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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오후 2시경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프리덤 공원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중인 야당지지자들.
 지난 29일 오후 2시경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프리덤 공원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중인 야당지지자들.
ⓒ 박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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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부정선거를 규탄하는 야당의 시위집회가 3주째로 접어든 가운데 수출주력군인 신발, 의류 등 섬유봉제회사 노동자들이 시위에 합류하면서 캄보디아 정국이 한 치 앞을 보지 못할 혼란에 빠져드는 상황이다.

지난 29일 오전(현지시각) 부터 수도 프놈펜 자유공원에 집결한 수만여 명의 노동자들은 오후 2시 30분 무렵부터 시내중심가 모니봉대로(Monivong Blvd)를 가득 매운 채 약 4시간에 걸쳐 훈센총리 퇴진을 요구하는 시가행진을 벌였다.

프놈펜 시내 모니봉대로에서 시가행진중인 삼 랭시 통합야당(CNRP) 대표와 켐 소카 부대표.
 프놈펜 시내 모니봉대로에서 시가행진중인 삼 랭시 통합야당(CNRP) 대표와 켐 소카 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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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센 도우쩬" (훈센총리 하야)를 외치는 시위참가자들의 목소리가 펄럭이는 캄보디아 깃발속에 프놈펜 시내에 메아리쳤고, 친여성향의 불교계 원로들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수백여명에 이르는 승려들도 야당집회에 참석, 통합야당의 두 지도자 삼랭시 대표와 켐 소카 부대표가 탄 오픈 픽업트럭 행렬 뒤를 따랐다. 

삼 랭시 통합야당 대표는 "이날은 캄보디아 역사에 새로운 페이지를 연 날"이라고 힘주어 강조하며 훈센총리의 퇴진과 재선거 실시를 주장했다.

한편, 현지언론과 주요외신들은 시위참가자수를 4만여 명으로 추정하며, 이는 훈센정부 수립 이래 야당시위집회로는 '최대 규모'라고 밝혔다.

삼 랭시가 이끄는 통합야당(CNRP)은 지난 7월 총선 이후로 9월 국왕이 참석한 국회 개원식 등원조차 거부한 채 유엔과 국제사회가 참여하는 '공동조사위' 설치를 주장해왔다.

그러나 정부여당이 이를 거부하자, 최근 들어 공세를 더욱 강화, 28년째 장기 집권중인 훈센총리의 퇴진과 재선거를 요구하며 대규모 시위 집회를 수개월 째 벌여왔다. 그 와중에 시위 도중 민간인 2명이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죽고 수 십여명이 부상당하거나 수감됐다. 심지어 야당의 집회장소로 예정된 프리덤 공원에서는 사제폭탄이 발견되는 사건도 있었다.

지난 29일 수도 프놈펜 모니봉대로를 가득 메운 군중들.
 지난 29일 수도 프놈펜 모니봉대로를 가득 메운 군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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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시위집회 참가자들은 보름 여 째 프놈펜 시내 프리덤 공원에 마련된 텐트 안에서 생활하며 무기한 시위집회에 참여중인 야당지지자들과 트럭을 타고 올라온 농촌지역 지지자들이 주축을 이뤘고, 파업에 동참한 섬유봉제공장 소속 노동자 수천여명도 대열에 합류하는 모습이었다.

지난 29일 모니봉대로를 가득 메운 채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는 캄보디아 시위자들.
 지난 29일 모니봉대로를 가득 메운 채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는 캄보디아 시위자들.
ⓒ 박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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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노동자들은 지난 25일 정부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금년보다 15불 인상된 95불을 전격 발표하자, 다음날 즉각 파업을 선언하고, 지난 27일 프놈펜의 노동부 청사 주변 도로를 점거하려다가 경찰과 충돌, 투석전을 벌이는 가운데 7명이 부상하는 등 격렬한 시위가 발생하기도 했었다.

현재 이들 섬유봉제공장 소속 노동자들은 내년도 4월초부터 최저임금 월 160달러로 인상과 함께 근무일 기준 매일 3불의 식대를 별도 지급할 것으로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캄보디아 섬유봉제협회(GMAC)는 지난 26일부터 473개에 달하는 회원사에 공식서한을 보내 파업에 동참하지 않는 공장에서 외부 노조원들에 의한 폭력사태가 발생하거나 문을 부수는 등 회사 기물이 파손될 우려가 높다며 3일간의 자진휴업을 요청한 바 있다.

그러나 일부 회사들은 이러한 협회측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연말 납기를 맞추기 위해 정상영업을 강행하려다 다른 회사에 소속된 노조원들의 거센 방문항의에 못 이겨 대부분의 공장들이 결국 지난 주말까지 임시휴업에 들어갔었다.

