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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드라마 <꽃보다 남자>(이하 <꽃남>)의 무한질주가 이래저래 단연 돋보인다.

 

드라마 시청률 대박으로, 출연배우들의 잇단 사고로, 주연배우들의 고수입으로, 드라마 내용의 부적절함 등으로, 최종 4회분만을 남겨 두고 있는 지금도 <꽃남>의 논란은 멈출 줄 모른다.

 

<꽃남>이 국내 드라마와 관련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은 것은 분명하다.

 

TNS미디어코리아의 집계에 따르면 <꽃남>은 지난 3월 17일 일일시청률 33.8%로 전체 시청률 순위 2위를 기록하는 등 평균 30%대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케이블TV 등 다양한 매체가 경쟁하는 요즘, 시청률 30%대를 유지한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시청률 대박에 따른 <꽃남>의 경제적 가치는 어마어마하다. 지난 13일 <헤럴드경제>가 보도한 분석기사에 따르면, <꽃남>은 25부작 종영 때까지 TV 광고 수익만으로 57억 가량을 벌어들일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드라마 내용 중 삽입하는 간접광고(PPL, Product PLacement) 수익도 상당하고, 해외 11개국에 수출하면서는 총 50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또한 드라마 삽입음악(OST, Original Sound Track)도 1집이 온ㆍ오프라인에서 이미 20억원을 벌어들였고, 곧 공개될 2집도 15~20억원의 수익이 예상된다.

 

<꽃남>의 부가가치 수백억원, 그러나...

 

드라마 외에도 주연배우들이 올린 고수익을 보면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다.

 

'F4 역'을 맡은 주인공들이 광고출연 등으로 거둬들인 수익을 합치면 100억원 선으로 추정되는데, 특히 구준표 역을 맡은 이민호의 경우에만 50억원의 광고모델 수익이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드라마 촬영지인 관광지가 호황을 누리고 있고, 향후 판매를 준비하고 있는 DVD와 화보집, 팬시상품 등의 수익도 1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잘(?) 만든 드라마 한 편의 부가가치는 이렇듯 폭발적이다. 침체된 국내 경기를 부양하는 데도 아주 의미 있는 일이다.

 

하지만, <꽃남>의 대박 이면에는 결코 덮어둘 수 없는 여러 문제점들이 있다.

 

<꽃남>은 첫 방송을 시작하면서부터 극중 주인공들인 고교생 신분에 어울리지 않는 선정성과 폭력성 등으로 이미 누리꾼과 시청자들에게 꾸준히 질책을 받아왔다. <꽃남>은 결국, 18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심위')로부터 지나친 폭력묘사와 비윤리적 상황 설정, 그리고 과도한 간접광고 등의 문제들을 지적당하며 '경고'를 받았다.

 

실제 <꽃남>은 지나친 폭력을 여과 없이 묘사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약물을 이용한 납치도 그렇고, 학교 내에서 여주인공을 향해 집단으로 행사한 폭력도 심했다. 집단 따돌림(왕따)은 물론이다.

 

또한 재벌 2세들인 최상류층의 이야기라고 해도, 여주인공을 향해 "이 서민냄새는 뭐야"라고 말하는 등 못 가진 사람을 대놓고 비하하는 장면은 이를 시청하는 서민들에게 불쾌함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뿐이 아니다. 외박을 하고 온 여주인공에게 어머니가 한다는 말씀이 "잘했다"는 칭찬이었듯, 비윤리적 상황도 거칠기는 마찬가지다.

 

대박 이면에 감추어진 폭력성과 선정성은 어쩌나

 

<꽃남>의 대박 이면에는 이렇듯 반드시 짚고 가야 할 폭력성과 선정성이 있다. 고등학생 신분의 주인공들이 벌이는 부적절한 일들은 현실이 아닌 가상의 드라마라고 단순히 치부하기에는 문제가 간단치 않다.

 

우선, 이미 <꽃남>을 시청하며 왜곡돼 버렸을 청소년들의 의식이다. 실제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F4놀이(일명 왕따놀이)'가 유행이라고 한다. 일시적인 현상일 수도 있으니 지켜봐야겠지만, <꽃남>이 현재 청소년들에게 동경의 대상 그 자체라는 데에 문제의 소지는 여전히 존재한다.

 

주인공들이 모델로 등장하는 과자, 도넛, 이동통신사, 청바지 등 주요한 광고들의 성격을 봤을 때, 대부분 광고는 청소년들의 감성을 자극한다. 드라마 속 주인공의 환영은 광고에 그대로 적용된다. 드라마 속 비현실적인 상황은 광고를 통해 언제든 현실적인 상황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이동통신사 광고 속 주인공의 "문자해!" 한마디에 수많은 청소년들은 밤잠을 설칠지도 모를 일이다.

