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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추, 처서가 지나고 점차 가을로 저무는 요즘. 우리의 일상에는 아름다운 풍경과 색다른 즐거움들이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비교적 선선해진 날씨에 수많은 관광지에 사람이 몰리고, 소위 '핫플'이라 불리는 곳에는 뭇 젊은이들이 저마다의 풋풋함을 뽐내곤 하지요.

그러나 설렘 가득한 가을에도, 위축된 모습으로 남들 앞에 모습을 숨기는 이들이 있습니다. 바로화상환자입니다. 특히 화상 환부가 신체 면적의 25% 이상을 차지하는, 중증 화상환자 (2도 이상의 화상) 들은 너도나도 긴 옷소매로 환부를 숨긴 채 조용히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반팔이 아닌 긴 팔 옷을 입을 수 있다는 점 정도가, 그들이 가을을 반기는 이유가 되겠군요.

오늘은 화상 장애인, 아니 화상 환자들의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이야기에 앞서 화재가 가져오는 위험성과 피해는 별도로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또한 제목에서 언급한 '화상 장애인'이라는 단어는 사실, 국내에서 크게 알려지지 않은 호칭이라는 점도 감안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화상, 상처 뿐인 그들

화상은 실로 많은 것들을 앗아가는 사고입니다. 이를 대변하는 단어는 바로 '상처'가 아닐까 싶은데요. 화상은 먼저 외면적인 상처를 가져옵니다. 단백질로 이루어진 피부와 모발은, 화마를 만나면 가장 먼저 녹아버리게 됩니다. 마치 유화 그림을 보는 것처럼, 화상을 입은 자리에는 얼룩덜룩한 붉은 기가 가득하죠. 

그리고 화상 환자들의 외면적인 특질은, 내면의 상처를 유발합니다. 조사에 따르면, 국내 화상 환자 중 '일상에서 차별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무려 92%에 달합니다. 화상 치료에 있어 외적인 치료와 함께, 심리치료가 동반되는 이유는 바로 주변의 불편한 시선과 따돌림. 그로 이어지는 심리적인 위축, 자존감의 하락을 가져오기 때문입니다. 

화상 환자들은 사회생활, 취업, 결혼 등 적지 않은 삶의 기로에서 사회의 차별을 마주하게 됩니다. 이는 특히 아동 화상환자에게 큰 문제를 야기합니다. 자신을 둘러싼 모든 관심, 불편까지도 성장의 매개로 활용하는 어린 아이들이기 때문이죠. 

한편으로 '경제적인 부담'이라는 장애물도, 화상 환자와 그 가족들에게 뗄래야 뗄 수 없는 상처 중 하나입니다. 가령 중증 화상환자들은, 평균 2주에 700만원 가까운 화상 치료비를 부담하게 된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화상 치료는 미용 목적의 성형수술로 분류되며, 실비 적용이 되지 않기 때문에 화상 초기에 드레싱을 한번 하는데도 10만원 가까이 지출하기 일쑤입니다. 

안타깝게도 화상 환자들은 아직까지 국내에서 장애인으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행 장애인복지법은 지체, 시각, 청각, 언어 등 10가지의 장애 구분만을 다루고 있기 때문인데요. (사)한국화상인협회 등 화상 환자들은 지속적으로 화상장애인 법령 제정과, 지원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수십년이 지나도록 그 지침은 확대/지정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나마 그들에게 주어진 건, '화상환자 산정특례제도'가 전부입니다. 화상 후 고작 1년, 의료보험의 경감 적용을 받는 것. 화상은 평생이고, 화상외과을 운영하는 곳도 많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이게 최선인지 묻고 싶습니다.
 
 차별, 시선으로부터의 상처
 차별, 시선으로부터의 상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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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상 환자들의 싸움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화상 환자들은 신체적·정신적·경제적인 고통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혹자는 갑작스러운 화마에 손과 팔이 녹아 붙어버려서, 정상적인 일상을 영위하지 못 하고 있을 겁니다. 그리고 그는 타인 앞에 서기를 주저하며, 가족들은 적지 않은 병원비를 감당하느라 노동의 굴렁쇠를 멈추지 못하고 있겠지요. 과연 이들이 사회적인 약자가 아니라면, 대체 무엇이라는 걸까요?

최근에는 사회적인 약자, 화상 환자를 둘러싼 움직임이 조금 다양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장애 지정, 재정적인 지원을 촉구하는 목소리와 더불어. 외/내면적인 상처를 가진 그들을 '사회 속에서 동등한 존재'로 만들고자 하는 캠페인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크게는 두 양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첫 번째는 화상 환자 스스로의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 두 번째는 화상인(화상 환자)과 비화상인이 한데 어우러지는 방안입니다. 전자는 화상 전문병원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트라우마 극복과, 상담 · 심리 치료 프로그램입니다. 그들이 가진 상처를 '생각보다 작은 것'으로 인식하게 만들고, 그들이 충분히 사회에서의 역할을 잘 해낼 수 있다는 격려가 병행되는 것이죠.