약 4만 명으로 추정되는 시가행진 참석자들이 전통악기를 연주하며 시위대의 흥을 돋우고 있다.
 약 4만 명으로 추정되는 시가행진 참석자들이 전통악기를 연주하며 시위대의 흥을 돋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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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영자신문 프놈펜 포스트 28일자 보도에 따르면 혹시 발생할지 모르는 폭력사태 및 기물파괴 우려 때문에 캄보디아섬유봉제협회(GMAC)가 30일(월)까지 하루 더 공장가동을 중단해 달라고 회원사들에 대해 권고했다. 그러나 한국계 기업을 포함한 대부분의 섬유봉제회사들은 노조소속 간부들과 외부 노동자들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오늘부터 다시 정상조업에 들어간 상태이며, 다행히, 노조원들과 사이에 큰 물리적 충돌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만, 금주부터 내년초 사이 다시 재개될 예정인 최저임금에 대한 양측간 조정협상이 실패로 돌아갈 경우 다시 전국적인 파업으로까지 확산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

한국계 봉제회사 박 아무개 대표는 "사태가 진정되지 않아 해외 바이어 등 거래선이 요청한 납기내 물량를 맞추지 못하게 된다면, 페널티와 추가물류비용이 드는 것은 물론이고, 신용도 마저 떨어지는 등 앞으로 일어날 유무형의 손실까지 합치면 경제적 손실이 엄청 클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참고로, 캄보디아의 섬유봉제산업은 올 들어 지난 11월까지만 50억 달러의 외화를 벌어들인 주력 수출업종으로 약 500여 개의 공장에 총 종업원 수만 약 60만명에 달하며 현재 캄보디아 수출품목 1위 산업으로 저임금을 바탕으로 호황을 누리고 있는 대표적인 노동집약산업이다.

또한, 캄보디아는 여전히 1인당 국민소득이 고작 1천불에 지나지 않는 최빈국중에 하나이지만, '킬링필드'로 불리는 내전 종식 후 2천년대 들어 중국 등 주변국들의 경제적 지원에 힘입어 가장 빠른 경제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동남아 국가들 중에 한 나라다.

하지만,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가 금년 말에 발표한 세계국가별 부정부패지수에서 조사국 177개국중 160위를 기록하는 등 공무원들의 부정부패로 인한 사회적 병폐와 국민들의 불만 역시 이미 한계상황에 다다랐으며, 30년 가까이 이어온 훈센총리의 장기독재 집권에 대한 국민적 피로감 역시 누적되어 있는 상태다.

29일 열린 통합야당(CNRP) 시가 행진에 등장한 툭툭(삼륜오토바이택시) 행렬의 모습.
 29일 열린 통합야당(CNRP) 시가 행진에 등장한 툭툭(삼륜오토바이택시) 행렬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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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페이스북 등 SNS의 보급으로 젊은 도시 중산층의 기성정치에 대한 관심과 불만이 증폭된 가운데 벙칵호수 철거민 강제 이주와 인권유린 등 끊임없이 이어진 인권탄압과 더불어 총선을 앞두고 실시한 정부의 토지개혁마저 결국 실패로 돌아가는 바람에 집권여당은 전통적인 여당 텃밭이라 믿었던 농촌지역에서 마저 지지표를 잃고 말았다.

이러한 분위기속에 노로돔 시하모니 국왕의 사면으로 오랜 외유 끝에 국내정치무대에 다시 복귀한 삼 랭시 대표가 전국에 야당바람을 불러일으켰고, 전체 123석중 22석이 지나지 않던 야당이 지난 7월 28일 치러진 총선에서 55석을 얻는 대파란을 일으켰다. 그리고 이러한 야당의 선전은 머지 않은 장래 캄보디아 정국에 심상치 않은 정치적 변혁의 바람이 불 것임을 짐작케 했다.

시가행진이 경찰과의 충돌없이 평화롭게 끝난 다음날인 30일, 삼 랭시 대표는 정부측에 내년초 1일부터 3일까지 3일간 양당 뿐만 아니라 각 사회대표들이 함께 참석하는 대화를 갖자고 제안하고, 그 자리에서는 민감한 정치현안 뿐 만 아니라 사회적인 이슈까지 포괄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고, 정부여당 대변인은 즉각 환영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내년 초 정부여당이 조만간 내놓을 임금인상안을 포함한 사회개혁에 관한 전반적인 협상안이 과연 캄보디아 국민들 사이에 그동안 쌓여 온 불만과 최저임금 월 80불로 살아온 사회빈곤층의 원성을 얼마나 누그러뜨릴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시 되고 있다.

시위 현장에는 일반 시위자들과 승려뿐 만 아니라 아이들을 데리고 시위에 참가한 시위자들도 간혹 눈에 띄었다. 다행히 이날 야당의 시위행진은 경찰과 무력 충돌없이 평화롭게 끝났다.
 시위 현장에는 일반 시위자들과 승려뿐 만 아니라 아이들을 데리고 시위에 참가한 시위자들도 간혹 눈에 띄었다. 다행히 이날 야당의 시위행진은 경찰과 무력 충돌없이 평화롭게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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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캄보디아, #CAMBODIA, #프놈펜, #PHNOM PENH, #박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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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캄보디아 뉴스 편집인 겸 재외동포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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