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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부는 어디를 가든지, 또 어떤 풍경을 만나더라도 쉽게 그냥 지나치지 않아요. 지난날에는 시외버스를 타고 가서 우리가 가려고 했던 곳(마을)에 닿으면 마을 들머리부터 걸어서 하나하나 꼼꼼하게 살피고 구경을 하고 다녔지요. 아마 누군가가 우리와 함께 이런 나들이를 한다면 답답해서 못 견딜 만큼 느릿느릿 다닌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남편도 나도 서로 똑같이 '옛 풍경'을 좋아하고, 잘 알 지는 못해도 옛것이 있는 곳이라면 새겨두었다가 반드시 찾아가 본답니다. 옛날 냄새가 물씬 나는 풍경을 보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그 자리에 우뚝 멈춰 서곤 하지요. 말없이 그 풍경을 바라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해요. 남편도 나와 같은 마음인지 한동안 말없이 풍경에 흠뻑 빠져들곤 하지요.

 

이렇게 가까운 마을 구석구석을 돌아보면서 우리가 자주 했던 얘기인데, 세상이 온통 편하고 좋은 것, 손쉬운 것만 좇아가다 보니, 아주 빠른 때에 머잖아 이런 옛 풍경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쩌면 사진이나 책에서만 만날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 말이에요.우리나라 문화는 어떤 장르이든지 남의 나라에 뒤지지 않을 만큼 매우 훌륭하고 뛰어난 것들이 많이 있어요. 하나같이 조상들의 얼과 슬기가 잘 드러나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렇게 소중하고 아름다운 문화유산을 우리가 스스로 돌보지 못하고, 가꾸고 지키지 못해 허술하게 관리되는 게 못마땅하고 안타까울 때가 많이 있어요.

 

또 온 나라에 이름난 문화재들이 많고 그런 것들을 보러 일부러 찾아가는 사람들은 많이 있지만, 우리 둘레에 그다지 이름나지 않은 지역문화재는 정작 가까운 곳에 사는 사람조차도 모르고 있는 이가 많아서 퍽 안타까워요. 요즘 우리는 자전거를 타고 다녀요. 일터에 나올 때도 그렇지만 바깥나들이를 갈 때면 늘 자전거를 타고 다니지요. 틈이 나는 시간은 겨우 한 달에 서너 번쯤 쉬는 일요일밖에 없지만 모든 일을 제쳐놓고 바깥으로 나가지요. 걸어다니며 다닐 때보다 조금씩 놓치는 것도 많아서 아쉽기도 하지만, 차를 타고 다니며 구경하는 것에 견주면 그래도 퍽 다행스럽죠.

 

자전거를 타고 가니까 차가 들어갈 수 없는 곳까지 구석구석 살피고 다녀요. 그러다 보니 어떤 때에는 남의 집 마당까지 불쑥 들어간 때도 있어 깜짝 놀라서 다시 돌아 나오고 하는 때도 많았지요.

 

우리 가까이에 있는 옛것과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풍경들을 사진으로라도 담아두려고 애쓰고 있어요. 그곳 풍경과 함께 거기에 얽힌 이야기와 그 마을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도 들어보고요. 또 지역에 흩어져있는 소중한 우리 문화재들을 하나하나 찾아보려고 해요. 그래서 모자라고 어설픈 글 솜씨이지만 구석구석 마을마다 다녀온 발자국을 연재기사로 차근차근 남겨볼까 해요.

 

이 기회에 우리 둘레에 있는 소중한 문화유산을 더욱 아끼고 잘 보존하려는 마음을 가지면 참 좋겠고요. 이 글을 읽는 사람도 우리와 같은 마음으로 작고 하찮은 것이라도 소중하게 여길 줄 아는 마음을 품는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어요. 오늘은 이렇게 내 둘레에 있는 지역문화재와 옛것을 소개하는 연재기사를 시작하면서 내 적은 바람과 마음가짐을 먼저 소개합니다.

덧붙이는 글 | 한빛이 꾸리는'우리 말' 살려쓰는 이야기가 담긴 하늘 그리움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태그:#지역문화재, #옛 풍경, #옛 것, #고향,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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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연재 자전거는 자전車다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남편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오랫동안 여행을 다니다가, 이젠 자동차로 다닙니다. 시골마을 구석구석 찾아다니며, 정겹고 살가운 고향풍경과 문화재 나들이를 좋아하는 사람이지요. 때때로 노래와 연주활동을 하면서 행복한 삶을 노래하기도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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