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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멀리 나들이 계획을 잡았는데, 아주 날을 잡았네요. 하루만에 펑크가 네 번이나 났답니다.
▲ 뭐야? 오늘은 펑크 나는 날? 오랜만에 멀리 나들이 계획을 잡았는데, 아주 날을 잡았네요. 하루만에 펑크가 네 번이나 났답니다.
ⓒ 손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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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길이 좋아! 멀어도 좋아!

"우리 이번에는 영천에 가보자!"
"영천? 그 먼데를? 자전거로?"
"응. 이젠 하도 다녀서 하루 만에 갔다 올만한 곳이 마땅치가 않다."
"영천도 멀잖아? 자전거 타고 오고가고 하려면 시간 많이 걸릴 텐데…."
"멀지, 그러니까 아침에 갈 때는 버스 타고 가고, 올 때는 대구로 거쳐서 자전거 타고 오자. 낯선 길이니까 재밌지 않겠나?"
"오호, 그럼 자전거 싣고 가보잔 말이지? 그것도 좋지. 그런데 올 때 잔차 타는 거리가 얼마나 돼? 올 때만 탄다 해도 꽤 될 텐데?"
"한 100km쯤 될 거야."

벌써 자전거 타고 우리 둘레 곳곳을 누비고 다닌 지, 한 3년쯤 되었네요. 그동안 일요일만 되면 덮어놓고 자전거 타고 나가서 살다시피 했는데, 이젠 가까운 곳에서는 하루 만에 다녀올 만한 곳이 거의 없을 만큼 되었네요. 그도 그럴 것이 오로지 자전거만으로 우리가 사는 구미는 말할 것도 없고, 왜관, 성주, 고령, 김천, 상주, 영주, 경주, 영동, 예천…. 바퀴로 굴려서 닿을 만한 곳엔 거의 다녀봤네요. 그렇게 다니면서 참 많은 얘깃거리와 볼거리들을 만났고, 또 좋은 사람도 무척 많이 만났지요. 자전거가 아니었다면 감히 꿈도 못 꿀 일이었으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모릅니다.

이번 주에는 경북 영천으로 계획을 잡았습니다. 아침 첫차인 7시10분에 떠나는 시외버스를 타고 가서 영천에서부터 대구를 거쳐 왜관, 구미로 돌아오려고 합니다. 이번 나들이는 다른 계획은 하나도 잡지 않았고, 오로지 낯선 길을 다니면서 그곳 풍경을 구경하려고 합니다.

앗! 펑크다! 이걸 어째? 오늘 못가는 거 아니야?

강가에 자전거 길을 매우 잘 다듬어 놓았어요. 이 마을에 사는 이는 아침저녁으로 자전거 타고 운동하기에 아주 좋을 듯하네요.
▲ 강가로 난 자전거길 강가에 자전거 길을 매우 잘 다듬어 놓았어요. 이 마을에 사는 이는 아침저녁으로 자전거 타고 운동하기에 아주 좋을 듯하네요.
ⓒ 손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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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때로 멀리 나갈 때엔, 자전거를 버스에 싣고 가서 타는 것도 아주 남다른 추억이랍니다.
▲ 영천 버스터미널 때때로 멀리 나갈 때엔, 자전거를 버스에 싣고 가서 타는 것도 아주 남다른 추억이랍니다.
ⓒ 손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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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차 시간에 맞춰 40분 전에 나섰어요. 그런데 이게 웬일이래요? 집을 나설 때, 남편이 버릇처럼 바퀴를 만져봤는데 뭔가 이상합니다. 어제 체인에 미리 기름도 쳐놓고 바퀴에 바람까지 넣어뒀는데 탱탱해야 할 바퀴가 물렁물렁하네요.

"뭐야? 펑크 난 거야?"
"큰일 났다. 암만 해도 그런 거 같은데?"
"하이고, 어떡해? 튜브 갈고 가야 되잖아. 차 시간 때문에 일 났다."

