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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공사 이후로 물이 말라서 농사를 지을 수 없다'는 농민들의 제보를 받고 문제의 경주시 외동읍 신계리를 찾았다. 마을 산 아래로 계단식 논이 잘 발달되어 있었고 산자락을 따라 왼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멀지 않은 곳에 불국사와 석굴암으로 유명한 토함산 정상이 보였다.

 

이곳 농민들은 조상 대대로 논농사를 지으며 살아왔다. 원래 논농사는 물을 많이 필요로 하지만 다랑이(계단식 논)농사는 물이 빨리 배수되는 까닭으로 더욱 더 많은 물을 필요로 한다. 이를 증명하듯 마을 주민들에 의하면 신계리 일원의 계곡은 갈수기인 겨울철에도 골짜기에 물이 많이 흘렀다고 한다. 이렇듯 물 걱정 없었던 마을이 어느 날부터 물 걱정으로 잠을 이룰 수 없게 되었다. 2009년부터 골짜기의 물이 모두 말라버린 것이다.

 

농민들에 따르면 '경주-감포 2국도'의 터널공사(신계리~장항리)를 시작한 뒤 골짜기의 물이 말랐다고 한다. 공사 중인 터널은 골짜기 아래를 지나고 있고 골짜기와 대조적으로 터널 안에서는 지하수가 쉼 없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주민들에 따르면 수량이 하루 1900톤 정도다. 다행히 지금은 지하수를 신계리 쪽으로 퍼내고 있어서 작년까지는 농사를 지었으나 터널이 완공되면 설계도면에 따라 지하수가 장항리 쪽으로 배수되기 때문에 더 이상 농사를 짓지 못하게 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민들은 부산지방국토관리청, 경주시, 시의원 등을 찾아다니며 민원을 제기했으나 뾰족한 해결방안을 못 찾고 있는 실정이다.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은 '양북터널 굴착에 따른 괘릉저수지 수위저하와 터널 거동 분석 연구용역 보고서'(2008.4 대한토목학회 대구경북지회)라는 것을 제시하면서 농업농수 부족과 터널공사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경주환경운동연합은 문제의 용역보고서를 입수하여 1월 12일 시민환경연구소에 검토를 의뢰했고 지난 14일 연구소로부터 "상기 보고서에서 제시한 '터널은 저수지 수위저하에 미미한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는 그것을 평가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사용하지 못했기 때문에 터널의 영향을 정확하게 평가할 수 없음"이란 검토의견서를 받았다.

 

이에 경주환경운동연합은 민원인 면담과 공사현장 주변에 대한 조사를 더 거친 후 2월 25일 부산지방국토관리청에 검토의견서에 대한 입장을 공문으로 질의한 상태다. 담당 공무원은 일주일 정도 지나야 공식 입장이 나올 것 같다고 했다.

 

한편 지난 2월 16일에는 국민권익위원회의 최아무개 조사관이 현장을 다녀갔으며, 그 자리에 감리단장, 농어촌공사, 경주시건설과 공무원들과 마을 주민들이 함께 했다.

 

현장에 있었던 마을 주민 허아무개씨에 따르면 김영동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저수지에 있는 50만 톤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다"고 주장하다가 "가물면 어떻게 하냐"는 주민들의 항의에 아무 말도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허씨는 "처음부터 계곡에는 물이 없었다고 주장하던 공사담당자들도 터널 안에 지하수가 터지기 전까지는 계곡물을 끌어서 공사했음을 시인"했다고 한다.

 

그동안 발뺌을 했던 관계 공무원들이 현장을 목격한 최아무개 조사관에게 터널공사의 문제들을 일부 시인했다고 한다. 현재 터널공사 공정이 70%를 조금 넘었다고 한다. 더 늦기 전에 관계당국의 적극적인 문제해결 노력이 절실하다.

 

관계당국의 적극적인 조치로 터널의 지하수가 신계리로 계속 흐르더라도 환경파괴의 문제는 풀 수 없는 숙제로 남을 것이다. 주민들에 따르면 계곡마다 개구리와 가재가 많았으나 물이 마른 이후로 자취를 감추었다고 한다.

 

말라버린 계곡은 되살릴 수 없을 것이며 개구리와 가재를 이어서 위쪽의 나무들이 말라 죽는 일이 생길 가능성도 크다. 충분한 사전환경성 검토 없는 무분별한 토목건설이 경주 토함산 자락의 숲과 농민들에게 큰 재앙을 몰고 오고 있다.


태그:#부산지방국토관리청, #신계리, #물 도둑, #양북터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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