회적 약자들이 더욱더 피해를 크게 보며 양극화는 심화하여 사회는 재난에 더욱 취약해진다. 바로 우리 눈앞에서 그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데 그것이 이른바 원격의료 그리고 바이오산업 규제 완화로 드러나고 있는 한국의 바이오·헬스 '4차산업혁명'이다.

원격의료와 K-바이오의 환상

원격의료부터 보자. 문재인 정부는 비대면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하면서 그 예로 원격의료를 들고 있다. 감염병 전염을 막기 위해 '대면하지 않는 의료'를 해야 한다는 것이니 그럴듯하게 들린다. 그러나 조금만 더 생각해 보면 코로나19 유행 때 코로나 환자를 치료한 의료진들의 상징이 무엇이었나. 방역 가운과 N95 마스크, 고글과 이것을 조여 쓰다가 생긴 상처 위의 밴드 아니었던가. 

코로나 환자를 원격으로 진료했던 예는 경증 환자를 관리했던 서울대병원의 문경 생활치료시설이 전부였는데 이 경험은 제대로 검증된 바가 없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혈압이나 체온 등을 원격으로 관리했다고 하는데 사실 이러한 정도는 다른 생활치료 시설에서 했던 것처럼 환자 자신이 혈압계나 체온계로 스스로 측정하고 이를 의료진에게 알리는 정도면 충분하다. 이를 무슨 원격진료 진단기기라든지 원격진료 시스템의 성과라고 설명하는 것은 너무 지나치다.

또 하나 대면 진료를 대체한 경우는 주로 대형병원에서 고혈압이나 당뇨 환자들이 받던 약을 전화 진료를 통해 처방을 받은 예이다. 빅5 등 대형병원의 고혈압, 당뇨 환자들 중 상당수가 이런 원격의료로 처방을 받았다. 그러나 이러한 예는 우리나라 대학병원 외래환자 중 상당수가 경증 환자였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환자들은 동네 의원에 다녀야 할 환자이고 대형병원의 환자 쏠림을 보여주는 현상일 뿐이다.

그런데도 비대면 진료를 통해 문재인 정부는 애초 박근혜 정부 때부터 추진해왔던 원양어선 선원 진료(이미 하고 있다)에 덧붙여 사실상 방문 진료가 더 필요한 독거노인이나 보다 의료접근성을 높일 필요가 있는 교도소, 섬 및 산간벽지, 군부대 등에 원격의료를 허용하자고 주장한다. 

산간오지나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이들에게는 원격의료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돈이 안 되어도 병원 운영을 하는 공공병원과 의료진이 필요하다. 원격의료로 코로나 환자를 치료할 수 없는 것처럼, 원격의료로는 분만도 받을 수 없고 맹장 수술도 할 수 없다. 백령도에서 맹장염 환자가 발생할 경우, 강원도 전방 군부대에서 총기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필요한 것은 헬리콥터, 그리고 가까운 공공병원이지 원격의료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이른바 'K-바이오' 즉 바이오산업이 한국의 코로나 대응이 다른 나라보다 뛰어나게 된 밑받침이었다는 주장도 과장에 가깝다. 한국의 빠르고 정확한 코로나 진단이 한국의 방역을 가능하게 한 하나의 요소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에 수출을 하게 된 진단키트는 기술적으로 특별히 혁신적이라서 가능했다기보다는 한국이 다른 나라에 비해 코로나19에 한 달 내지 한 달 반 정도 빨리 대응했던 것에 기인한다. 코로나19 RT-PCR(실시간 중합효소연쇄반응)의 진단 시약을 신속히 승인하고 진단키트를 수출하는 현재 상황을 마치 한국 바이오산업에 대한 규제 완화가 이루어낸 성과처럼 선전해서는 매우 곤란하다. 

한국의 바이오산업은 코오롱 인보사 사건에서 보듯이 그 실체가 불분명하며 주식시장에서도 바이오 버블이라는 평가가 내려지고 있다. 최근의 신라젠 사건도 마찬가지다. 

