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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기한 지나면 못 먹어? : 유통기한의 「프레임」
 유통기한?
 유통기한?
ⓒ 변민우, 한국식품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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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 구입 시 주로 어떤 것들을 고려하시나요? 아무래도 맛과 가격, 선호 등이 가장 중요한 요소이겠으나, '먹는' 제품이다 보니 유통기한에 대한 고려를 안 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특히나 신선식품에 대해서는 그 기준이 까다로워지곤 하는데요. 유통기한을 볼 때마다 한가지 궁금증이 생기곤 합니다. '과연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은 못 먹는 걸까?'. 오늘은 이에 대한 궁금증을 파헤쳐 보고자 합니다.

유통기한은 '제조된 제품이 시중에 유통될 수 있는 기한'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소비자에게 판매가 허용된 기한을 뜻하죠. 제조업자는 식품위생법에 의거하여 제품의 원료와 제조/유통방법을 고려한 '안전 유통기한'을 공시하게 돼있습니다.

식품업계는 변질 또는 소비자분쟁을 우려하여, 통상 실제 제품의 품질이 유지되는 기간에 안전 계수(0.7 ~ 0.8)를 곱해 유통기한을 산정한다고 합니다. 즉 어느 정도 기한을 경과하여 섭취하여도 큰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습니다(유통, 보관과정에서 변질되지 않았다면 말입니다).

바나나 신선식품의 유통기한은?
▲ 바나나 신선식품의 유통기한은?
ⓒ 변민우, 한국식품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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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과거 식품의약안전처가 진행한 조사에서, 절반 이상의 응답자(소비자)가 '유통기한 경과 식품은 폐기해야 한다'는 답변을 보였습니다. 일반적인 소비자들은 유통기한의 의미에 대해 잘 알지 못 할 뿐더러, 국내 '유통기한 단일체계(유통기한만 표기)'에 의한 혼동이 가중된 결과라고 생각하는데요. 일각에서는 이러한 혼란을 없애고자 '소비기한'의 병기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유통기한 말고는 없나요?

소비기한은 말 그대로 '(미 개봉 상태의) 식품을 탈없이 소비할 수 있는 기한' 인데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소비기한은, 유통기한에 비해 더 긴 게 일반적입니다. 달걀의 경우 유통기한의 25일, 우유는 50일 정도 경과한 시점에 섭취하여도 큰 문제가 없으며, 냉동/살균처리 된 제품의 경우 균의 유입가능성이 낮아 소비기한이 더욱 길다고 합니다.

식품이 판매될 수 있는 기한 보다는, 실제 소비자가 '섭취'할 수 있는 기한을 명시하는 것이 보다 직관적이지 않을까요? 가까운 일본의 경우 2가지의 기한표기 방식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가장 맛이 좋은 기간을 알리는 상미기한(賞味期限), 그리고 해당 기간안에 섭취하길 권고하는 소비기한(消費期限)입니다. 상미기한은 식품 본래의 맛을 유지할 수 있는 기한을 의미합니다. 기한이 경과했다고 해서 섭취를 못하는 것은 아니나, 그 이후에는 본래의 맛과 조금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한편 소비기한은 주로 즉석제조 되어 단기보존이 중요시되는 회, 도시락, 빵 등에 기입되는 것으로 '기한 내로 섭취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즉 일본의 경우 식품이 판매될 수 있는(생산자 입장) 기한을 표기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입장에서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기한을 명시하고 있는 셈입니다. 미국에서는 ①섭취기한과 ②최상 섭취기한, ③포장일자와 ④판매(가능)기한, 그리고 ⑤최상품질기한 등을 복수표기하여 소비자의 구매의사결정을 돕고 있습니다. 언제 포장이 되어, 구매시점에 어느 정도의 품질을 갖고 있는지. 언제까지 먹을 수 있으며 언제 먹어야 가장 맛이 좋은 지 등을 가늠할 수 있는 것이죠.

가공식품 유통기한, 소비기한, 상미기한....
▲ 가공식품 유통기한, 소비기한, 상미기한....
ⓒ 변민우, 한국식품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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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도 소비기한 병기에 대한 시도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2010년대에 이르러 소비기한 표시에 대한 여론이 강화되었고, 2012년 하반기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안전처(이하 식약처)는 소비기한 병기 제도를 검토하여, 11곳의 식품업체가 생산하는 18개 품목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아쉬운 점은 2017년 현재 소비기한 병기는 사실상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물론 식품 변질의 요인이 다양하고, 유통-판매-보관에 이르는 전 과정을 '소비기한' 하나로 담기 어렵다는 점은 사실입니다. 다만 유통기한 단일체계에 따른 소비자의 혼란과, 유통기한(판매가능기한)의 설정에 따라 연간 7천억원 상당의 식품이 버려지고 있는 점은 분명 개선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정부지자체에서도 기준을 마련하여 '유통기한'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나아가 식품제조업체들과의 논의를 통해 소비기한 또는 그에 준하는 표기방식을 고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소비자를 위해 힘을 합칠 때

앞서 살펴본 것처럼 유통기한은 '소비기한'과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유통기한이지났다고 해서 음식을 먹을 수 없는 것이 아니죠. 유통기한이 갖는 프레임. 유통기한은 생산자/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등 다소 아쉬운 부분들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사고 싶어도 살 수 없고, 팔고 싶어도 팔지 못 하는 식품들. 언제쯤 국내 식품업계의 딜레마(프레임)가 깨어질 수 있을까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식품연구원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송고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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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가장 궁금해 하는 사람이자 소글거리를 좋아하고 사람과 삶, 환경에 관심이 많습니다. (독립출판 저자, 스토리텔러, 마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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