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연애하는 젊은 국회의원

 

<내 연애의 모든 것>은 보수 정당 총각 국회의원과 진보 정당 처녀 국회의원의 연애 이야기다. 예고편을 보았을 때 처음 든 생각은 '연애를 시키다 시키다 못해 이젠 국회의원까지 연애를 시키는구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의학 드라마라면 병원에서 연애하는 이야기, 경찰 드라마는 경찰서에서 연애하는 이야기, 학교 드라마면 학교에서 연애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세상이 많이 달라졌다는 생각도 들었다. 30대 처녀 총각은 일반화되어 버린 지 오래고, 40대 노처녀와 노총각도 꽤 많은 시대가 되었으니, 30~40대 젊은 국회의원들이라면 미혼일 수도 있고, 그들이 연애한다는 설정도 불가능하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드라마에는 미모의 30대 여성 국회의원이 주인공으로 나오고, 아마도 40대 초반이라고 설정한 듯한 매력적인 남성 국회의원도 등장한다. 국회의원은 아주머니와 아저씨의 단계에서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단계로 넘어가는 분들만 하시는 줄 알았는데, 이리 고운 이들이 국회의원이라고 하니, 게다가 연애까지 한다니 상전벽해가 따로 없다.

 

약한 로맨스? 정치와 잘 버무린 로맨스

 

드라마에는 첫 회부터 국회 내 폭력 사건, 법안 날치기 통과, 룸살롱에서 벌어지는 여야 간의 밀실 야합, 다른 의원의 법안 훔치기 등 정치적 사건들이 극을 끌어가는 주요 소재로 등장한다. 유쾌하고 가볍게 그려지지만,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최근 몇 년 사이에 우리가 직접 겪었던 사건들이다. 그리고 이런 정치 소재들은 자연스럽고 절묘하게 로맨스와 버무려져 있다.

 

진보 정당의 대표 노민영(이민정 분)이 법안의 날치기 통과를 막기 위해 소화기로 회의실 문을 부수려다 실수로 보수 정당 의원 김수영(신하균 분)의 머리를 치게 되었기에 두 사람이 엮이게 된다. 룸살롱에서 여당과 야당의 의원들의 야합 장면을 보고 화가 치민 노민영이 술잔을 집어 던지고 독설을 퍼부었기에 김수영이 노민영과 함께 술을 마시게 되고 노민영에게 점차 끌리게 된다.

 

노민영이 애써서 만든 민생 법안을 여당 의원이 가로채 발의하였기에 책임이 있었던 김수영이 노민영을 불러내 국회 옥상에서 대화를 했고, 관계의 획기적 전환이 일어날 수 있었다. 이렇게 <내 연애의 모든 것>은 주인공들이 직업으로 몸담고 있는 국회라는 배경과 정치라는 소재 위에 유쾌한 로맨틱 코미디를 잘 담아내고 있다.

 

설득력 있는 로미오와 줄리엣을 만드는 장치 - 보수 vs. 진보

 

로맨스 드라마가 재미있으려면 두 사람의 사랑을 방해하는 설득력 있는 장치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빈부 격차, 출생의 비밀 등의 방해 장치가 그토록 줄기차게 등장했다. 이제 현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는 방해 장치란 방해 장치는 모조리 써먹었기 때문에 요즘에는 사극을 많이 제작한다는 말도 들린다. 그런데, 정치적 신념 때문에 안 되는 사이라는 설정은 처음 본다. 국회의원들이 연애하는 설정 자체가 거의 처음이기 때문이다.

 

극중 노민영의 말처럼 우리나라는 대통령 1번을 찍은 사람과 2번을 찍은 사람이 싸우는 나라이다. 보수는 진보를 종북 좌파, 빨갱이라고 말하며 그렇게 북한이 좋으면 북한에 가서 살라고 한다. 진보는 보수를 친일파의 후손, 수구 꼴통이라 말하며 대한민국에서 사라져야 할 세력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보수와 진보는 이런 원수 사이가 없고, 보수와 진보가 연애를 한다면, 이런 로미오와 줄리엣이 없다. 이런 이들이 현실에도 있을까 잠시 상상만 해 보아도 정말 불쌍하리만큼 되도 않을 불가능한 사이다.

