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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의 재구성 #2-news scens>이 전시되고 있다. 본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의 소장품을 공개하는 것으로 한국현대미술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살펴볼 수 있다.
▲ 전시 작품 <장면의 재구성 #2-news scens>이 전시되고 있다. 본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의 소장품을 공개하는 것으로 한국현대미술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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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구 상계동에서 하계동에 이르는 동네는 1980년대까지는 서울의 변방이었다. 강남권과 중부권에 비해 개발의 손길이 아직 닿지 않았다. 서민들이 거주하는 대표적인 동네였다. 특히 상계동은 달동네로 유명했다.

그러다 1990년대 들어 드디어 개발의 첫 삽을 떴다. 이 지역이 개발의 호재로 여겨지면서 급속도로 발전이 이뤄졌다. 1990년대 초중반에 이 지역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녔던 중계동 토박이 김재호(38)씨는 다음과 같이 당시를 회상했다.

"1990년대 이전만 해도 거의 허허벌판이었다. 상계동과 여기 중계동 일대는 거의 논과 밭이었다. 학교가 월계동에 있어서 버스를 타고 중계동 일대를 매일 지나갔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등교할 때 논이었던 장소에 하교할 때는 건물이 하나 들어서고, 또 다음 날 하교할 때 아파트 한 채가 들어서고 할 정도였다."

1990년대 중반이 넘어가면서 중계동 은행사거리에는 학원가가 밀집되면서 교육 특구가 되었다. 강북의 8학군이라고 불릴 정도로 교육 열기가 뜨거웠다.

2000년대 들어 집값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10억을 호가하는 아파트도 들어서면서 서민의 대표 동네라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됐다. 김재호씨도 1990년대 후반에 구석진 곳에 있던 8000만 원짜리 빌라 한 채를 사서 들어갔다가 2000년 들어 집값이 2억 가까이 오르는 경험을 했다고 한다.

2013년 서울시 건축상 대상 수상... 한 폭의 그림 보는 듯

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의 야경은 도시 미관을 아름답게 하는 색다른 인테리어 요소가 되고 있다.
▲ 미술관 입구 야경 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의 야경은 도시 미관을 아름답게 하는 색다른 인테리어 요소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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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몰렸지만, 문화시설이 그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었다. 강남권과 서울서북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문화시설이 턱없이 부족했다. 그동안 변변한 미술관도 없었다. 그러다가 작년 9월에 비로소 미술관이 세워졌다. 서울시립미술관의 네 번째 분관(서대문, 남서울, 경희궁에 이어)으로 세워진 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이다.

중계동 근린공원에 세워진 북서울미술관은 배후에 영화관, 백화점, 대형할인마트를 모두 끼고 있었다. 주민들의 접근성이 좋은 지리적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주민들이 편안하게 쉴 만한 최상의 공간으로 보였다.

처음 마주한 미술관은 마치 경주의 왕릉 같은 느낌을 자아냈다. 미술관 건물이 주위의 환경에 동떨어져 튀어나온 게 아니라 주변 공원의 녹지와 자연스런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마치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 했다. 북서울미술관은 이러한 디자인을 높이 평가받아 '2013년 서울시 건축상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현재 서울시립미술관 소장품 기획전이 열리고 있다.
▲ 미술관 내부 현재 서울시립미술관 소장품 기획전이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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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에 전시되어 있는 작품 중 하나이다.
▲ 미술관 내부 2층에 전시되어 있는 작품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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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서울미술관은 지하 3층, 지상 3층으로 되어 있다. 1층에 들어서자 작은 화랑카페와, 아트숍, 유아방 등이 자리하고 있었다. 평일 오후라 그런지 관람객들은 많지 않았다. 아이와 함께 온 주부와 학생인 듯한 사람들의 모습이 띄엄띄엄 보였다.

'전시실1'로 들어가니 젊은 주부가 아이와 함께 미술품을 감상하고 있었다. 오미선(35)씨는 "집이 이 동네는 아니고 석계역 근방이다. 미술관을 찾는 것은 좋아하는데 이 근처(서울북동부지역)에는 갈 만한 미술관이 없어서 그동안 강남이나 인사동 같은 곳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며 "가까운 거리에 미술관이 생겨 좋다. 앞으로 자주 찾을 것이다"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옆에서는 중년 남성이 두 딸과 함께 있었다. 신교섭(46)씨는 경기도 양주에 거주하고 있는 컴퓨터프로그래머이다.

