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프로젝트> 상영중단에 뿔난 영화인들 "누가 영화 침몰시켰는지 밝혀라"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의 제작과 연출을 맡은 정지영, 백승우 감독과 영화인회의, 한국영화감독조합,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등 영화인들이 9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천안함 프로젝트> 상영중단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날 이들은 <천안함 프로젝트> 상영중단에 대해 "이번 사건은 영화계 전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자 중대한 위기로 판단한다"며 "메가박스 측은 압력을 가한 보수단체의 이름을 밝히고 수사당국에 고발 조치하라"고 촉구했다.

▲ <천안함 프로젝트> 상영중단에 뿔난 영화인들 "누가 영화 침몰시켰는지 밝혀라"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의 제작과 연출을 맡은 정지영, 백승우 감독과 영화인회의, 한국영화감독조합,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등 영화인들이 9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천안함 프로젝트> 상영중단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날 이들은 <천안함 프로젝트> 상영중단에 대해 "이번 사건은 영화계 전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자 중대한 위기로 판단한다"며 "메가박스 측은 압력을 가한 보수단체의 이름을 밝히고 수사당국에 고발 조치하라"고 촉구했다. ⓒ 유성호


[기사 수정 : 10일 오전 8시 2분]

"토요일 소식을 들었는데 학자로서 평론가로서 지금도 흥분되고 떨리는 심정이다. 한국영화사에서 이런 일은 처음이다. 공산주의 국가인 중국에서조차 당서기장을 코믹하게 풍자하는 영화가 상영된다. 이번 건은 분명히 정치적 이유가 있다. 진상을 분명히 밝혀야 하고 재발방지를 확실히 해야 한다."

9일 오전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천안함프로젝트 상영 중지에 대한 영화인 기자회견' 참석한 민병록 영화평론가협회장은 격해진 심정을 가라앉히기 힘들어했다. 그는 회견을 마친후 기자에게 "천안함프로젝트의 좌석점유율을 보니 70%에 가까워 사실상 극장의 좌석이 가득 찬 상태"라며 "정치적 이유로 영화 상영이 중단된 것을 도무지 납득하기 어렵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영화단체 대표들이 밝힌 입장은 비슷하다. '어처구니 없는 일'이라는 반응부터 시작해 '적법한 절차를 거친 영화의 상영이 중단돼 법치국가의 틀을 무너뜨렸다', '창작자들의 자기 검열이 우려된다'는 등 모두가 이 사안에 대해 엄중한 우려를 나타냈다. 한국영화계가 느끼는 위기감이 드러난 시간이었다.

이춘연 영화단체연대회의 대표는 박근혜 정권의 문화 정책을 겨냥하기도 했다. 그는 "대통령이 문화융성의 지표를 갖고 있어 기대가 컸는데, 무지하고 부끄러운 일이 발생했다"며 문화부 차원의 대책 마련도 촉구했다.

허술한 메가박스의 해명 "협박단체가 누군지 모른다"

보수단체의 협박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는 메가박스 측이 협박에 대한 구체적 정황을 제시하지 못하는 것도 압력을 가한 주체가 누군지에 대한 의문을 증폭시키고 있다.

메가박스 측은 9일 협박단체에 대한 고소 여부에 대해 "협박을 해온 단체는 본사 사무실, 각 지점, 드림센터 등에 전화로 해왔기 때문에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현재로서는 없다"고 밝혔다. 또 협박내용과 시간에 대해서도 확인해 줄 수 없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어 추후 내부 입장이 정리되면 알려주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메가박스 측의 이러한 주장은 상당히 허술하다는 지적이다. 메가박스는 드림센터(콜센터)를 통한 전화통화시 상대방의 생년월일과 전화번호 등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모든 통화 내역이 녹음된다. 메가박스의 상담원에 따르면 생년월일과 전화번호를 허위로 입력할 수는 있으나 드림센터를 모든 통화 내용은 기록으로 남는다.

따라서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메가박스 입장은 설득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실제로 협박이 존재했다면 확보돼 있는 음성녹음만으로 고발할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결국 압박을 가한 실체를 감추기 위해 다른 핑계를 대다보니 의구심만 키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상영관 확장을 논의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몇 시간 사이에 보수단체의 협박을 핑계로 상영 중단 통보가 왔다는 배급사 아우라픽쳐스의 주장도 이를 뒷받침한다.

