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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 장(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arabafrica/331031.html)이 있다. 사람들은 무언가를 구경하고 있다. 망원경을 들고, 통화를 하며, 해맑게 웃으며 무언가를 바라보고 있다. 관광지 등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장면이다. 무엇을 바라보고 있을까. 놀라지 마라. 이들은 지난 1월 1일 이스라엘 남부 스데르트 인근 한 언덕에서 가자지구 북부가 공습당하는 장면을 지켜보는 이스라엘인들이다.

 

작년 12월 27일 이스라엘은 F-16 전투기를 동원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전면적인 공습을 시작했다. 이스라엘은 공습의 이유로 하마스의 로켓 공격과 무기 밀수 등을 들었다. 그러나 사진은 공습이 이스라엘의 '학살'임을 증명해 준다.

 

<위키피디아>는 인간 본성의 공격성 폭발, 이념 충돌, 민간인 학살, 토지 등에 대한 탐욕, 권력 유지, 인종 간 대립을 학살의 원인으로 들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분쟁은 이러한 학살의 원인을 충족하고 있다. 영토 분쟁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간 인종 반목은 이스라엘 건국 이후 계속된 문제다. 이번 공습에는 이스라엘 내부의 '권력 유지'라는 정치 논리가 개입됐을 가능성도 보인다. 중동 전문가들은 올해 초 총선을 앞둔 이스라엘 집권당이 극우 야당에 뒤진 지지율 만회를 노리고 공습을 시작했을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민간인 학살도 빠지지 않는다. 이스라엘은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AP통신은 "지상군 투입 이틀째인 지난 4일 팔레스타인 23명이 숨졌고, 이 중 하마스 무장대원은 3명에 불과하다"고 보도했다. 1월 4일까지 최소 팔레스타인인 460여 명이 죽었고, 2천여 명이 다쳤다. 반면 이스라엘은 사망 4명, 부상 9명에 불과하다. 그리고 피해자들도 대부분 군인일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숫자가 적거나 군인이어서 괜찮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만약 민간인 피해자가 발생했다면, 이스라엘 민간인들이 공습 장면을 지켜볼 여유를 부릴 수는 없을 것이다.

 

이스라엘인들이 눈으로 학인 가능한 가까운 거리에서 벌어지는 공습을 구경할 수 있는 강심장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전쟁이 도저히 보고 싶어 견딜 수 없는 사건이기 때문일까.

 

2001년 세상을 뜬 미국의 예술평론가 수전 손택은 <타인의 고통>에서 "사방이 폭력이나 잔혹함을 보여주는 이미지들로 뒤덮인 현대 사회에서는 사람들이 타인의 고통을 일종의 스펙터클로 소비해 버린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인들에게 가자지구의 공습(곧 팔레스타인인들의 죽음)은 여간해선 쉽게 구경하기 어려운 대규모 볼거리가 된 것이다.

 

자료를 찾던 중 시민단체 '나눔문화' 홈페이지에서 아랍인의 목소리를 접할 수 있었다. <알자지라>의 정치분석가 Marwan Bishara은 다음과 같이 논평했다.

 

"폭격은 평화로운 공존을 이뤄낼 수 없다. 이스라엘은 하마스를 제거하려고 무슨 짓이든 하겠지만, 400여 명의 하마스 전사가 죽으면, 400여 명의 지원자가 나타난다. 장기전이 되던, 단기전이 되던 혹독한 대가를 치를 것이다. 그리고 그 대가를 치루는 것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이다."

 

가자지구 사태에서 이스라엘을 편 들 수 없는 이유다.


태그:#가자지구, #팔레스타인, #이스라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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