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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서점에서 '학습만화'를 검색하면 많은 종류의 책이 나온다.
 인터넷서점에서 '학습만화'를 검색하면 많은 종류의 책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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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학습만화가 인기다. 초등학생 '필수 아이템'이라 할 정도로 초등학생 사이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다. 만화라면 부정적인 이미지로 금기시되었던 때가 먼 옛날이 아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만화는 학생들이 읽어서는 안 되는 것으로 여겨졌다. 아무리 그 내용이 좋다해도 왠지 공부에 방해가 될 것 같다는 이유만으로 부모들은 만화를 금했다. 만화는 만화일뿐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시대가 변했다. 학부모들이 먼저 학습만화를 권하고 있다. 학습만화계에선 이미 유명인사인 <마법천자문>(2003년·아울북)의 경우 최근 판매부수가 1000만부를 넘었을 정도. 이렇게 학습만화가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학부모들의 열렬한 호응이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들은 왜 학습만화에 지지를 보낼까.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재미있고 이해하기 쉽기 때문. 

학부모가 먼저 권한다... 지금은 '학습만화시대'

초등학교 2학년 자녀를 둔 이명주(35·전북 전주 효자동) 주부는 "과학, 역사 등 활자로만 배우기에 다소 어렵고 딱딱한 내용을 만화로 접할 수 있어 아이들이 무척 좋아한다"고 말했다.

"우선 아이들이 무척 좋아해요. 그리고 재밌어해요. 재밌어서 자꾸 읽다보니까 학습효과도 자연히 오르게 되더라구요. 한 권을 서른 번 정도는 족히 읽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학습만화가 지닌 특장점, 학습만화를 이처럼 재밌어 하는 이유가 뭘까. 만화라는 친근한 방법을 택했다고하지만 그것이 이런 '바람'의 모든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이씨는 이와 관련, 사진이나 그림 등 '시각적인 효과'가 가장 큰 이유라고 말했다.

"요즘 아이들은 저희 세대와는 달라요. 저희는 대부분 글자나 선생님으로부터의 설명 등으로 정보를 얻었잖아요.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그렇지 않거든요. 텔레비전, 컴퓨터, 게임기 등 시각적이고 비주얼적인 문화 속에서 자랐다고 볼 수 있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학습만화는 시각적인 면에서 굉장히 큰 효과를 주는 것 같아요. 만화만 나오는 게 아니라 관련된 사진도 굉장히 다양하고 풍부하거든요. 과학 학습만화의 경우에는 과학도구나 기구 등을 눈으로 확인하니까 굉장히 학습효과가 컸어요. 그리고 신화나 전설, 민화등은 어른들에게 사실 조금 지루하기도 하고 줄거리 파악하기가 힘들잖아요. 그런데 아이들에게 보여주니까 금방 이해하더라고요. 특히 의상이나 머리모양, 건축물 등을 보면서 당시의 문화를 배울 수 있는 점도 장점인 것 같아요."

아이들, 이젠 눈으로 보면서 배운다

최근 1000만부를 돌파한 <마법천자문>
 최근 1000만부를 돌파한 <마법천자문>
ⓒ 아울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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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만화가 초등학생들에게 끌리는 두 번째 이유는 만화 속 인물들이 대부분 초등학생과 비슷한 또래 캐릭터라는 점이다.

현재 초등학교 6학년과 3학년 자녀를 둔 신은정(40·광주)씨는 "등장인물들이 저희 아이들 또래여서 더욱 흥미를 느끼는 것 같아요"라며 "만약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나와서 가르치는 형식이었다면 이 정도로 좋아하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이어 "제 또래 친구들이 나와서 문제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문제를 풀어나가는 구성이 아이들에게 참 친근하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라고 덧붙였다.

신씨는 학습만화가 대부분 시리즈로 이루어져있는 점도 중요한 요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만약 '인체의 신비'를 주제로 한 학습만화를 볼 때 처음에는 뇌에 대해서 배우고, 그 다음에는 기관지, 소화기… 이렇게 인체와 연관지어서 나오거든요. 아이들이 주제와 연관지어서 흥미를 유발하는 건 중요하다고 봐요. 물론 학습만화만 시리즈로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학습만화 대부분이 단행본이 아니라 시리즈형식이거든요."