정치권력의 개입 가능성에 대해 문화부 관계자는 전화통화에서 "우리로서는 알 수 없기에 가타부타 할 수 있는 말이 없다"고 말했다. 또한 영화 단체들의 요구와 관련해서도 "상영과 관련된 일은 배급사와 상영관 간의 일이기에 우리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며 "영화단체가 발표한 입장만으로는 도대체 우리에게 뭘 해달라는 건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일단 진상조사위가 구성된다고 하니 거기를 통해서 구체적인 요구가 올 것으로 본다"며 "그 이후에 영화계와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고 "지금 상황에서는 섣부르게 움직이기 보다는 지켜볼 뿐이다"라고 덧붙였다.

보수권력이 영화계에 도발한 것

영화인들 "우리는 보고싶다. 천안함 프로젝트..." 이준익, 최동훈 감독과 영화인들이 9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천안함 프로젝트> 상영중단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이날 이들은 <천안함 프로젝트> 상영중단에 대해 "이번 사건은 영화계 전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자 중대한 위기로 판단한다"며 "메가박스 측은 압력을 가한 보수단체의 이름을 밝히고 수사당국에 고발 조치하라"고 촉구했다.

▲ 영화인들 "우리는 보고싶다. 천안함 프로젝트..." 이준익, 최동훈 감독과 영화인들이 9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천안함 프로젝트> 상영중단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이날 이들은 <천안함 프로젝트> 상영중단에 대해 "이번 사건은 영화계 전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자 중대한 위기로 판단한다"며 "메가박스 측은 압력을 가한 보수단체의 이름을 밝히고 수사당국에 고발 조치하라"고 촉구했다. ⓒ 유성호


<천안함프로젝트> 상영 중단 사태는 한국영화의 호황으로 분주하던 영화계를 쓸데없이 자극했다는 것이 영화인들의 중론이다. 표면적으로는 멀티플렉스와 배급사와의 문제지만 보수권력이 영화계에 도발해 온 것으로 인식하는 분위기도 엿보인다.

기자회견에 나온 영화프로듀서조합 최은화 대표가 "구성원들의 성향이 다양해 평소에는 의견조율이 어려웠으나 이번에는 짧은 시간에 합의될 수 있었다"고 말한 것도 영화계의 분위기를 드러내 주는 대목이다.

입장 차이가 다양한 영화계에서 별다른 이견없이 의견의 합치가 이뤄졌던 것은 2010년 이명박 정권 당시 조희문 영진위원장 퇴진과 영진위 정상화를 요구한 영화인들 선언이 대표적이었다. 대부분의 영화인들이 공감대를 형성하며 무려 1692명의 영화인이 서명을 했고, 결국 조희문 위원장을 물러나게 하는 동력이 됐다.

그만큼 이번 사안을 바로 보는 영화인들의 이견이 없다는 것은 감정이 상당히 격앙돼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6일 오후 상영 중단이 통보된 이후 여러 단체들이 7일 의견 교환을 통해 9일 오전 기자회견을 갖는 기민성을 보인 것도 위기 의식이 발로인 셈이다.

한편으로 2011년 영진위 정상화 이후 영화계와 정부와의 대립이 사라지면서 사회적 발언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인 것도 원인의 하나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최근 국정원 정치공작에 대한 영화계의 입장이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그동안 각종 시국선언을 주도해 왔던 양기환 스크린쿼터문화연대 이사장은  "요즘 내가 전화를 하면 안 받는 사람들이 많다"며 이 같은 지적을 일부분 수긍했다. 또 다른 영화인도 "조용히 있으니 만만하게 보인 것 같다"고 영화계가 자초한 측면이 있음을 인정했다. 임창재 한국독립영화협회 이사장도 "흐름상 충분히 개연성이 있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대부분 영화인들이 원만한 해결을 주문하고 있으나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해결방법이 나오지 않을 경우, 영화계와 정치권력 간의 긴장감이 높아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공식입장 낭독에 한국영화감독조합이 전면에 나선 것도 상징적인 부분이다. 조합 대표인 <왕의 남자> 이준익 감독을 비롯해 <말아톤> 정윤철 감독, <파파> 한지승 감독, <도둑들> 최동훈 감독, <후궁 제왕의 첩> 김대승 감독이 돌아가며 공식입장문을 읽었다. 어느 단체보다 감독들이 이번 사태에 대해 크게 분노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천안함프로젝트 정지영 이준익 백승우
댓글1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