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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난 7월 내년부터 쌀을 전면개방하겠다고 밝혔다. 23.1%라는 초라한 식량자급률을 지탱해오던 쌀마저 수입개방에 생산기반 자체가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다. 한편,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10월 1일 '식품의 기준 및 규격 일부 개정 고시안'에 수입 및 국내 유통 쌀의 무기 비소 기준안을 신설해 행정예고했다. 식약처가 정한 무기비소 기준안은 0.2mg/kg이다.

식약처는 무기비소 기준안에 대해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의 기준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쌀 전면개방 시대를 맞이해 쌀이 주식인 우리 국민의 식습관을 고려할 때 과연 국민건강을 고려한 결정인지에 대한 우려가 있다. 이에 행복중심생협연합회와 행복중심생산자회,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전국농민회총연맹 등이 꾸린 식량주권범국민운동본부는 12월 9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수입 쌀 비소오염 문제의 심각성과 대응 방향 토론회'를 열었다.

행복중심생협연합회와 행복중심생산자회,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전국농민회총연맹 등이 꾸린 식량주권범국민운동본부는 12월 9일 2시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수입 쌀 비소오염 문제의 심각성과 대응 방향 토론회'를 열었다.
 행복중심생협연합회와 행복중심생산자회,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전국농민회총연맹 등이 꾸린 식량주권범국민운동본부는 12월 9일 2시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수입 쌀 비소오염 문제의 심각성과 대응 방향 토론회'를 열었다.
ⓒ 박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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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 사회를 맡은 윤석원 중앙대 교수는 "수입 쌀 비소 문제로 2012년에는 수입금지 조치까지 있었는데,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했다"며 "오늘 토론회가 사회적 관심을 환기하고 국민 건강을 위해 정부에서 관련 정책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충분한 환경 역학조사 필요, 이해 당사자 합의 통한 안전기준 제정해야

최경호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무기비소 섭취의 위험성>이라는 주제의 발제를 통해 "비소는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물질인 만큼, 완벽하게 제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국민 건강을 고려한 적절한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비소는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물질인데 국제암연구소, 유럽 화학물질청, 미국 환경보호청과 같은 기관에서 인체 발암물질로 확인한 물질"이라며 "무기비소와 유기비소 중 무기비소가 독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고 밝혔다. 또한, "지하수와 음식 섭취가 중요한 노출경로이며 인체에 흡수되면 여러 경로를 통해 암을 발생시킨다"며 "발암물질인 만큼 관리기준을 세밀하게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최 교수는 "비소 안전관리 기준으로 '현실적으로 도달할 수 있는 수준으로 낮게' 설정해야지만, 비소는 자연계에 원래 존재하던 물질임을 고려해 나라마다 특성을 고려해 현실적인 수준에서 타협이 필요한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비소 노출 실태 파악 → 한국인의 특성 연구 → 비소 노출에 따른 환경역학 조사  → 비소의 건강 영향 파악 → 관리 규제 기준 설정 및 오염 줄이기 등 복원노력을 포함한 비소 위해관리 프로그램 마련"이라는 비소 안전관리 방안을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최 교수는 "식품안전 기준은 생산자와 소비자를 포함해 이해당사자가 다양한 만큼, 모두의 충분한 토론을 통한 사회적 합의를 마련하는 점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위험평가 시행 후 쌀 중 비소 기준 재조정해야"

두 번째 발제에 나선 임영환 변호사는 수입 쌀의 비소 오염 우려가 큰 상황에서 한국이 국제기준 보다 엄격한 기준을 결정해도 통상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는지를 짚었다. 임 변호사는 "식약처가 쌀 중 비소 기준을 0.2mg/kg으로 정해 WTO에 통보한 것은 '위생 및 식물위생 조치의 적용에 관한 협정(SPS 협정)'에 따른 것"이라며 정부가 WTO에 통보한 비소 기준이 적절한 절차와 방법으로 이루어졌는지를 확인했다.

임 변호사는 "SPS 협정은 과학적 정당성이 있거나 회원국의 특성을 고려해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 국제수역사무국(IOE)보다 강한 규정을 취할 수 있다"며 "다만, 이럴 경우 위험성 평가를 거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임 변호사는 "이번 식약처의 쌀 중 비소기준은 SPS 협정에서 보장하는 위험성 평가조차 제대로 시행하지 않았고, 코덱스의 관련 전문가 기구인 식품첨가물전문가위원회가 2011년 폐기한 기준을 적용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임 변호사는 "우선 식약처가 국제기준에서 보장하는 과학적인 위험평가 방법에 근거해 허용 가능한 쌀 중 무기비소 기준을 정해야 한다"며 "한국인의 식습관에서 오는 쌀 평균 섭취량 및 비소 노출 정도 등 모든 이용 가능한 과학적 증거 등을 바탕으로 위험성 평가 시행"을 촉구했다.

쌀 안전관리 및 지원 관련 법률 제정으로 국민건강권 보장해야

최재관 식량닷컴 발행인은 '수입쌀 비소 오염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발제에서 "한국은 2015년 이후 쌀 전면 개방이라는 달라진 상황으로 가격은 낮고 비소 오염 정도가 높은 미국 중남부 쌀이 수입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미국 쌀 비소 오염에 대해 우리가 미국 소비자 못지않은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라고 말했다.