차 시간이 빠듯하다 해도 펑크 난 채로 갈 수는 없는 일, 서둘러 다시 짐을 풀고 튜브를 갈아 끼우고 바람을 넣었어요. 마음이 바빠서인지 다른 때보다 시간이 훨씬 더 걸리는 듯했어요. 나중에 영천에 가서 다시 바람을 넣을 생각으로 대충 넣고 길을 떠납니다.

시외버스정류장까지 가는 동안에도 마음은 바빠 죽겠는데, 오늘따라 가는 길목마다 차와 씨름을 해야 했어요. 더구나 자전거를 버스에 실으려면, 바퀴를 빼서 끈으로 묶고 싸야 하는데, 자칫하면 오늘 버스를 타지 못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요. 초조한 마음으로 정류장에 닿으니 버스는 벌써 와 있고, 차 떠날 시간이 10분도 채 남지 않았지요. 자전거 두 대를 서둘러 싸고는 차에 오르니 바로 떠나는군요.


"휴우! 다행이다."

"난 오늘 영천 못 가는 줄 알았다."
"아마 시간이 넉넉했다면 더 빨리 쌌을 텐데, 시간 없다고 생각하니까 더 안 되더라. 그나마 옛날처럼 가방에 싸지 않고 그냥 끈으로만 묶었으니 다행이지 안 그랬으면 정말로 오늘 못 갈 뻔 했다."
"그나저나 생전 안 그러더니, 오늘따라 아침부터 펑크가 날 게 뭐람?"

아침부터 펑크가 나는 바람에 초조하고 애를 태웠지만, 낯선 곳에 간다는 설렘 때문에 이내 펑크 난 일은 잊어버렸어요. 어린아이처럼 마냥 신나고 즐겁기만 했어요. 영천 땅에 닿자마자 집에서 못다 넣은 바람도 넣고 또 다시 한 번 꼼꼼하게 자전거를 살펴봤어요. 혹시나 또 다른 문제는 없는지….

늦은 아침을 간단하게 먹고 길을 떠납니다. 이제부터는 오로지 영천에서 구미까지 곧장 가기만 하면 됩니다. 그러나 워낙 먼 거리인데다가 길을 모르기 때문에 며칠 앞서부터 지도를 보며 공부한(?) 데로만 가야 하기에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를 일입니다.

"그나저나 길은 다 아는 거야?"
"걱정 하지 마, 길은 내 머릿속에 다 있어."
"하하하, 하기야 울 신랑이 누군데? 잔차 타는 인간 내비잖아? 하하하"

길을 떠나기에 앞서 여러 가지 지도를 보면서 우리가 갈 길을 꼼꼼하게 공부합니다. 요즘은 다음 위성지도가 매우 잘 나와 있어 길찾기가 훨씬 쉬워졌어요.
▲ 다음 위성지도 길을 떠나기에 앞서 여러 가지 지도를 보면서 우리가 갈 길을 꼼꼼하게 공부합니다. 요즘은 다음 위성지도가 매우 잘 나와 있어 길찾기가 훨씬 쉬워졌어요.
ⓒ 손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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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까지 꼼꼼하게 지도를 보면서 챙겼어도 가끔은 길을 잃어버릴 때가 많아요. 또 지도에서 보던 것과 길이 달라져 있을 때도 많지요.
▲ 네이버 지도 이렇게까지 꼼꼼하게 지도를 보면서 챙겼어도 가끔은 길을 잃어버릴 때가 많아요. 또 지도에서 보던 것과 길이 달라져 있을 때도 많지요.
ⓒ 손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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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길 찾는 데는 선수에요. 처음 가보는 낯선 곳이지만 언제나 마실 다니는 것처럼 척척 알고 이쪽저쪽 찾아들어가는 걸 보면 아무리 봐도 신기해요. 가기에 앞서 여러 가지 지도(구글어스, 다음위성지도, 네이버지도를 서로 견줘가며 길 공부를 합니다.)를 보면서 워낙 꼼꼼하게 챙기기는 하지만, 난 아무리 봐도 막상 가서 보면 머리가 하얘지고 눈앞이 까맣던데, 아마도 자전거 타고 누비고 다니기에 타고 났나 봐요.