 

괜한 기우일까. 나의 경험을 토대로 비춰본다면 드라마가 청소년기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하다. 내가 기억하는 대표적인 청춘드라마는 <고교생일기>가 있다. 그 이후에도 <사랑이 꽃피는 나무>와 <우리들의 천국> 등을 들 수 있다.

 

1980년대 <고교생일기>를 떠올리면 지금도 어렴풋이 손창민, 최재성, 강수연, 윤유선, 채시라, 하희라 등 청춘스타들의 모습이 기억난다. 그리고 무엇보다 주제가인 <고교생일기> 가사의 일부분은 지금도 또렷이 기억난다. 그만큼 내게 큰 영향을 끼쳤다는 방증이다.

 

그리움이 많은 고교 시절에 무지개를 보듯 내일을 본다

이리저리 열린 여러 갈래길 우리들은 이제 어디로 갈까

물을 담아 두면 물단지 꿀을 담아 두면 꿀단지

우리들은 꿈단지 꿈을 담아라

 

<사랑이 꽃피는 나무>의 인기도 상당했다. 최재성과 최수지를 선두로 최수종, 이미연, 신애라 등 주연배우들의 인기는 지금의 <꽃남> 주연배우들과 비교해도 결코 떨어지지 않았다. <우리들의 천국>도 마찬가지다. 김찬우, 전도연, 장동건, 최진영, 이승연 등은 큰 인기를 끌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꽃남> 수입한 나라에서 우리 고등학생들을 오해하지는 않을까

 

물론 이들 드라마와 <꽃남>의 절대적인 비교는 정확한 통계가 없어 불가능하다.

 

하지만, 당시 나처럼 옛 청춘드라마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고교생과 대학생 신분에 어울리는 내용이면서도, 학생 신분의 풋풋함을 살려 재미와 감동 그리고 가슴 콩닥거리는 연애감정까지 잘 살렸다는 데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청소년들에게 주인공처럼 되고 싶은, 주연배우들을 향한 동경을 불러일으킨 것은 물론이고.

 

<꽃남>에는 문제가 또 있다. 다른 나라에서 우리나라의 고등학생들을 오해할 여지다. 이미 11개국에 수출했다고 하니 우리나라의 청소년 문화를 잘 모르는 나라에서 본다면 <꽃남>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들을 가감 없이 받아들일 수도 있다. 이는 우리 청소년 문화의 심각한 왜곡으로 이어질 수 있다.

 

<꽃남>은, 전 세계 60여 국에 수출되며 한류 열풍을 세계로 확장시켰던 드라마 <대장금>이나 일본 등 동남아에서 엄청난 인기몰이를 했던 드라마 <겨울연가>와는 분명히 구분된다. <대장금>이 동서양이 모두 공감하는 음식 이야기와 세계인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궁궐 내 여성들의 삶을 조명했고, <겨울연가>가 잔잔한 서정시와 같은 정서를 바탕으로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던 데 반해, <꽃남>은 어떻게 이해될 수 있을지 솔직히 염려가 된다.

 

이번에 방통심위가 <꽃남>에 내린 '경고' 조치는 지난 8회까지의 방영분만을 대상으로 했다. 현재 21회까지 방영됐고 이제 4회만 남겨두고 있는 <꽃남>이 제목 그대로 고교생들의 모습을 통해 감성적인 정서를 전달하고자 한다면, 이제라도 방통심위와 누리꾼, 시청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주연배우들도 마찬가지다. <꽃남>을 통해 청춘스타 반열에 오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은 충분히 존중할 수 있지만, 한 편의 드라마 흥행으로 수십억 원의 광고수입을 올렸다는 것이 꼭 좋게만 해석되지는 않는다. 오늘도 <꽃남>의 주인공들을 바라보며 가슴 졸일 수많은 청소년들의 꿈이 걱정되기에 그렇다.

 

나 역시 <고교생일기>를 보면서 극중의 최재성처럼 멋진 남자가 되고 싶었고 채시라 같은 예쁜 여자친구를 만들고 싶다는 꿈을 꾸곤 했다. 어쨌든 그땐 그것이 가능해 보였다.

 

그러나 지금의 <꽃남>은 주인공들이 극중에서 소유한 부와 명예도, 드라마 밖으로 나와 실제 수익을 벌어들인 현실도, 청소년들이 마냥 동경하기에는 불가능한 이야기이다. 선정성과 폭력성은 물론이고.

 

그런 이유에서다. 방통심위의 이번 경고 조치는 너무 늦었다. 하지만 늦었더라도 마지막 남은 4회에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기를 바라본다. <꽃남>이 청소년들에게 끼치는 영향력을 감안할 때 마지막까지 우려가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태그:#꽃보다 남자, #꽃남, #F4, #구준표, #금잔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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