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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트친'(트위터 친구) 중에는 떡장수가 있다. 떡장수도 그냥 떡장수가 아니다. '대표 떡장수(@handduck45)'다. 그는 트위터 공간에서 떡을 판다. 하지만 그의 트친들은 그가 단지 떡만 파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

그는 자신의 목소리를 낸다. 때론 과격하다 싶은 사회적·정치적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 <나는 꼼수다>의 정봉주 전 의원이 구속된 후, 그러니까 작년 12월 23일부터다. 그는 매일 떡 판매금액의 5%를 적립해, 일주일에 한 번씩 정봉주 전 의원에게 보내고 있다. '정봉주 고추장'이라는 해시 태그(한 가지 주제로 이야기할 때 검색하기 쉽게 해주는 트위터 고유의 태그)를 단, 이 독특한 '떡 판매'가 트위터 타임 라인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전북 전주에 살고 있는 '대표 떡장수' 임복래씨를 지난 16일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잊지 말자'는 마음으로 시작한 떡 판매

팔로워가 늘어난 후, 한가지 안좋은 점이 있다면, 조금만 늦어도 타임라인에 묻혀 보지 못하는 트윗들이 늘어난다는 사실이다.
 팔로워가 늘어난 후, 한가지 안좋은 점이 있다면, 조금만 늦어도 타임라인에 묻혀 보지 못하는 트윗들이 늘어난다는 사실이다.
ⓒ 안소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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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무척 바빠 보였다. 인터뷰 도중에도 통화를 하고, 트위터를 했다. 설날 대목을 앞둬서라고 지레 짐작했다. 물어봤더니, 아니란다.

정봉주 전 의원의 구명 떡 판매를 시작한 뒤 더욱 바빠졌다는 것. 트위터 팔로어가 6000명에서 7000명으로 늘었고, 많은 트친들이 리트윗을 해준 덕에 그의 떡 판매는 요즘 제법 입소문을 타고 있는 중이다.

- 어떻게 트위터에서 떡 판매를 할 생각을 했나.
"처음에는 무척 고민했다. 트위터를 시작한 지 1년쯤 됐는데, 그동안 쌓은 인맥과 이미지가 상하는 건 아닌지 걱정했다. 많은 고민 끝에, '한 번 시작해 보자'는 생각으로 했다. 12월 20일 시작했는데, 이틀 후 정봉주 전 의원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 아내와 상의한 후, 정 전 의원의 구명활동을 위한 떡 판매를 하기로 결심했다."

- 굳이 그렇게까지 한 이유는?
"'잊지 말자'는 의도였다. 나를 비롯해 모든 사람들이 그의 존재를 잊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시작했다."

- 반응은 어떤가? 기대했던 것과 비교했을 때? 
"여기(인터뷰 장소)에 도착하자마자 떡 판매 멘션을 올렸다. (휴대전화를 보여주며) 그 사이 벌써 몇몇 사람들이 리트윗해줬다. 처음 시작했을 때는 이 정도까지 많은 사람들이 반응을 보일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고맙기도 하고 때론 두렵기도 하다."

"트위터 떡 판매 기대 이상... 고맙지만 때론 두렵다"

그가 파는 떡. 이 떡을 팔아 영치금을 보낸다고.
 그가 파는 떡. 이 떡을 팔아 영치금을 보낸다고.
ⓒ @handduck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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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액은 어느 정도 되나.
"'정봉주 고추장' 해시 태그를 검색하면, 자세한 기록을 볼 수 있다. 매일 판매 금액을 공개한다. 첫째 주는 9만4500원, 둘째 주는 8만6000원, 셋째 주는 26만1000원이었다. 이번주엔 아마 최고를 찍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1월 18일 오후, 그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오늘 마지막 배송 정리. 총 판매 개수 70세트. 총액 10만5000원 적립됩니다. 열심히 떡을 알티(리트윗)해주신 트친님과 구매를 해주신 트친님께 깊은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라고 적었다)."