비록 시리즈 형식의 학습만화가 아니라하더라도 학습만화의 학습적 능력은 뛰어나다는 게 이들의 설명. 특히 수수께끼나 퀴즈 등 두뇌트레이닝을 겸한 구성은 아이들이 일방적으로 정보만을 수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두뇌훈련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점에서 학습만화의 강점으로 주목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은 처음부터 학습만화를 지지했던 것일까. 대부분 그렇지 않다. 그렇다면 학습만화를 구입하게 된 동기는 무엇일까. 거의 모든 이들이 '친구들이 대부분 하나쯤은 갖고있는 학습만화, 없으면 대화가 안 된다'는 이유로 울며 겨자먹기로 한두 권 사주기 시작했단다. 주변 엄마들의 적극적인 권유가 그 다음이었다.

"요즘 학습만화를 안 읽는 아이들이 없어요. 남들 하니까 무조건 따라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도대체 얼마나 재밌고 좋길래 그렇게 인긴가 싶어서 저도 한번 사주었더니 아이가 너무 좋아하고 재미있어 하는 거예요. 저도 가끔 보는데 내용도 무척 유익하고, 내실있어서 어른들이 읽어도 손색이 없을 것 같아요."

부모와 함께보는 학습만화

초등학교 4학년 아들과 학습만화를 즐겨읽는다는 정은하(38)씨. 자신도 학습만화를 보면서 배우게 된 내용이 적지않다고 한다. 학습만화가 미심쩍다면 일단 한 번 학부모부터 보라고 권유한다. 학습만화에 대해 우려의 태도를 보이는 측은 대부분 학습만화를 읽어보지 않는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학습만화를 이야기 할 때면 빠지지않고 거론되는 문제점이 있다. 바로 학습만화 열풍이 과연 아이들의 독서로 그대로 이어질 수 있느냐는 것. 결국 만화는 만화일뿐 독서습관을 형성시키는 데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의견이 바로 그것이다. 많은 학부모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명주씨는 그와 관련해서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저도 처음에는 그 점을 가장 우려했어요. 학습만화에 너무 빠져서 나중에 책을 안보면 어떡하나 많이 우려했었죠. 아마 학부모님들 대부분 다 마찬가지일 거예요. 그런데 학습만화라고 해서 무조건 그림과 사진만 나오는 것이 아니에요. 글밥(글 분량)이 만만치않아요. 만화책이라 우습게보다간 큰 코 다쳐요. 이 정도의 글밥을 읽어낼 능력이라면 서서히 일반 책들도 충분히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신은정씨도 마찬가지다. 처음 초등학교 2학년 시절부터 학습만화를 접하기 시작, 현재 초등학교 6학년인 큰아들 재형이는 독서량이 더욱 늘었다고 한다. 심지어는 현재 초등학교 3학년인 둘째 민형이는 유아시절에는 책을 무척 싫어해서 책만 보면 멀미 증세까지 보일 정도였다고. 그러던 민형이가 형과 함께 자연스레 학습만화를 접하기 시작하면서 지금은 책과 자연스레 친해질 수 있었다는 게 신씨의 경험담이다.

학습만화 잘 읽는 애들이 일반책도 잘 읽더라

책 읽는 것은 좋지만 책값이 만만찮다. 요즘과 같이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을 때 시리즈로 구성되어 있는 학습만화의 책값은 부담스럽다. 정은하씨는 어차피 요즘 책값과 비교해 봤을 때 학습만화만 특별히 비싼 편은 아니라고 말했다.

"한두권도 아니고 십여권씩 사주다보면 부담스럽긴 해요. 그런데 요즘 책값과 비교해 봤을때 크게 비싼 편은 아니에요. 엄마들이 '만화책'을 사준다고 생각하니까 비싸다고 여기는 것 같아요. 보통 책과 똑같은 책이라고 생각하면 특별히 학습만화만 비싸다는 생각은 안 하죠.

그리고 한꺼번에 사주는 것보다 한권씩, 한 테마가 끝나면 단계적으로 차례차례 사주는 것이 부담도 덜 되고 아이들 흥미유발에도 좋아요. 정 부담스럽다면 도서관이나 책 대여점에서 빌려보거나 친구들끼리 돌려보는 방법도 있어요."

'만화책이라는 선입견을 버리고 가능하면 책은 다양하게 두루두루 접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생각. 그러나 학습만화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보이는 이들도 적지않다. 이들은 대부분 학습만화가 진지한 독서습관을 이끌어내지 못한다는 점, 사고를 주입하는 점, 그림을 통한 도식화되고 획일화된 사고가 상상력을 방해한다는 점 등을 들고 있다.


태그:#학습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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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아픈 것은 삶이 우리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도스또엡스키(1821-18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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