공공의료 축소와 의료민영화·영리화의 역사

한국의 의료민영화는 길게 보자면 1987년 민주항쟁과 노동자 대투쟁으로 1989년 전 국민 건강보험이 도입되어 의료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음에도, 역대 정부가 공공의료기관을 늘리지 않았던 것에서부터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즉 공공의료를 늘리지 않으니 그 의료수요를 사립병원이 담당하게 되었고 1970년대 병상 기준으로 40%에 달하던 공공의료는 대기업들의 병원 사업 진출과 사립대학병원들의 경쟁적인 몸집 부풀리기로 2000년대에 들어서면 이미 10% 정도로 축소되었던 것이다. 이처럼 '재정은 (건강보험을 통해) 공적으로, 의료공급은 (사립병원을 통해) 사적으로' 운영하는 한국의 모순적인 의료시스템은 병원 자본과 민간의료보험 자본에 계속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더 자세히 살펴보면 김대중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 권고에 따라 경제자유구역 내 영리병원 설립 허용을 추진했다. 또 실손형 의료보험을 허용함으로써 의료민영화의 초석을 놓았다. 노무현 정부는 이를 더욱 강력히 추진해 법으로 제주도와 경제자유구역의 영리병원을 허용했고 실손의료보험 활성화 정책을 내놓았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가 출범해 이미 원격의료(당시에는 e 헬스산업), 여러 영리병원 허용, 민영의료보험 활성화를 내용으로 하는 의료산업화정책을 추진했다. 영리병원 허용 추진은 당시 보건의료운동의 거센 반발로 무산되었고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도 황우석 사건으로 추진력을 잃었다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이명박 정부는 아예 인수위 시기부터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 영리병원 허용, 민간보험 활성화를 노골적으로 추진하다가 2008년 촛불에서 100만의 시위대가 의료영리화 반대를 외치자 건강보험 민영화는 없다고 대국민 반성을 했다. 그러나 임기 말까지 병원경영지원회사 MSO를 통한 영리병원 우회적 허용, 경제자유구역과 제주도 영리병원 허용, 국민건강보험 의료데이터 민간보험 공유 등을 끊임없이 시도했다. 

박근혜 정부도 이에 더하여 건강관리 서비스 민간기업 허용, 병원 영리자회사 허용 등을 법이 아닌 가이드라인으로 허용하려고 했고 원격의료를 추진했다. 이 모든 것은 '창조경제'라는 이름으로 추진되었다. 이러한 시도가 좌절된 것은 국민의 반대 여론이 워낙 높기도 했지만, 세월호 참사로 인한 박근혜 정부의 지지도 추락, 메르스 사태 당시 삼성병원 보호 등 박근혜 정부의 엉터리 대응으로 의료영리화가 전혀 설득력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끝내 제주도에 최초의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을 허용하고야 말았다.  

문재인 정부와 의료민영화·영리화
 
 
 2014년 박근혜 정부 시기 ‘의료민영화·영리화저지와 의료공공성강화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는 의료민영화 정책 반대 100만인 서명운동을 전개한 바 있다
 2014년 박근혜 정부 시기 ‘의료민영화·영리화저지와 의료공공성강화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는 의료민영화 정책 반대 100만인 서명운동을 전개한 바 있다
ⓒ 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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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는 촛불 정부를 자임한 만큼 의료영리화 추진만큼은 안 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도 처음에는 '혁신성장'이라는 이름으로, 지금은 '4차산업혁명'이라는 이름으로 사실상 박근혜 정부의 의료영리화를 그대로 따라 하고 있다. 제주도 영리병원을 제주도 관할 문제라고 책임을 넘겨 제주도지사가 영리병원을 추진하게 방관했던 것은 이 정부의 태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그뿐이 아니다. 건강관리 서비스 민영화는 가이드라인을 내서 현재 건강관리형 실손의료보험이 판매되고 있으며, 빅데이터라는 이름으로 건강보험자료를 민간의료보험과 공유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또 야당일 때 반대하던 규제샌드박스를 입법하여 지역적으로 규제 완화 및 의료민영화가 가능하도록 했고, 보건의료기술진흥법으로 대형병원에 영리자회사를 허용하는 조치를 시도하고 있다. 이쯤 되면 박근혜 정부가 못한 의료영리화를 더 효율적으로 추진하는 중이라고 말할 수 있다.

지금 코로나19 팬데믹을 맞이한 상황에서도 문재인 정부는 공공의료를 대폭 늘리자는 정책을 외면하는 대신, 의료민영화·산업화 정책을 더욱 가속하는 모멘텀으로 삼으려는 모습까지 보인다.

공공의료 확대는 지금 추진하지 않으면 국민의 생명이 위태로운 절체절명의 과제다. 대구에서 단 10%의 국공립병원들이 4분의 3의 코로나 환자를 담당했다는 사실, 그동안 어디 있는지도 모르던 10%의 서울의료원과 서울시립병원들, 국립중앙의료원 등 국공립병원이 서울의 71% 코로나 환자를 담당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코로나19는 이제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초기의 성공적 대응이 공공의료기관과 인력의 헌신적인 대응으로 겨우 이루어졌음을 망각하고 문재인 정부가 4차산업혁명이라는 이름으로 의료를 산업 취급하면서 의료영리화를 계속 추진하고 공공의료 확대를 끝까지 외면한다면 이는 국민들의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조치가 될 것이다. 그리고 이는 과거 정부의 예에서 보듯이 거센 국민적 저항을 부를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우석균 님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대표입니다. 이 글은 <월간참여사회> 2020년 5월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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