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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북 경주 월성 원전. 맨 오른쪽이 월성 1호기
 경북 경주 월성 원전. 맨 오른쪽이 월성 1호기
ⓒ 한국수력원자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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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3일 화요일 오후, 규모 3.5의 지진이 경주를 흔들었다. 그 시각 나는 일을 하느라 진동을 느끼지 못했다. 그런데 곧바로 아내에게서 전화가 왔다.

"자기야 소파에 누워 있었는데 핸드폰 진동처럼 소파가 떨리더니 진열대의 화분이 덜커덩거리며 흔들렸어, 혹시 지진 아니야? 원전 때문에 걱정돼서 전화했어."

전화를 끊고 곧바로 페이스북에 관련 내용을 올렸다. 그리고 얼마 지나서 지진 발생을 알리는 뉴스가 쏟아졌다. 지진 발생 3시간 후 월성원자력본부는 시민들에게 문자 알림을 발송했다.

"[월성원자력] 금일 오후 3시 27분 경주 동남쪽 18km지점 규모 3.5 지진 발생, 월성원전 영향 없음."

그러나 이 문자는 정직하지 못했다. 지진 발생 3시간 후에 문자를 발송한 것은 원전의 안전 유무를 확인하기 위해 늦은 것일 수도 있으니 이해를 하겠다. 그런데 "경주 동남쪽 18km 지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당황스러웠다. 규모 3.5의 지진은 경주 바깥의 어느 곳에 발생하지 않았다. 바로 경주 안에서 발생했다. 동남쪽은 도대체 어디를 기준으로 한 것인가? 시청을 기준으로 동남쪽인가? 시민은 아리송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월성원자력본부가 이 문자를 보낸 이유는 "월성원전 영향 없음"을 알리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지진 발생 지점도 핵발전소를 중심으로 정보제공을 해야 한다. "경주 동남쪽 18km 지점"은 잘못된 정보다. "월성원전 북서쪽 11km 지점"이 올바른 정보다. 이렇듯 핵산업계는 지진 발생을 핵발전소와 무관한 것인 양 교묘하게 정보를 가공하고 있다.

그렇게 지진이 우리 가족과 경주를 흔들어 놓은 다음 날 경주 관내에 있는 노동조합으로 탈핵강연을 하러 갔다. 강연 시작시간보다 일찍 강당에 도착한 여성 조합원들이 둘러앉아 얘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옆에서 살짝 들어보니 이런 이야기를 했다.

"야야 어제 지진이 월성원전 때문에 일어났단다."

어느 조합원의 말에 내 귀를 의심했다. 그러나 그 조합원은 위 말을 동료들에게 다시 건넸다.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 주장이지만 그만큼 월성원전의 안전 문제가 시민의 삶 속에 크게 들어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경주 시민은 지진과 핵발전소를 하나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2000년 이후 핵발전소 인근 지진 중 56%가 월성원전 근처

원전주변 지진 발생 횟수 1978년~2013년까지 원전부지 반경 30km 이내 지진발생 현황(원자력안전위원회)
▲ 원전주변 지진 발생 횟수 1978년~2013년까지 원전부지 반경 30km 이내 지진발생 현황(원자력안전위원회)
ⓒ 이상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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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시민의 원전 걱정은 과대망상일까? 합리적 근거를 갖는 불안일까? 나는 후자를 지지한다. 9월 23일 경주는 분명히 흔들렸다. 보름 전인 9월 9일에도 규모 2.2의 지진이 경주에서 발생했다. 이 두 개의 지진은 월성원전에서 각각 11km, 9km 떨어진 지점에서 발생했다. 지진이 잘 발생하지 않는 한반도에서 보름 사이에 두 건의 지진이 발생했고, 모두 경주에서, 그것도 핵발전소 인근에서 발생한 것이다.

월성원전 안전 문제는 이미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됐다. 우리나라 핵발전소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지난해 국정감사 때 제출한 자료를 살펴보면, 우리나라 핵발전소 반경 30km 이내에서 발생한 지진은 2000년 이후 총 43건이다. 그중 56%를 차지하는 24건이 월성원전 인근에서 발생한 것으로 되어 있다.

또한 규모 3.0 이상의 지진만 비교하면 월성원전이 75%로 압도적이며, 규모 4.0 이상의 지진은 월성원전이 유일하다. 이런 경주에 6기의 핵발전소와 핵폐기장이 있다. 더욱이 월성1호기는 30년 수명이 끝났으나 아직 폐쇄 결정이 내려지지 않았다. 이런 사실에 비추어 본다면 경주 시민의 불안 심리는 매우 당연한 것이다.

최근 경주 핵폐기장을 둘러싼 '활성단층'의 존재 여부가 새롭게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지진은 땅이 찢어지거나 아래위로 뒤엉키는 단층 활동의 결과로 발생한다. 활성단층이란 살아 있는 단층 즉, 언제라도 지진이 발생할 수 있는 단층을 일컫는다.

 경주 핵폐기장 공사 인허가 때 발견된 Z단층들. 경주 핵폐기장은 월성원전과 같은 부지에 있으며 이렇게 많은 단층이 형성되어 있다.
 경주 핵폐기장 공사 인허가 때 발견된 Z단층들. 경주 핵폐기장은 월성원전과 같은 부지에 있으며 이렇게 많은 단층이 형성되어 있다.
ⓒ 한국원자력환경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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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최근에 알려진 경주 핵폐기장 부지의 Z단층(단층을 부르는 기호. 알파벳과 숫자로 단층에 기호를 붙인다.)들은 "103만 년, 52만 년, 34만 년, 20만 년 등 계속해서 움직이고" 있는 활성단층이다. 기술적인 한계로 최근의 움직임은 연대측정을 할 수 없다고 한다. 그리고 지질학자를 만나보면 지진 등 지각운동에서 천만 년 정도는 하룻밤에 불과하다고 한다. 백두산, 한라산 같은 화산은 1억 년에 걸처 분화를 거듭하며 휴화산이 된다고 한다.

경주 핵폐기장 부지의 Z단층들은 지금 지진운동이 일어나고 있는 '활성단층'이다. 경주 핵폐기장은 월성원전과 같은 부지에 있다. 이것만이 월성원전 주변에서 지진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이유를 과학적으로 설명해준다.

땅 속의 일은 아무도 모른다. 지진과 같은 대재앙 앞에 매번 인류가 속수무책으로 무릎 꿇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설령 땅 속 일을 미리 알아도 뾰족한 수가 없다. 자연재해가 인재로 연결되는 연계고리들을 사전에 끊어내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그런 면에서 월성1호기처럼 수명 끝난 낡은 핵발전소는 즉각 폐쇄해야 한다. 정부의 '월성1호기는 규모 6.5의 지진에 견디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식의 속 빈 대응은 매우 안일하다. 우리는 튼튼하고 좋은 승용차를 탔다고 해서 일부러 위험한 도로를 달리지는 않는다.

덧붙이는 글 | 이상홍 기자는 경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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