"일 때문에 이곳에 볼일이 있어서 종종 온다. 사실 난 여기에 미술관이 생긴 것을 오늘 처음 알았다. 그래서 방문한 것이다. 솔직히 내게 작품은 난해해서 머리가 좀 아프다. 하지만 아이들의 정서에는 좋을 것 같다."

그는 "1층에 있는 유아방에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미끄럼틀 등이 있어서 아이들 놀이 공간으로도 그만이다"라고 덧붙였다.

미술관 내 곳곳에는 젊은 여성들이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미술관을 안내하는 아르바이트생들이었다. 김아무개(26)씨는 대학을 졸업하고 현재 이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현재 이곳에는 큐레이터와 경비하시는 분들 말고 우리 같은 아르바이트생이 몇 명 있다. 지역 주민과의 커뮤니티 강화를 위해 작품들은 완전 개방된 상태로 전시를 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아무래도 아이들이 만지거나 지나가면서 툭툭 건드려서 훼손될 수가 있다. 우리가 그런 일을 예방하기 위해 서 있는 것이다. 또 관람객이 여쭤보면 작품에 대한 설명을 해주기도 한다."

이때 한 아이가 작품에 손을 대려 하자 '손대면 안 돼요'라며 주의를 주었다.

김씨는 "이곳에는 계단이 많아 계단 어느 위치에서 작품을 감상하느냐에 따라 느낌이 다른 것도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어두운 막이 쳐져있는 작은 영상관 안에는 두 명의 학생들이 앉아 있었다. 고등학교 친구사이라는 그들은 중랑구에서 자전거를 타고 이곳까지 왔다. 서지웅(고1)군은 "친구와 자전거를 타고 근처를 여행하다 이곳에 처음 들러 봤다"면서 "분위기는 너무 좋은데 작품이 너무 난해하다"고 말하며 친구인 이현빈군과 다음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 곧바로 자리를 떴다.

2층 한 구석에서 바라본 1층 모습이다.
▲ 미술관 내부 2층 한 구석에서 바라본 1층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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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에는 북카페와 조각 테라스, 예술관련 책자를 볼 수 있는 아트도서관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곳에서 데이트를 즐기고 있는 듯한 커플과 마주쳤다. 서수미씨와 배기태씨는 사귄 지 1년 된 대학생 커플이었다. 집도 이 근처라 미술관을 데이트 장소로 종종 이용한다고 한다.

미술관 1층과 2층에는 카페가 있다. 카페에서 딸과 함께 음료를 마시고 있던 '시언 엄마(40)'는 중계동에 거주한 지 15년째다. 근처 대형마트에서 쇼핑을 하고 나와 딸과 함께 잠시 들렀다고 한다.

"카페에 아이들을 위한 음료가 많았으면 좋겠어요. 아무튼, 미술관이 생기기 전에는 문화생활이라는 것이 영화보고 쇼핑하는 게 전부였는데, 미술관이 생겨서 너무 좋아요. 이 동네 사람들은 복 받은 거예요(웃음)."

3층에는 레스토랑이 있고 지하 1층에는 '어린이 갤러리'가 마련되어 있다. 매주 목요일에 아이들을 위한 방과 후 조형놀이도 열리고, 매월 둘째 주 토요일에는 좋은 영화 감상회도 열린다. 전소록 큐레이터는 "유익하고 우수한 소장품 전시와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시민과 소통하는 미술관이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도시의 대표 미술관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기는 하지만 따뜻한 느낌을 주는 미술관이었다. 관람객을 배려하는 섬세한 편의시설과 자신을 낮추며 속삭이는 듯한 건물 디자인 때문인 듯 했다.

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은 현재 개관 특별전 2부로 <장면의 재구성 #2_NEWS SCENES>을 개최하고 있다. 본 개관전은 지난 25년간 서울시립미술관이 수집한 소중한 소장품을 공개하고 있는 전시회다. 동시대의 미술 흐름과 서울시립미술관의 정체성을 느껴볼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미술관을 찾아가 보고 싶으시다면


지하철
7호선 하계역 1번 출구에서 365m
7호선 중계역 3번 출구에서 400m

버스
간선버스 100,105,146
지선버스 1131,1135,1137
북서울미술관 정류장 하차

관람시간
평일 10시부터 20시 까지(하절기인 3월부터 10월까지는 10시부터 19시 까지)
관람종료 1시간 전까지 입장 가능
매주 월요일 휴관
관람료 : 무료

서울특별시 노원구 동일로 1238(중계동 508)
문의. 02-2124-5201



태그:#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 #전시회, #인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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