후자는 청년화상경험자 모임 '위드어스'를 예로 들 수 있을 듯합니다. 그들은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러닝 크루처럼, 화상인과 비화상인이 한데 모여 걷기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행위가 전해주는 말 그대로 '동행'을 실현하고 있는 것이죠. 각각의 일터, 각각의 일상에서 때로는 두 집단의 모습이 다르게 비춰질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걷기'라는 행위를 함에 있어서 화상인과 비화상인은 '같은 모습으로, 같은 일'을 하게 되는 것이죠. 충분히 설득력이 있는 어우러짐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팀 화모니의 '꿈동화' 심리 치료 과정 중
 팀 화모니의 "꿈동화" 심리 치료 과정 중
ⓒ 변민우, 팀 화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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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상인, 비화상인. 우리에겐 '화모니'가 필요합니다

글을 쓰고 있는 기자, 기자의 가족 또한 화상으로 인해 내외면적인 흉터와 후유증을 가지고 있습니다. 수년 간 환부를 가리며 사람들에게 손을 제대로 내보이지 못했던 기자, 그리고 수십년이 지났지만 여태껏 반팔 한 번 시원하게 입어본 적 못하는 그의 할머니. 사실 그들이 자꾸만 가리고 가렸던 이유는, 화상인과 비화상인이 서로를 동등하게 바라보지 못했던 이유가 큽니다.

기자는 최근 한 모임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이름은 'Harmony Between Us'. 쉽게는 '팀 화모니'입니다. 팀 화모니는 비화상인들로 이루어진 대학생 모임입니다. 지속적으로 화상 환자들과 소통, 봉사활동을 이어오던 청년들이며, 최근에는 인액터스라는 프로그램을 필두로 '비화상인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이들이죠.

팀 화모니의 일원들은 남다른 시선을 갖고 있습니다. 그들은 화상 장애인, 아직까지는 화상 환자로 명명되는 이들의 문제 해결에 있어 '화상인과 비화상인의 역할은 다르다'고 이야기합니다. 즉 실제 화상 환자들이 그들의 열악한 실태와 문제를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비화상인들이 관심을 갖고 행해야 할 것들은 별개라는 것이죠.

최근까지 그들은 화상 전문병원에서 봉사활동을 이어왔고, 국내 최대의 화상 경험자 커뮤니티와 컨택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또한 화모니라는 이름 답게, '꿈동화' (꿈꾸는 아동과의 화모니) 프로젝트를 직접 기획하여 진행 중입니다. 아동 화상 환자들과 자원봉사자, 팀 화모니가 함께 미술 커뮤니티 프로그램의 주축이 되어 한데 엮임으로써, 서로의 내면에 존재하는 울타리를 저물고 아픔과  생각, 시선을 이해하는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팀 꿈동화 프로젝트의 경우, 환자 가족들과 주변으로부터의 지지에 힘입어. 얼마 전,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와디즈'의 펀딩 콘테스트에 진출하기도 했습니다. 대중으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며, 인기 펀딩 (순위권 등재)으로 선택되었다는 점. 많은 이들이 이들의 행보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덩달아 뿌듯하기만 합니다.

그들이 화상 환자들에 대한 인식개선을 위해 진행 중인 프로젝트의 한 편에는, 캐릭터를 활용한 배지/굿즈 제작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과연 위안부 피해자들을 응원, 지지해주었던 '나비 배지'의 날개 짓처럼, 화상 환자들의 삶에도 일렁임이 있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흉터보다 더 큰 상처
 흉터보다 더 큰 상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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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목소리만으로 세상이 달라지지 않기에

그래서 오늘 이 글을 씁니다. '화상 장애인'이라는 단어가 익숙하신가요? 아마 생소하셨을 겁니다. 장애인으로서 혜택도, 지원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데다. 아직 어린 우리의 사회가, 화상 환자들의 삶을 제대로 비춰보지 않고 있기 때문이죠. 

장애는 누구나 가질 수 있다고들 하지요. 선천적이 아니어도 말입니다. 마찬가지로, 누구나 화상 환자가 될 수 있습니다. 어떤 분은 '요리하다 기름이 튀어서 나도 흉터가 있는데, 나도 화상 환자인가? 별로 안 아프던데?'라고 말씀하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과연 불의의 사고로, 얼굴 전체를 재건한 화상 환자분들의 앞에서도 그 말씀이 나오실 지 궁금합니다.

이 글을 끝까지 봐주신 분들은 알겠지만, 결국은 이 또한 인식의 싸움입니다. '화상 장애인'이라는 이름이 사회에 통용되고, 그 장애인들을 바라보는 비화상인들의 시선에 차별이 사라질 때. 나아가 사회 구성원 대다수가 장애로 인식하는 화상을 둔 의료/제도적인 인프라가 구축되는 흐름을 희구할 뿐입니다.

덧붙이는 글 | 무언가 대단한 노력이 아닙니다. 그저 그들의 목소리에, 잠시 귀를 기울여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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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가장 궁금해 하는 사람이자 소글거리를 좋아하고 사람과 삶, 환경에 관심이 많습니다. (독립출판 저자, 스토리텔러, 마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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