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김희용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대표.
 김희용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대표.
ⓒ 최문석

관련사진보기


70년 전 일제 강점기, 한국인 300여 명을 대상으로 강제노동을 시킨 기업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피해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전범기업 미쓰비시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이끈 김희용(54)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 대표를 지난 13일 만났다. 김 대표에게서 지난달 24일 1차 재판, 31일 2차 재판 등 숨 가쁘게 이어진 재판의 내용과 향후 전망을 들었다.

지난달 24일 광주지방법원에서는 양금덕 할머니(84) 등 원고 5명이 미쓰비시를 상대로 위자료 6억 600만 원을 청구한 손해배상소송 첫 재판이 열렸다. 지난 2008년 11월 일본 최고재판소가 한일협정 등을 이유로 기각 판결을 내린 지 5년만에 열린 재판이다.

미쓰비시 측은 "준비가 안 됐다"는 내용의 답변서만 보내고 재판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날 시민모임은 기자회견을 통해 "미쓰비시는 정의·인권·평화의 이름으로 사법적 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일협상 강조하는 미쓰비시

그러던 미쓰비시가 2차 재판에 얼굴을 내밀었다. 김희용 대표는 2차 재판의 가장 주목할 점을 '미쓰비시 측 대리인 재판참여'로 꼽았다. 그는 "지난달 31일 진행된 2차 재판에서는 늦었지만 원고측 공동변호인단과 미쓰비시 대리인단이 참여해 재판의 틀을 꾸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2차 법정에서 재판부는 "3차 재판인 다음달 19일까지 미쓰비시 측 대리인에게 앞으로 진행될 재판에 필요한 근거자료들을 갖고 와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이에 따라 시민모임과 미쓰비시 사이의 본격적인 법정투쟁이 가능해졌다.

원고인 시민모임 측은 일제강점기 시절 ▲ 미쓰비시에 강제노동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나고야 항공기제작소에서 강제노동의 위법성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 ▲ 당시 임금을 지금의 화폐 가치로 계산해 증명할 자료 등을 준비하고, 피고 측은 이를 반박할 증거를 가지고 다음 재판에 임할 것으로 보인다.

"미쓰비시는 '개인청구권 무력화 카드'를 들고 올 겁니다. '1965년 한일협정 당시 국가와 국가 간의 협정으로 개인 간의 청구권 또한 효력이 다했다'는 2008년 일본 최고 재판소의 판례를 들어 주장을 펼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난달 23일 1차 재판 답변서에서 알 수 있듯이 반성의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어요."

김 대표는 7월 2일 부산고등법원에서 열릴 재판이 특히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부산에서 열릴 '미쓰비시 히로시마 조선소 손해배상 소송 재판'은 미쓰비시가 또 다른 지역인 히로시마에서 강제노동을 일삼은 용의자 재판"이라며 "전범기업을 상대로 법정투쟁이 이루어지는 3대 손해배상 재판 중 하나이기 때문에 부산고법의 판결이 광주에서 진행되는 재판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달 24일, 광주지방법원에서 양금덕 할머니(84) 등 원고 5명이 미쓰비시를 상대로 위자료 6억 600만원을 청구한 손해배상 소송 첫 재판이 열렸다. 재판에 앞서 할머니들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 "5월 24일, 역사가 시작됐습니다" 지난달 24일, 광주지방법원에서 양금덕 할머니(84) 등 원고 5명이 미쓰비시를 상대로 위자료 6억 600만원을 청구한 손해배상 소송 첫 재판이 열렸다. 재판에 앞서 할머니들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 최문석

관련사진보기


"일본 사법부에서 1999년 3월 1일부터 2008년까지 전범기업 미쓰비시를 상대로 법정투쟁이 이뤄졌습니다. 그동안 겪은 경험으로 미쓰비시에서 강제 노동 및 임금 미지불이 무분별하게 행해진 관련 근거자료를 상당히 갖게 됐기 때문에 향후 재판이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믿습니다."

앞서 지난해 5월 한국 대법원은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의 피해를 보상할 길을 열어줬다. 대법원은 "한일협정으로 개인청구권까지 없어 지지 않고, 개인의 법적 효력은 아직 남아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김 대표를 비롯한 시민모임은 빠르면 올해, 늦어도 내년 안에 미쓰비시를 상대로 진행되는 '근로정신대 피해자의 손해배상 소송'이 결론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광주지법 재판부가 과거청산 문제에 대해 '의지'를 갖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지난달 1차 법정에서 사법부는 미쓰비시 측 대리인이 참석하지 않은 상태에서 지난 달 31일 열린 2차 재판, 다음달 23일 3차 재판까지 기일을 잡았다.

김 대표는 "사법부가 2, 3차 재판일정을 잡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며 "미쓰비시가 더 이상 장난을 치지 않도록 사법부가 발표한 재판일정에 따라 재판을 이어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일본의 양심과 함께 하는 재판

1차 재판이 열린 지난달 24일 김희용 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
 1차 재판이 열린 지난달 24일 김희용 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
ⓒ 최문석

관련사진보기


'조선여자근로정신대'는 일제강점기 노동력을 착취하기 위해 여성을 강제로 동원해 만든 조직이다. 대표적인 전범 기업의 공장 '미쓰비시 나고야항공기제작소', '후지코시 철재공업주식회사' 등 여러 지역에서 여성들이 피해를 입었다.

사실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을 위한 움직임은 일본의 한 단체로부터 시작됐다. 1999년 3월 1일 일본 시민단체인 '나고야 미쓰비시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소송을 지원하는 회'(아래 나고야 지원회)가 강제노동을 자행한 미쓰비시 기업을 상대로 법적투쟁을 선언한다. 2005년 나고야 지방재판소, 나고야 고등재판소를 거쳐 2008년 일본 최고 재판소인 도쿄재판소 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결국 모두 기각된다.

"나고야 지원회는 본국의 야만적인 제국주의의 행태를 인정합니다. 우리나라 독립운동인 3·1절에 전범기업 미쓰비시를 상대로 법적투쟁을 벌인 것만으로도 알 수 있죠. 본국 극우 단체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지만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김 대표는 광주에서 이뤄진 재판이 '나고야 지원회의 법정투쟁'이 꽃을 피운 것이라고 생각한단다. 때문에 기꺼이 일본의 단체와 연대할 것을 강조했다.

"부끄럽지 않습니다. 한일 양국의 양심 있는 사람들이 함께하는 행동이지, 일본 단체 따로 한국 단체 따로 법적투쟁에 의미를 부여하거나 우리 시민단체만의 성과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일본에서 진행된 십년 동안의 그분들 행동을 부정하거나 축소한다면 그것이야 말로 무임승차고, 솔직하지 못한 행동 아닐까요?"


태그:#근로정신대, #시민모임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