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KBS 2TV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 KBS

  
반려견에게 '형제(남매, 자매)'를 만들어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지 않은 보호자는 없을 것이다. 대다수의 보호자들이 갖는 바람이다. 그런데 그게 과연 바람직할까. 개에게 유익한 일일까. 어쩌면 보호자를 위한 선택은 아닐까. 그리하여 여러 마리의 개가 함께 살게 되면 어떤 문제들이 발생할까. 다견 가정의 길을 걷는 건 결코 섣불리 선택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29일 방송된 KBS 2TV <개는 훌륭하다>의 고민견은 프렌치 불도그 빅(수컷, 2살)이었다. 이미 잉글리시 불도그 2마리 수몽(암컷, 4살)을 키우고 있던 보호자 가족은 집에 혼자 있을 수몽이가 외로울 것 같다는 염려에 수몽이를 추가로 입양했고, 3마리면 더 행복할 거라 여겨 빅까지 데려왔다고 한다. 개가 아니라 지극히 사람의 관점이 투명된 생각이다. 

한편, 산책을 나선 빅은 갑자기 제작진을 향해 달려들었다. 쫓고 쫓기는 숨 막히는 추격전이 펼쳐졌다. 평소에도 전조 증상 없이 사람들에게 달려드는 모야이었다. 다른 반려견이 지나가도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고, 자전거, 오토바이, 킥보드 등 모든 것에 반응했다. 그러다 입질을 한 적도 있었다. '불도그 대부' 이경규는 프렌치 불도그는 공격적인 성향이 아닌데 이상하다며 고개를 갸웃했다.

"개인적으로 (저 상태는) 장애라고 봐도 돼요." (강형욱)

집에 돌아온 후, 빅은 가만히 있지 못하고 쉴 새 없이 돌아다녔다. 아빠 보호자가 'ADHD'라고 부를 정도로 산만했다. 그 밖에도 이상 행동을 많이 했는데, ①집 안의 기물 파손 ②자몽이의 대변을 먹는 식분증 ③생식기를 긁는 행동 알 수 없는 습성을 보였다. 강형욱은 반려견이 생식기를 긁는 이유에 대해 "대체로 정신적으로 불안정할 때 보이는 행동"이라 설명했다.   

반려견 선호 1위 견종, 빅은 왜 공격적일까
 
 KBS 2TV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KBS 2TV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 KBS

 
그런가 하면 터그 놀이 중에 빅이 자몽이의 목을 공격해 격렬한 싸움으로 번지기도 했다. 빅은 평소에도 자몽과 수몽이를 지속적으로 공격했던 모양이다. 그뿐 아니라 외부인에 대한 입질도 심각했다. 형 보호자와 함께 방문한 친구의 손을 물어버린 것이다. 이쯤 되면 애초에 펜스 안에 격리시키거나 압마개를 하고 있어야 했던 게 아닐까. 엄마 보호자의 대처가 미흡해 보였다. 

프렌치 불도그는 현재 미국에서 반려견 선호도 1위 견종이다. 리트리버를 제치고 31년 만에 인기 반려견 순위가 바뀐 것인데, 그만큼 프렌치 불도그가 다양한 연령대에서 사랑받고 있다는 뜻이다. 달리 말하면 사람과 함께 살기에 적절한 반려견이라는 얘기이기도 하다. 결국 프렌치 불도그라는 견종의 문제가 아니라 유독 공격성을 지니고 태어난 빅의 성향 탓인 셈이다.

"빅과 같은 반려견은 북미 일주 주에서는 아주 예전부터 체계적으로 없앴죠." (강형욱)

현장에 출동한 강형욱은 보호자 상담부터 진행했다. 그는 빅이 우위적 공격성, 방어적 공격성 등 어떤 유형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빅은 대상이 가만히 있어도 달려들고, 심지어 그 어떤 전조 증상도 없었다. 또 사람, 사물, 동물 등 보이는 모든 것이 공격 대상이었다. 강형욱은 빅의 경우는 "이 칼은 얼마나 잘 들까?"라는 끔찍한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인 개들은 '카밍 시그널(Calming Signal)'을 갖고 있고, 이와 같은 몸짓 언어를 다른 개들과 함께 공유한다. 하지만 빅의 카밍 시그널은 일반적인 반려견과 전혀 달랐다. 그래서 수몽과 자몽이 싫어해도 끊임없이 자극하고 괴롭혔던 것이다. 강형욱은 빅은 최악의 케이스라며, 12kg이 되면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약한 상대일수록 사냥감이 될 것이다. 

보호자의 강한 제지가 필요한 이유
 
 KBS 2TV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KBS 2TV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 KBS

 
그렇다면 빅은 훈련이 가능할까. 강형욱은 빅과 같은 유형의 개가 딱 하나 무서워하는 게 있는데, 바로 자신보다 덩치가 큰 존재의 압박이라고 설명했다. 일차원적인 행동의 통제가 아니라 통제에 불응 시 강한 압박이 동원되어야 했다. 강형욱은 리드 줄을 넘겨받고서 뜻 모를 소리를 내며 관찰에 나셨다. 공격성 완화 가능성을 보기 위해 일부러 과하게 자극한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빅은 강형욱에게 냅다 달려들었다. 입마개가 없었다면 위험했을 상황이었다. 하지만 계속된 압박에 주저앉거나 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압도적인 강한 힘으로 압박하니 판단력을 잃고 피할 생각뿐인 듯했다. 그렇다고 방심은 금물이다. 빅은 강한 압박을 교육으로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저 사람은 너무 강해서 못 물겠네' 정도로 이해한 것이기 때문이다. 

"엄마 보호자가 강한 리더가 되면 통제가 될 것 같아요." (강형욱)

공격성 완화 훈련을 통해 일정한 가능성을 확인한 강형욱은 빅이 유독 엄마 보호자를 잘 따른다는 점에 착안해 솔루션을 제시했다. 엄마 보호자가 강한 리더가 된다면 통제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다만 자몽이나 수몽처럼 순한 반려견이 될 거라는 기대는 하지 말라고 충고했다. 완화 가능성을 확인했을 뿐, 방심하면 말 그대로 사고가 벌어질 확률도 농후했기 때문이다. 

산책 훈련도 이어졌다. '리드 워크(리드 줄로 반려견을 통제해 보호자에게 집중시키며 산책하는 훈련)'를 통해 빅이 보호자에게 몰두할 수 있도록 트레이닝했다. 물론 자전거에 홀려 집중력을 잃고 강형욱의 다리에 매달리며 입질을 시도하기도 했지만, 훈련이 반복되니 어느 정도 안정화됐다. 여전히 공격성이 강하고 자기 조절이 안 되는 부분이 있어도 훈련을 통해 답을 찾아야 한다. 

유독 공격성이 강한, 그것도 전조 증상 없이 입질을 하는 개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 북미 일부 주처럼 안락사를 시키는 게 정답일까. 아니면 꾸준한 훈련을 통해 어떻게든 함께 살아가는 게 정답일까. 이 문제는 아직까지 한국에서는 '개인의 선택'으로 남겨진 공백이다. 후자를 선택할 생각이라면 핀치 칼라와 입마개 착용은 필수일 것이다. 무엇보다 보호자의 철저한 마음가짐이 요구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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