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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저녁이 되면 낯선 곳에서 배낭을 풀었다가 아침이 되면 꾸리는 일의 반복입니다. 짐을 싸고 푸는 일이 자연스러워지면 여행도 생활이 되겠지요. 목적지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마음에 닿는 곳을 향해 아침이면 새로운 곳을 찾아 떠나야 합니다. 오늘은 지난(濟南·제남)을 거쳐 두보의 <등악양루>라는 시가 살아 숨쉬는 웨양(岳陽·악양)으로 갑니다.

아침이면 짐을 꾸려 어딘가로 떠나는 것
▲ 배낭여행은! 아침이면 짐을 꾸려 어딘가로 떠나는 것
ⓒ 신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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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은 노점에서 해결했습니다. 좁은 탁자에 엉덩이를 걸치고 다섯 명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쌀죽과 포자를 먹었습니다. 아침을 집에서 먹지 않는 중국인들은 출근길에 노점에서 간단하게 해결합니다. 다양한 메뉴를 갖춘 노점은 저렴하면서도 짧은 시간에 식사를 끝낼 수 있어 중국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쌀죽과 만두
▲ 소박한 아침 쌀죽과 만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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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여행은 기차로

지난행 기차를 타기 위해 칭다오(靑島·청도)역에 나왔습니다. 대합실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보안 검색을 받아야 합니다. 엑스레이 탐지기에 자신의 소지품을 넣고 여권과 기차표를 제복을 입은 역무원에게 제시해야 합니다. 사회주의 국가에서 제복이 주는 위압감은 외국인인 저도 긴장하게 만들었습니다.

중국 초고속 열차 모습
▲ D113호 열차 중국 초고속 열차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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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가 출발했습니다. 처음 칭다오에 도착했을 때는 모든 게 낯설었는데 하루 사이에 여유가 생겼습니다. 언어도 음식도 낯설었지만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치니 적응이 됐습니다. 사람 사는 모습은 세상 어디든 비슷하기에 눈치만 있으면 먹고 자고 다니는 일에는 문제가 없을 것 같습니다. 

제가 탄 기차는 'D113호 열차'인데 'D'란 표시는 우리나라 KTX처럼 중국 초고속 열차를 의미합니다. 중국의 광활한 영토를 이어주는 가장 편리한 교통수단은 철도입니다. 전국을 거미줄처럼 연결한 기차는 초고속 열차부터 보통 열차까지 자신의 경제력과 이동 거리에 따라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세 시간을 달려 지난(濟南·제남)에 도착하였습니다. 오늘 오후 7시 20분 웨양(岳陽·악양)행 기차를 타야 하기에 5시간 정도 여유가 있습니다. 짐을 역사에 맡기고 지난 시민의 휴식 공간인 대명호와 가장 빼어난 샘인 표돌천을 보기로 했습니다.

중국 여행의 걸림돌은 '입장료' 

입장료는 표돌천까지 포함해 1인당 75위안입니다. 우리나라 화폐로 환산하면 1만4000원 정도입니다. 가격에 놀란 우리는 표돌천은 포기했습니다. 중국 여행의 가장 큰 걸림돌은 입장료입니다. 유명 관광지 입장료는 모두 100위안 이상입니다.

우리가 가야할 장지아지에(张家界·장가계)의 입장료는 245위안입니다.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면 4만5000원이 넘습니다. 미국 그랜드 캐넌 입장료가 12$(약 1만3500원)입니다. 1인당 GDP(구매력 기준)가 미국의 약 6분의 1밖에 안 되는 중국이 미국보다 6.6배나 입장료가 비쌉니다. 

대명호에 있는 도교 사원 모습
▲ 사원 대명호에 있는 도교 사원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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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명호는 제남의 72개의 샘이 모여 이루진 천연 호수로 이백과 두보 등 수많은 중국의 문인들의 작품이 공원 곳곳에 있습니다. 거대한 호수에는 여섯 개의 섬이 있으며 배를 타고 섬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공원 곳곳에는 나무에 붉은색 끈을 달아놨습니다. 붉은색은 부귀영화(富貴榮華)를 상징하기에 중국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색입니다.   

