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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하트의 기타보컬 월리의 공연 중 사진
▲ 플라스틱하트 월리 플라스틱하트의 기타보컬 월리의 공연 중 사진
ⓒ 한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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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밴드를 취재하다보면 결국 들게 되는 본질적인 의문이 있다. 인디밴드는 정말 음악으로 생계를 유지할 방법이 없는 것일까? 그간 만나온 인디밴드들은 공통적으로 이 대전제를 인정하고 이야기를 했다.

그러나 이들이 벌어들이는 수익으로 회사를 운영하는 '레이블'이 존재한다는 것은 수익이 나는 분야 역시 분명히 존재한다는 이야기다. 음악시장에서 인디밴드의 입지를 높여야겠다는 '선의'만으로, 생계를 무시하고 수익이 없는 분야에 투자를 하는 사람이 있을리 없다. 있다 한들 오래 지속되지 못할 것이다.

이에 '크루 더 발리언트' 레이블을 운영하고 있는 김성수 대표와 인디밴드 플라스틱하트의 기타리스트 월리(예명)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인터뷰는 지난 7일 오후 8시, 홍대 인근 카페에서 진행됐다. 아래는 이들과 나눈 일문일답의 요지이다.

"인디밴드도 열심히 노력해야" Vs. "하고 싶은 음악 하려면..."

김성수 크루 더 발리언트 대표의 프로필 사진
▲ 크루 더 발리언트 대표 김성수 김성수 크루 더 발리언트 대표의 프로필 사진
ⓒ 한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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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디밴드 활동을 하는 것은 정말 돈이 안 돼는 것인가요?
월리 : "인디밴드를 하면서 솔직히 돈 벌 궁리를 하기로 하면 생각보다는 돈을 벌 방향은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밴드들이 그 방향으로 가지 않는 것이죠."