아니나 다를까? 영천 시내를 벗어나서 '영양교'라는 다리를 하나 건너더니 바로 왼쪽으로 돌아 들어갑니다. 뒤따르면서도 얼마나 신기한지 몰라요. 차도 사람도 거의 다니지 않는 오솔길로 들어가는데, 길이 참 멋스럽습니다. 그야말로 자전거 타기에 딱 좋은 길이었어요. 낯선 곳에 찾아가는 기분은 참 남다르답니다. 모든 게 새롭게 보이는 풍경이 좋고, 우리가 좋아하는 시골풍경도 참 아름다워요. 길가에 감나무는 어느새 오롱조롱 달린 열매가 감빛으로 익어가고 있고, 이름 모를 작은 들풀도 더없이 예쁘기만 해요.

뭐야? 오늘은 펑크 나는 날?


"어, 왜 이러지? 뒷바퀴 또 펑크 났나?"

"그런 거 같은데? 내려 봐 암만해도 또 난 거 같다."

어이쿠, 이건 또 무슨 일이래요? 아침에 집에서 나올 때부터 튜브 하나 갈아 끼우고 왔는데, 또 펑크가 나고 말았네요. 알고 보니, 아침에 너무 바빠서 제대로 살피지 않고 튜브만 갈았기 때문에 타이어에 박혀있던 가시를 미처 못 봤던 거였어요. 길 한쪽에 서서 또 갈아 끼웁니다. 이번에는 튜브에 1회용 패치로 땜질을 했어요. 오늘따라 날씨는 무덥고 땀을 뻘뻘 흘리며 애를 먹고 있네요.

"그러게 펑크가 나면 아무리 바빠도 튜브만 갈면 안 되잖아. 틀림없이 타이어에 박혀있는 것도 살펴봐야 한다니까."
"그래그래 맞아. 울 현희가 자전거 박사가 다 되었네."
"그나저나 오늘 튜브를 두 개 가지고 왔는데, 더는 안 나겠지?"

오늘 세 번째 펑크가 난 모습이에요. 집에서 나설 때부터 펑크가 나더니, 오늘은 펑크를 네 번이나 냈지요. 기록을 세운 날입니다. 아까는 1회용 패치로 땜질을 했는데, 바로 그 자리에서 다시 펑크가 났습니다.
▲ 세 번째 펑크 오늘 세 번째 펑크가 난 모습이에요. 집에서 나설 때부터 펑크가 나더니, 오늘은 펑크를 네 번이나 냈지요. 기록을 세운 날입니다. 아까는 1회용 패치로 땜질을 했는데, 바로 그 자리에서 다시 펑크가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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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안심교 바로 앞에서 또 펑크가 났습니다. 이번에는 작은 철조각에 찔려 제법 구멍이 크게 나고 말았어요. 이것이 마지막 튜브인데, 또 나면 어쩌지?
▲ 네 번째 펑크 대구 안심교 바로 앞에서 또 펑크가 났습니다. 이번에는 작은 철조각에 찔려 제법 구멍이 크게 나고 말았어요. 이것이 마지막 튜브인데, 또 나면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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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우리 걱정은 이내 맞아 떨어졌어요. 또 얼마 가지 않아 펑크가 나고 말았어요. 그것도 두 번이나 더! 영천에서 한 번, 대구에서 한 번, 지금껏 자전거를 타고 다녔어도 하루에 두 번 이상 펑크가 난 적이 없었는데 오늘 따라 이상하네요. 게다가 그렇게나 꼼꼼하게 지도를 살피고 왔건만 영천에서 대구로 이어지는 강가 둑길에서 그만 길을 잃어 꽤나 헤매기까지 했답니다.