대명호 모습
▲ 대명호수 대명호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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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색은 부귀영화(富貴榮華)를 상징함
▲ 붉은 천으로 장식한 나무 모습 붉은색은 부귀영화(富貴榮華)를 상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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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의 상술

기차역에 돌아왔습니다. 기차 시간의 여유가 있어 안마 가게를 찾았습니다. 다섯 명의 손님이 들어오니 카운터에 있던 주인의 입이 귀에 걸렸습니다. 우리의 두 개의 방으로 안내하고 부지런히 전화를 합니다. 그렇지만 도착한 종업원은 두 명뿐이었습니다. 두 명의 종업원이 두 방을 번갈아 가며 안마 흉내(?)만 내고 있습니다. 욕심이 지나친 것 같아 안마를 중단시켰습니다.

웨양행 기차를 타기 위한 환승역
▲ 지난역 웨양행 기차를 타기 위한 환승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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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를 나오려하자 주인이 터무니없는 요금을 요구합니다. 세 명에게 한 시간씩 안마를 했다는 것입니다. 마사지 가게에 있었던 시간이 30분도 되지 않았는데 말입니다. 요금을 주지 않자 언성이 높아지며 사람들이 모여듭니다. 자칫 봉변을 당할 것 같아 요구한 돈을 주고 나왔지만 마음은 씁쓸했습니다.

웨양으로 가는 기차의 객실 등급은 잉워(硬臥·경와)입니다. 우리말로 표현하면 '딱딱한 침대'라는 의미입니다. 3단 침대가 서로 마주보고 있으며 아래쪽 침대 가격이 가장 비쌉니다. 통로는 개방돼 있는데, 작은 접이식 의자가 있어 휴식과 음식물을 섭취할 수 있습니다.

잉워(硬臥,경와) 객실 모습
▲ 웨양행 열차 잉워(硬臥,경와) 객실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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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가 출발하자 승무원이 우리의 표를 수거하고 대신 플라스틱 인식표를 나눠줍니다.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에 다시 표와 교환해야 하더군요. 잠이 들어도 승무원이 깨워주기에 목적지에 내릴 수 있습니다. 승무원은 객실을 수시로 돌며 불편한 것을 도와주고 청소를 합니다. 단정하고 친절한 승무원 모습에 여행이 즐거워집니다.

객실은 복작이는 시장통 같습니다. 저녁 시간이라 모두들 왁자지껄하게 대화를 하고 식사를 합니다. 객실 끝에는 더운물을 사용할 수 있어 많은 사람들이 컵라면을 즐깁니다. 여행은 사람을 들뜨게 합니다. 더구나 네 개의 성조로 이뤄진 중국인의 어조는 대화가 아니라 고함을 지르는 것 같습니다.

오후 10시가 되자 소등이 됐습니다. 저잣거리 같은 소란함도 사라져 버리고 정적이 찾아 왔습니다. 모두들 순한 양과 같은 모습으로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잠들지 못한 몇몇은 스마트폰으로 음악과 영화를 즐깁니다.

여행은 자신이 가던 길을 잠시 멈추는 것입니다. 앞만 보고 살아갈 때는 보이지 않던 많은 것들이 걸음을 멈추면 보입니다. 겨우 이틀 지났음에도 많은 시간이 흐른 것 같습니다. 이번 겨울 여행을 통해 일상에서 깨닫지 못했던 많은 소중한 것들을 보고 싶습니다. 적어도 한 달간은 걸음을 멈추고 옆과 뒤를 돌아볼 시간이 있습니다.

이 밤이 지나면 도착할 새로운 세상을 생각하며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덧붙이는 글 | 2014년 1월 한 달간의 중국과 베트남 여행 기록입니다.



태그:#지난, #대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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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3월 자발적 백수가 됨. 남은 인생은 길 위에서 살기로 결심하였지만 실행 여부는 지켜 보아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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