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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고창의 바둑판식고인돌
▲ 세계유산 고인돌 전북 고창의 바둑판식고인돌
ⓒ 김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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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에는 고인돌이 많다. 남한에만 대략 3만 5천개가 있고 북한에도 1만 5천개 가량이 있다고 하니 다 합치면 5만개가 넘는 고인돌이 한반도에 모여있는 것이다. 전세계에 있는 고인돌의 절반 이상이 한반도에 있다.

한반도에는 왜 이렇게 고인돌이 많을까. 한반도는 유럽에서 시작된 고인돌문화가 가장 마지막으로 도착한 곳이다. 유럽에서 고인돌이 생겨난 것을 기원전 2500년경이라고 본다면, 그로부터 약 2천년 후에 한반도에 고인돌이 들어온 것이다.

고인돌은 대부분 서해안 지역에 분포해있고 특히 전라남북도에 밀집되어 있다. 고인돌의 수도 많을 뿐 아니라 종류도 다양해서 한반도를 '고인돌왕국'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한반도를 벗어나면 중국과 일본 규슈 지방에 조금씩 있을 뿐이다.

고려문화재연구원 김병모 이사장의 의견에 의하면, 중국과 일본에 고인돌이 깊이 들어가지 못한데에는 유교문화의 영향이 크다. 일본의 고인돌은 대략 기원전 3세기에 만들어졌다. 그 당시는 중국의 유교사상이 이미 일본에 들어가 있었다.

죽은 사람을 땅에 묻고 제사를 지내는 방식이 보편화되었기 때문에, 고인돌문화가 규슈 지방 이외에는 전파되지 못한 것이다. 마찬가지 이유로 중국본토에서도 고인돌문화는 전해지지 못했다. 남쪽에서 올라온 고인돌문화는 한반도에서 마지막으로 화려하게 펼쳐지고나서 철기시대의 시작과 함께 소멸된 것이다.

고인돌은 넓은 판석이나 커다란 바위 밑에 여러개의 돌을 고여놓은 형태다. 그런 의미인 '지석'을 우리말로 번역한 것이 바로 '고인돌'이다. 한반도에는 다양한 크기와 모습을 가진 고인돌이 분포한다. 이것을 몇 가지 형태로 분류하자면 탁자식고인돌, 바둑판식고인돌, 개석식고인돌 등으로 나눌 수 있다.

한반도에 있는 여러가지 형태의 고인돌

전남  화순에 있는 감태바위 채석장. 고인돌을 만들기 위해 떼어낸 돌이 비스듬이 놓여있다.
▲ 세계유산 고인돌 전남 화순에 있는 감태바위 채석장. 고인돌을 만들기 위해 떼어낸 돌이 비스듬이 놓여있다.
ⓒ 김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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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돌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모습이 바로 탁자식고인돌이다. 넓고 평평한 덮개돌을 두 개의 받침돌이 지탱하고 있는 형태다. 탁자처럼 보인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고, 주로 중부지방 이북에서 발견되기 때문에 예전에는 북방식고인돌이라고도 불렀다.

바둑판식고인돌은 언뜻 바둑판처럼 보이기에 그런 이름이 붙었다. 탁자식고인돌에 비해서 훨씬 더 크고 두툼한 덮개돌을, 3-4개의 작은 받침돌이 지탱하고 있는 형태다. 주로 남쪽에서 볼 수 있기 때문에 과거에는 남방식고인돌이라고도 불렀다. 바둑판식고인돌의 덮개돌은 백톤이 넘어가는 것도 있다.

전남 화순에 있는 세계 최대의 고인돌인 핑매바위고인돌이 대표적이다. 이렇게 커다란 고인돌은 무덤이라기 보다는 부족의 상징물 또는 영역표시의 용도였을 것이다. 청동기시대 사람들도 높고 커다란 기념물을 만들려는 욕심을 갖고 있었을 것이다. 거대한 고인돌은 부족의 힘을 나타내고 그 힘이 클수록 부족민들도 자부심을 가지고 단결할 수 있을테니까.

개석식고인돌은 지하에 무덤방을 만들고 그 위에 커다란 덮개돌을 바로 덮어놓은 형태다. 별다른 받침돌이 없기 때문에 고인돌이 아니라고 착각할 수도 있다. 덮개돌 아래에 있는 무덤방에서 당시의 유물이나 인골이 발견될 가능성이 가장 많은 고인돌이 바로 개석식고인돌이다. 한반도에서 볼 수 있는 가장 보편적인 형태의 고인돌이기도 하다.

거대한 고인돌을 만드는 과정은 크게 세 단계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채석장에서 돌을 떼어내는 과정이다. 고인돌의 덮개돌은 주변에 있는 바위를 사용한 경우도 있지만, 산에 있는 암벽에서 적당한 크기로 잘라내기도 했다.

암벽의 뚫린 구멍에 나무를 집어넣고 물을 붓는다. 그러면 물을 먹은 나무가 팽창하면서 암벽이 갈라지는 것이다. 겨울에는 구멍에 물을 부으면, 그 물이 얼면서 부피가 늘어나며 암벽이 갈라진다. 이런 채석과정이 가장 시간이 많이 걸렸을 것이다.

