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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커피.
ⓒ 박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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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 그대로 아침에 마시는 커피다. 신장을 자극하여 밤새 축적된 노폐물을 배출시키는 효과가 있다고는 하나 그보다는 흐릿한 정신을 깨우고 집중력을 높여 업무를 보기 수월한 몸으로 만들어 달라는 기원을 담아 마시는 행위성이 더 짙다.

애초에 목적이 그러하니 혀의 눈치는 보지 않는다. 평소에 크림과 시럽을 가득 담아 달게 먹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일지라도 아침커피만큼은 검고도 뜨거운 물을 입 안에 억지로 밀어 넣는다. 미각에 대한 예의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긴박하기만 한 아침에 '차 = 여유'라는 공식은 성립되기 어렵다. 그러나 내게는 하루가 언제 시작하는지 보다 어떻게 시작하는 지가 더욱 중요하여 가능하면 아침커피를 거르지 않는다. 씻지도 않은 부스스한 몰골로 원두를 꺼내 드르륵 갈면서 잠을 쫒고, 전기포트에 물이 끓는 동안 핸드드립 기구를 준비해둔다. 찬장을 뒤져 양과자를 꺼내놓고 커피를 내리며 그제야 참았던 숨을 쉰다.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숨.

불현듯 고요한 기분이 든다. 간밤에 나는 어쩐지 조금은 썩은 듯 하고 눈을 떴음에도 여전히 살아있지 못한 짐승에 가깝다. 그런 몸에 비로소 커피향 한 숨 가득 불어넣고 나면 누워있던 세포들이 서서히 각성하기 시작할 것이다.

혈관에 따뜻한 커피와 당을 보내 피를 돌게 하고, 간간히 신경쓰이는 아침 입냄새를 한 모금의 씁쓸한 커피로 희석시킨다. 아직 오늘의 스케줄과 확인하지 못한 메일이 있음을 기억해내고, 지난날 친구와 했던 말다툼이 머릿속으로 올라오지만 괜찮다. 모두 내 몸이 서서히 깨어나고 있다는 신호니까. 커피의 목넘김과 함께 고요하게 쌓아두면 된다. 이렇게 한동안 죽어있는 몸에 수혈을 받듯 아침커피를 마시고 있노라면 알게 된다. 이제 나의 하루가 시작되었음을.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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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음식사전, #아침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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