- 이렇게 좋은 반응을 보이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트위터에서 떡을 판매한다는 공지만 보고 바로 구입한 분은 드물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트위터에 쓴 글도 꼼꼼히 읽어보고, 자신과 성향과 코드가 맞는지 여부도 따져가며 구매를 결정하지 않았을까 싶다. 결국, 중요한 건 '관계'다. 얼마 전에는 '소셜 마케터'라는 분한테서 연락이 왔다. 나의 트위터 마케팅이 아직 성공했다고는 볼 수 없지만, 독특한 경우라 내 얘기를 듣고 싶었던 게다."

- 실제로 트위터에서 이런 식의 마케팅이 많나.
"있긴 하지만, 성공한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다. 대개 리트윗을 몇 번째 한 분에게 무슨 식사권이나 선물을 주는 식의 마케팅인데, 오래가지 못한다. 어찌보면 트위터는 열린 공간임과 동시에 지극히 개인적인 공간이다. 이런 특성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한나라당만 알던 부산 사장님, 트위터 알고 변했다"

임복래씨의 명함엔 '대표 떡장수'라는 호칭이 붙어있다. 자신의 일에 대한 자부심을 당당하게 표현하고 있다.
 임복래씨의 명함엔 '대표 떡장수'라는 호칭이 붙어있다. 자신의 일에 대한 자부심을 당당하게 표현하고 있다.
ⓒ 안소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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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제를 돌려보겠다. 처음부터 떡장사를 했나.
"원래는 경기도 분당에서 입시학원을 운영했다. 입시학원에 대한 회의, 경제난이 겹쳤는데 우연인지 익산에서 떡 가게를 하시는 장모님의 건강이 많이 나빠졌다. 그 후 장모님의 사업을 이어서 하게 됐다."

- 명함에 '대표 떡장수'라고 쓴 이유는?
"내 일에 대한 자부심이다. 떡장수로서 '대표'라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

- 스마트폰 사용 인구가 늘었다고 하지만, 40대 중반의 떡장수가 트위터를 한다면 좀 의아해할 수도 있겠다. 원래 이 분야에 관심이 많았는지.
"내 나이가 어때서? 다음 아고라에 3000개가량의 글도 올렸다. 내가 아는 분 중에 50대 남성분이 있는데 그분도 트위터를 한다. 그 분은 부산 출신이었고, 한나라당밖에 모르던 분이었다. 그러다 트위터를 통해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됐단다. 그분은 일부러 진보언론매체의 기사를 복사해 부산에 있는 지인들에게 보낸다고 했다. '빨갱이' 만들려고…. 이건 그 분 표현이다. (웃음) 트위터는 앞으로 연령에 관계없이 보편화될 것이다."

- 지금까지 남긴 트위터 내용을 보면 사회적·정치적 의견을 올리는데, 그 중엔 수위가 꽤 높은 표현도 많다. 주변에서 좀 우려할 법도 한데. 
"당연하다. 사실 지난해 6월에 다음 아고라에 천안함 관련 글을 올려서 경찰에 소환된 적이 있다. 그땐 잠깐 쫄았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쫄지 않는다. 한 개인에게 가해지는 고통은 시간이 지난 후에 바라보면 고통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정봉주 전 의원 구속을 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나는 사회적 이슈가 됐던 현장에 함께 있었다. 김진숙 지도위원이 300일 넘게 있었던 한진중공업 시위 현장에도 들렀고, 현재까지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전북고속 노동자 해고 반대 농성 현장도 들른다. 가끔은 떡을 가지고 가서 소리 없는 응원을 하기도 한다. 아침부터 떡을 만들고 배달하느라 바쁘지만, 우리가 모르고 지나치는 불의와 부조리에 대해 목소리 높여 소리치고, 그와 관련된 글을 열심히 퍼 나른다. 그것이 내가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이다."