청동기시대 고인돌은 어떻게 만들었을까

전북 고창 고인돌박물관에 있는 모형. 이런 식으로 떼어낸 돌을 끌었을 것이다.
▲ 세계유산 고인돌 전북 고창 고인돌박물관에 있는 모형. 이런 식으로 떼어낸 돌을 끌었을 것이다.
ⓒ 김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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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떼어낸 덮개돌을 운반하는 것이 두 번째 과정이다. 수십톤에서 많게는 백톤에 이르는 덮개돌을 운반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동력이 필요하다. 운반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 통나무들을 운반로에 나란히 깔고, 그 위에 올린 덮개돌을 칡넝쿨로 만든 밧줄을 이용해서 당기며 운반한다.

요즘에도 과거의 방식대로 고인돌을 만드는 행사가 열린다. 그때 동원되는 사람들의 숫자로 미루어 판단하자면, 약 1톤의 돌을 끌어오기 위해서 대략 10여명의 인원이 필요하다. 밧줄을 끄는 사람들, 앞에서 지휘하는 사람과 주위에서 흥을 돋궈주는 역할을 했던 사람들을 모두 포함한 숫자다. 거대한 고인돌을 만들려면 부족민도 많고 부족장의 권위와 지배력 또한 강했어야만 할 것이다.

덮개돌을 끌어서 미리 준비해둔 받침돌 위로 올리면 고인돌이 완성된다. 바닥에 세워둔 받침돌에 흙을 덮어서 경사로를 만들고 역시 통나무나 지렛대를 이용해서 덮개돌을 올렸을 것이라고 추정된다.

지금이야 이런 식으로 고인돌을 만들면 능률적일 것이라고 쉽게 상상하지만, 실제로 당시에 이런 일련의 과정이 확립되기까지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다치지 않았을까. 그러니 고인돌은 다른 의미에서의 거대한 무덤이기도 한 셈이다.

고인돌은 청동기시대 거석문화를 대표한다. 청동기시대에 거석문화가 생겨난 데에도 이유가 있다.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은 정착생활을 시작했고, 인구가 많아지면서 부족이 형성되었다. 고인돌을 만들기 위한 사회적 토대가 이 당시에 생겨난 것이다.

거석문화는 커다란 돌로 인공적인 구조물을 만들고, 그것을 어떤 목적에 맞게 이용한 문화를 가리킨다. 고인돌과 선돌, 열석, 환상열석 그리고 석상이 모두 여기에 포함된다. 이중에서 열석이나 환상열석은 우리나라에서 볼 수 없다. 이들을 보기 위해서는 유럽으로 가야만 한다.

한반도와 세계의 다양한 거석문화

전남 화순에 모여 있는 고인돌
▲ 세계유산 고인돌 전남 화순에 모여 있는 고인돌
ⓒ 김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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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돌은 하나의 커다란 돌을 수직으로 세워둔 것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종종 볼 수 있다. 유럽에서 선돌은 죽은 사람을 상징하는 것으로 아일랜드나 스코틀랜드에서 많이 발견된다. 열석은 많은 선돌이 한 줄이나 여러 줄로 세워진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열석은 프랑스에 있다.

프랑스 북부에는 1500개의 선돌을 열을 맞춰서 줄지어 서 있다. 마치 군인들이 정렬해있는 것 처럼. 상상만으로도 장관을 이루는 유적이겠지만, 이 열석은 유네스코에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지 못했다. 관리를 제대로 못했다는 것이 그 이유다. 사람들이 유적에 쓰레기를 버리기도 하고, 관리사무소가 열석 한 가운데에 자리잡고 있다고 한다. 유적 한복판에 집을 지어놓았으니 유적관리가 아니라 파괴에 가까운 것이다.

환상열석은 영국의 스톤헨지를 생각하면 된다. 선돌을 한 줄 또는 여러 줄의 원형으로 배열한 것이다. 석상은 사람의 모습을 한 돌덩어리다. 제주도의 돌하루방, 이스터섬의 석당이 모두 여기에 포함된다.

이런 거석문화는 유럽에서 한반도까지 다양하게 분포하고 있다. 러시아의 카프카즈 지역에도 군집을 이룬 고인돌이 있다. 반면에 상대적으로 돌을 구하기 힘든 지역인 중동과 중앙아시아에서는 거석문화를 보기 힘들다. 수천년 전에 왜 하필이면 돌을 이용해서 무언가를 만들었을까.

동북아지석묘연구소 이영문 소장은 이를 가리켜서 '돌에 대한 믿음'이라고 표현한다. 모든 사물에 생명과 영혼이 깃들어 있다고 생각했던 선사시대에, 사람들은 자신보다 오래살면서 변하지 않고 파괴되지 않는 돌을 이용해서 기념물을 만들었던 것이다.

돌은 주위에서 구하기 쉬운 소재이기도 했다. 나무로 기념물을 만들면 썩어 없어질 것이니, 자신들이 죽은 이후에도 오랫동안 그 자리에 남아있는 상징물을 만들려면 돌이 제격이다. 그리고 지금도 고인돌은 단단히 자리를 지키고 있으니 그들의 바람도 이루어진 것이다. 수천년의 역사를 간직한 채 땅 밑에 뿌리내린 거석, 그 문화의 중심에 있는 것이 고인돌이다.


태그:#고인돌, #세계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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