- 돈을 벌 수 있는 방향은 어떤 게 있습니까?
월리 : "방법은 많죠. 행사를 뛴다거나…. 행사가 들어오기를 바라는 게 아니라 직접 나가서 얘기를 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해야 해요. 실제로 행사만으로 월 400만~500만 원의 수익을 올리면서 밴드를 했던 팀도 있었거든요. 가만히 있어서 바뀌는 것은 아무 것도 없잖아요. 자신이 이 일을 해서 어떻게 살아가야겠다 하는 목적과 방향성이 뚜렷하지 않은 것이죠. 그냥 편하고 쉽게, 그냥 즐기러 나와야겠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음악만으로 생계가 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김성수 : "저 같은 경우는 인디밴드들의 현실이 어렵다는 것은 인정합니다. 월리는 '목적이 뚜렷하지 않다'라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지만, 저는 그 반대로 목적이 너무 뚜렷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제 주변에 음악 하는 친구들을 만나서 얘기하다보면 행사를 다니고 하는 돈을 벌 수 있는 '주류'쪽으로 가는 것을 꺼려하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그런 거 왜 해, 멋없어'라고 말하죠. 여기에는 현실에 음악을 대입하는 것을 안 좋게 보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실제로 돈을 위해서 음악을 하다보면 100% 자신의 음악을 하기 힘든 경우도 있고, 자신의 음악에 외부적인 압박이 들어오는 것이 싫어서 안 하는 경우도 있죠."
월리 : "저는 그런 사람들을 말하는 게 아니라, 다른 부분을 말하는 것입니다. 평소에 팀이 잘되길 바라고, 돈을 벌어 생계를 이어가기를 원하면서도 '왜 안 될까'하는 물음만 던지는 사람들을 말하는 것이죠. 생계를 하기 위해서는 해야 할 일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 일을 하지 않으면서 그냥 바라고만 있는 것이죠. 그 고민을 할 것이면 그에 맞는 행동을 해야 한다는 것이죠."
김성수 : "목적을 그렇게 가지면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죠. 만약 '나는 이 음악을 하고 싶은데 그건 지금 시류에는 맞지 않은 음악이야'라고 생각한다면 자기 음악을 고집하면서 행사나 돈 문제를 떠나서 생각하는 게 당연하겠죠. 하지만 그게 아니고 앞으로 더 자신의 음악을 알리고 싶고, 이 일로 생계를 해 나가고 싶은 것이라면 적극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그렇다면 홍대에서 음악을 하면서 생계를 해야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가지고 진지하게 접근하는 밴드들이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김성수 : "글쎄요. 정확히 조사해 본 바는 없지만 그리 많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인디밴드로 시작해서 성공을 해야 겠다 라는 구체적인 계획을 가지고 접근하기란 쉽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 인디밴드에게 성공이라는 건 어떤 건가요?
김성수 : "사실 인디밴드에서 음악을 하며 '성공'이란 말을 붙일 수 있는 것은 연예인이 되는 길 밖에 없죠. 음악이 알려져서 방송에도 나가고, 말 그대로 연예인이라는 수식이 붙게 되면 '잘된 것'이라는 게 현실입니다. 특정 밴드를 비하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인디밴드로써 유명해진 일부 팀들은 음악 자체로 평가받았다기 보다는 예능프로그램의 힘이 크잖아요. 그때부터는 그 사람들이 아무리 '우리는 음악을 한다'고 주장을 해도 대중들이 보기에는 그냥 연예인인 것이죠. 그 방법이 현실적으로는 가장 빠르고 파급력이 크죠.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는."
월리 : "현실적으로는 그게 아닌 케이스를 찾기가 힘들어요."
김성수 : "예를 들어, 어떤 밴드의 경우 사람들이 그들의 노래를 그렇게 많이 알지 못하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인기를 얻게 됐죠. 예능에서 불렀던 노래는 사실 그들이 그간 해 왔던 음악과는 많이 다르지만, 행사 때마다 그 노래를 불러야 하죠. 사실 그 분들이 그것을 즐긴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어요. 그것도 자신이 만든 노래니까 괜찮다면요. 현실적으로는 두 가지 생각이 있는 것 같아요. '내 음악이 먼저고 먹고 사는 건 별개의 문제다'라고 생각하면서 평소에는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꾸릴 수도 있습니다. 어떻게든 여기서 음악을 더 열심히 해서 행사를 뛰든 자신을 좀 더 알리든 목표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도 있죠. 결국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느냐가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 인디밴드들이 생계를 음악에만 맡기는 것은 사실 부담이 될 수밖에 없어요. 그야말로 불확실한 곳에 올인을 해야 하니까요. 그들에게 너무 큰 부담이지 않을까요?
김성수 : "그렇죠. 저도 인디에서 음악을 했어요. 어느 날 제 스스로 음악을 한다는 사람이라고 하기에는 음악에 쓰는 시간이 너무 적다는 생각을 했어요. 평소에는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일을 했었는데, 그러다보니 제가 홍대에 머무는 시간이나 음악을 하는 시간이 너무 적었어요. 일주일에 한 번 밖에는 할 수 없었죠. 솔직히 어딜 가서 음악을 한다고 하기에도 민망하고 회사를 다닌다고 하기에도 민망했죠. 그래서 생계만 유지된다면, 음악에 전념을 해야 하겠다는 마음으로 낮에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하고 회사를 그만 두었거든요."

- '올인'을 하더라도 길이 있다는 말씀으로 알겠습니다. '바른음원협동조합'이 인디음악계에는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것 같은데 어떻게 보시나요?
김성수 : "안 그래도 아까부터 월리와 그 얘기를 했어요. 저는 그 취지나 장르의 구분 없이 음악하는 사람들이 모였다는 것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어쨌든 이대로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하니까요. 불합리한 유통 구조나 대기업의 횡포 같은 문제가 하루아침에 바뀔 것이 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그래서 그 반향에 대해서는 평가를 유보하고 있습니다. 동향을 살핀다고 봐야겠죠. 진짜 현실이니까요. 헐리웃 영화처럼 '우리가 힘내서 일어나자!'하고 외치면 해피엔딩이 찾아오는 게 아니니까요."
월리 : "사실, 할 수 있는 것은 꾸준히 응원을 보내는 것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뉴스투데이>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팟캐스트방송 '이기자의 거북이 뉴스-들리는 취재'에서 인터뷰 전문을 들을 수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인디밴드, #레이블, #크루 더 발리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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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인터넷 언론의 기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세월호사건에 함구하고 오보를 일삼는 주류언론을 보고 기자를 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주로 찾아가는 인터뷰 기사를 쓰고 있으며 취재를 위한 기반을 스스로 마련 하고 있습니다. 문화와 정치, 사회를 접목한 기사를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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