소셜 네트워크의 거대한 응집력... 놀랍다

김진숙 지도위원(오른쪽에서 두 번째)과 임복래씨(가장 왼쪽) 가족
 김진숙 지도위원(오른쪽에서 두 번째)과 임복래씨(가장 왼쪽) 가족
ⓒ @handduck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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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쁜 와중에 트위터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보통 새벽 5~6시쯤에 일어난다. 일어나면 우선 인터넷 신문 8~9개를 본다. 신문을 본 뒤에는 30분 정도 반신욕을 하면서 하고 싶은 말을 트위터에 올린다. 그리고 하루에 3번, 떡 판매 공지 멘션을 올린다. 휴일에는 두 번만 올린다. 나와의 약속이다."

- 우문 같지만 묻겠다. 트위터를 왜 하나?
"내게 트위터는 공부하는 공간이다. 내가 모르는 사람들과 의견을 주고받으며, 내가 잘 모르는 분야의 글을 읽으며 공부하게 된다. 정말 많은 것을 배운다. 물론 그중에는 잘못된 정보도 있지만, 그것 역시 세상을 배우는 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원래 정치·사회에 관심이 좀 많다. 그러다 보니 다양한 분야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하게 된다. 이것이 내가 트위터를 하는 이유다."

임복래씨가 정봉주 고추장 해시 태그를 달고 떡장사를 한 뒤, 그의 떡은 나름 유명세를 타고 있다.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자신에게 떡을 주문하고, 자신의 글을 퍼 날라줬다. 때론 이름만 대면 아는 유명인들도 자신의 글을 리트윗하고 응원해줬다. 임씨는 "두렵다"고 했다. 이 보이지 않는 거대한 소셜 네트워크의 힘과 응집력이 두렵다는 얘기다. 과연, 이 힘이 세상을 바꿀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대표 떡장수, 정봉주 전 의원에게 편지를 받다
인터뷰 다음날이었던 1월 17일, 그의 트위터에서 반가운 글을 읽었다. 임씨가 정봉주 전 의원으로부터 '옥중편지'를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임씨는 자신의 트위터에 "정봉주 의원의 편지 내용은 저에게 온 게 아니라, 떡을 구매해주시고 리트윗해주신 여러분께 온 편지입니다. 같이 고생하시는 마눌님 보시고 난 후 공개하겠습니다"라고 올린 뒤, 편지 전문을 공개했다.

정봉주 전 의원이 임복래씨에게 보내온 옥중편지. 홍성으로 이감되기 전에 부친 편지다.
 정봉주 전 의원이 임복래씨에게 보내온 옥중편지. 홍성으로 이감되기 전에 부친 편지다.
ⓒ @handduck45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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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편지내용 전문.

임복래님. 편지 잘 받았고 영치금도 잘 받았습니다. 너무 감사합니다. 정확한 정보를 전달받기는 너무 제한적이라서 제가 알고 있는 것이 정확한 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무슨 사업을 하시면서(떡이라고 들었어요) 수익인지 매출인지의 5%를 영치금으로 주시겠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영치금이 들어왔더군요. 너무 감사합니다. 그 마음, 그 정성, 다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런데 카페에서 이미 영치금(사식위원회) 모금을 해서 영치금이 차고도 넘치고 있습니다. 너무 과합니다. 그렇게 열심히 해서 올린 매출에 대한 돈을 받기가 너무 송구스럽습니다. 이미 그 따뜻한 정성, 마음 다 와 닿았습니다. 이 고마움을 어찌 표현할 줄을 모르겠습니다.

영치금 모금해주신 분들, 모두 모두에게 그저 송구스럽고 감사하다는 말씀 뿐. 그밖에 다른 어떤 표현도 생각나지 않습니다. 거듭 감사합니다. 저는 아주 잘 있고 잘 적응하고 있고 건강도 무척 좋아지고 있습니다. 면회오신 분들, 눈물 흘리면 같이 눈물 흘리던 그런 모습도 이제는 없습니다. 제 걱정 마시고 생업, 사업 번창하시길 기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2. 1.15   21세기 위대한 융합정치지도자  정봉주


태그:#정봉주, #트위터, #떡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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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아픈 것은 삶이 우리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도스또엡스키(1821-18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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