 

이 지점에서 참으로 기발하다는 감탄이 나온다. 출생의 비밀이나 패륜, 막장 등의 요소를 쓰지 않아도 결코 연애가 불가능한 사이를 잘 설정했기 때문이다. 김수영의 말처럼 보수와 진보가 서로 연애를 하는 것이 불가능한 나라가 정상인 나라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현실은 그렇다. 노민영의 말처럼, 남의 편인 보수보다도 같은 편인 진보에게 진정성을 의심받고 버려질 것이 분명하기에 진보 정당의 의원인 노민영과 보수 정당의 의원인 김수영은 연애를 해서는 안 될 사이인 것이다.

 

로맨스의 기본 공식, 매력적인 남자 주인공 그리고 매력적인 서브 남자 주인공

 

김수영 역을 맡은 배우 신하균은 까칠하지만 사랑하는 여자에게는 한없이 부드러우며 멋진 미소를 보이는 로맨스의 남자 주인공을 잘 소화해 내고 있다. 꽃미남 계열이 아니라 주로 연기파로 분류되는 신하균이 이토록 코믹하면서도 매력적인 남자라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사실 이 기사를 쓰게 된 가장 큰 원인도 신하균의 미소 때문이다. 아무리 배우라지만, 분명히 상대역을 사랑하는 연기할 뿐인데, 신하균씨가 정말 이민정씨에게 반한 것이 아닌가 의심할 만큼 사실 같은 멜로 연기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신하균이 이토록 열연을 펼치는데도 시청률이 그다지 높지 않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지경이다.

 

 

로맨스 드라마의 공식에는 사랑하는 남녀 주인공 외에 이들을 사랑하는 서브 남녀 주인공이 있다. 이 드라마에서는 서브 남녀 주인공이 송준하 보좌관(박희순 분)과 안희정 기자(한채아 분)이다. 로맨스 드라마의 주 시청자가 여성들이기에 이 드라마에서도 서브 남자 주인공인 송준하 보좌관에게 여성들의 로망을 담았다. 항상 여주인공의 곁에서 든든하게 지켜주고, 지고지순하게 여주인공만 사랑하는데다가 멋있기까지 하다. 남자 주인공 김수영 못지않게, 어떤 시청자들에게는 훨씬 더 매력적인 이가 송준하 보좌관일 것이다. 여주인공의 마음을 흔드는 두 남자가 모두 설득력 있게 매력적이고 팽팽하게 대결해야 로맨스가 성공할 수 있는데, 두 남자 배우의 매력적인 대결은 꽤 성공적이다.

 

과연 어떤 결론을 내릴까?

 

<내 연애의 모든 것>을 보면서 몇 해 전에 했던 드라마 <씨티홀>이 떠올랐다. 내 죽마고우가 이 드라마를 좋아해서 열심히 팬질을 하더니 씨티홀이 소재로 썼던 우리나라의 정치 상황까지 알게 되었다. 내 친구는 정치보다는 다른 영역에 훨씬 더 관심이 많았는데도 말이다. 이 드라마를 통해 최근의 시사 문제에 관심을 갖는 이들도 생겨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가장 걱정이 되는 것은 드라마가 결말을 어떻게 짓게 될까 하는 점이다. 어떤 이들은 정치 소재 때문에 로맨스가 약하다며 로맨스 분량을 더 늘려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로맨스의 분량이 너무 늘어나 신선한 소재였던 정치가 실종되거나, 성실한 정치가였던 노민영이 사랑 때문에 모든 것을 포기하는 방향으로 전개된다면 용두사미가 될 수밖에 없다.

 

9회에서 두 사람은 드디어 위태위태한 비밀연애를 시작했다. 보수와 진보가 서로를 용납하지 않는 대한민국에서 결코 불가능한 커플의 앞날을 드라마는 과연 어떻게 그려낼까? 신선한 드라마 <내 연애의 모든 것>이 마지막까지 신선하고 유쾌하게 전개되기를 기대해 본다.


태그:#내 연애의 모든 것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