최 발행인은 비소는 자연계에 존재하는 물질로 비소로부터 100% 자유로울 수 없는 점이 한국 소비자들과 농민들의 고민이라고 밝혔다. 최 발행인은 이런 고민에도 "오랜 기간 비소 성분 농약을 살포한 미국 쌀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식약처가 2013년 실시한 국내산 쌀 188점 조사 결과 쌀 무기비소 평균이 0.07mg/kg으로 나타났는데, 그 결과는 정부가 정한 기준 0.2mg/kg의 1/3 수준"이며 "2014년 9월 행복중심생협 등 국내 생협이 공급하는 친환경 쌀 11점의 비소 함량 또한 평균 0.034mg/kg으로 식약처 기준의 1/6 수준이라는 것"이다(아래 사진 참조).

지난 2014년 9월 행복중심생협 등 국내 생협이 공급하는 친환경 쌀 11점의 비소 함량은 평균 0.034mg/kg으로 식약처 기준 2mg/kg의 1/6 수준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4년 9월 행복중심생협 등 국내 생협이 공급하는 친환경 쌀 11점의 비소 함량은 평균 0.034mg/kg으로 식약처 기준 2mg/kg의 1/6 수준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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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발행인은 "식약처가 행정예고한 쌀 중 비소 기준 0.2mg/kg은 식약처 조사 국내산 쌀 비소 평균보다 무려 3배나 높은 수치"라며 "국민건강을 고려해 이에 대한 기준 재설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나라마다 식생활 습관, 조리방법, 생태 환경적 특성이 다른 만큼, 하나의 기준을 일률적으로 따라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나아가 최 발행인은 "쌀의 비소 기준 뿐만 아니라 카드뮴·수은·납 등 위해 물질과 고독성 농약과 독성물질 전반에 대한 점검과 기준을 마련해 국민건강권을 보장하자"고 제안했다. 최 발행인이 제안한 쌀 관련 안전관리 방식은 '쌀 위해 물질 안전관리 및 지원에 관한 법과 조례' 제정, 비소 등 오염물질 차단을 위한 '쌀 생산 이력 추적제' 실시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김동술 식품기준과장은 "우리나라의 경우 쌀 중 비소 기준은 그동안 없었던 기준을 국제표준에 맞춰 수립해나가는 과정이라며, 국제기준을 무시하는 결정을 내리기는 어려운 점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과장은 "오늘 토론회에서 제안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식품심의위원회에 제출하겠다"며 식약처가 예고한 쌀 중 비소 기준이 확정된 기준은 아님을 밝혔다. 또한, 김 과장은 "식약처와 정부도 비소 관련 기준치를 초과한 쌀이 수입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쌀 생산 이력 추적제· 식당 원산지 표시 관리 강화 등 도입 필요

김은진 원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에서 식품 관련 기준을 정할 때는 누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정확하게 평가하고, 국민이 이해할 수 있는지를 충분하게 논의한 후에 기준과 규격을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쌀은 우리 국민의 주식인 만큼, 쌀 관련 안전기준은 충분한 연구와 사회적 합의를 통해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현승 가톨릭농민회 부장은 "농민들은 소비자들이 국내산 쌀에도 비소가 나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를 하지는 않을지 걱정이 대부분"이라며 "생산자와 소비자가 모두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기준을 정해 농민과 소비자의 신뢰관계를 훼손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김 부장은 "식약처는 국민 건강을 책임지는 부처인데, 국민 건강보다 통상을 더 고려한 기준치를 설정한 것은 아닌가 싶다"고 꼬집었다.

김상기 경기도친환경농업인연합회 출하회장은 국민 건강을 고려해 비소·납·카드뮴 등 중금속 안전기준을 강화, 비소 우려 지역 저감대책 마련 및 대체 작물로 전환 지원, 고독성 농약 규제 강화, 잔류농약검사 관리의 정부 이관, 환경친화적 생산 지원 등의 정부 정책 마련을 촉구했다. 또한, 소비자들이 국내산 쌀에 대해 신뢰할 수 있도록 '혼합미 금지', '쌀 재포장 금지', '쌀 생산이력추적제 실시', 쌀 이력추적에 따른 '식당 원산지 표시 관리 강화' 등의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쌀 비소 안전 관리를 농민에게만 맡겨두어선 안 돼

소비자 단체를 대표해 참석한 행복중심생협연합회 안인숙 회장은 "생협 조합원들은 식품안전의 가장 큰 위협 요소를 수입농산물을 걱정하고 있다"며 "국내산 쌀, 나아가 친환경 쌀의 비소 함량이 크게 낮지만 소비자들이 쌀에서 비소가 검출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쌀 이용이 줄어들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드는 것도 사실"이라고 밝혔다. 또한, "우리 쌀 소비가 위축될 수 있는데도 먼저 문제를 제기하고 위험요소를 제거하는 방안을 생산자들이 먼저 고민하고 제안해 준 점에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안 회장은 "쌀의 비소 관리 기준은 후쿠시마 사태 이후 생협들의 수산물 방사성물질 기준과 비슷한 방식으로 해결책을 찾아갈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나라의 경우 비소 성분이 함유된 농약의 유통도 중단된 만큼, 기준을 강화하면서 우리 쌀의 안전성과 신뢰를 확보해가자"고 말했다. 또한,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비소를 제로(0)로 만들 수 없는 만큼 이에 대한 안전관리를 생산자에게만 맡겨두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며 "소비자도 함께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물론, 정부도 이에 대한 책임을 무겁게 느끼고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덧붙이는 글 | 행복중심생협연합회 블로그(http://happycoop.tistory.com)에도 올렸습니다.



태그:#쌀 전면개방, #수입 쌀, #비소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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