"이번 영천 나들이는 두고두고 잊지 못하겠다. 하루에 펑크가 네 번씩이나 나지 않나, 제대로 길도 못 찾아서 헤매지를 않나, 날씨까지 안 도와준다. 지난주에는 그렇게나 시원하고 좋더니 오늘은 어째 이리도 덥냐?"
"그러게 이번에는 다른 데는 안 가고 곧장 구미까지 가는 길인데도 꽤나 힘들다. 아까 대구에서도 시기 힘들었어. 뭔 놈의 건널목이 그리도 많을꼬? 좀 가다보면 건널목이고, 또 가다보면 건널목이고, 신호 기다리다가 속 터지는 줄 알았어."

구미의 낯익은 풍경이 무척이나 반가웠어요. 더위에 지치고, 먼 길에 지치고, 차에 지치고, 길 잃어 지치고, 무엇보다 네 번씩이나 났던 펑크에 지치고, 오늘은 꽤나 길고 힘든 하루였답니다. 온종일 땡볕과 씨름한 탓에 우리 둘 다 얼굴이 벌겋게 익어버렸습니다. 그러나 이런 힘든 것조차 아무렇지 않게 만드는 건 오로지 낯선 곳에서 보는 풍경과 사람, 그리고 그렇게 지나온 과정이 즐겁기 때문이랍니다.

그러고 보니, 오늘 펑크 난 것 말고도 기록을 세운 게 또 하나 있네요. 어디를 가든지 늘 해질 무렵이면 집으로 돌아오곤 했는데, 늦은 밤에 닿기는 처음입니다. 어느새 벌써 밤 9시가 넘었습니다. 힘든 하루였지만 자전거 타고 다니는 이 기쁨은 무엇과도 견줄 수가 없네요. 아마도 다음 주면 또 어느 낯선 곳에서 바퀴 네 개가 나란히 굴러가고 있겠지요?

자전거를 타고 갈 때, 우리는 이런 골목길을 무척 좋아하지요. 낯선 길에 자전거 타고 가는 기분은 매우 설렙니다. 낯선 풍경이 힘든 줄도 모르게 하지요.
▲ 골목길 자전거를 타고 갈 때, 우리는 이런 골목길을 무척 좋아하지요. 낯선 길에 자전거 타고 가는 기분은 매우 설렙니다. 낯선 풍경이 힘든 줄도 모르게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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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펑크 뿐 아니라 길을 잃어 헤매기도 많이 했지요. 영천에서 대구로 이어지는 금호강 둑길에서 갈팡질팡 거의 한 시간 쯤 헤매고 다녔답니다. 찻길로 나가면 길을 잃을 일은 거의 없지만, 우린 사서 고생을 합니다. 이런 길로 다니는 걸 즐깁니다.
▲ 금호강 둑길 오늘은 펑크 뿐 아니라 길을 잃어 헤매기도 많이 했지요. 영천에서 대구로 이어지는 금호강 둑길에서 갈팡질팡 거의 한 시간 쯤 헤매고 다녔답니다. 찻길로 나가면 길을 잃을 일은 거의 없지만, 우린 사서 고생을 합니다. 이런 길로 다니는 걸 즐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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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고 가고, 자전거를 타고 다리를 건넙니다.
▲ 자전거 오고 가고, 자전거를 타고 다리를 건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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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자전거, #펑크, #영천, #튜브 갈아끼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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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오랫동안 여행을 다니다가, 이젠 자동차로 다닙니다. 시골마을 구석구석 찾아다니며, 정겹고 살가운 고향풍경과 문화재 나들이를 좋아하는 사람이지요. 때때로 노래와 연주활동을 하면서 행복한 삶을 노래하기도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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