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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리고 쏠리고 들끓다
- 새로운 사회와 대중의 탄생 | 클레이 서키 지음 | 송연석 옮김 | 갤리온 | 343쪽 | 1만5000원

인터넷에 한 편의 글이 오른다. 거기에 '끌린' 또 다른 누군가가 댓글을 달고, 정보를 보태고, 꼬리를 무는 글과 글이 엮인다. 토론이 벌어지고, 의견이 모아지고, 그 결과 대규모 서명운동이나 오프라인 집단행동으로 '쏠린다'. 다시 오프라인의 행동은 인터넷을 통해 전파되면서 확대재생산되고 결국 온-오프가 함께 '들끓게' 된다. 이런 전개과정은 단지 촛불행진의 경우만이 아니다. 전세계적 양상이다. 저자는 예전에는 조직 또는 배후 없이 불가능했던 일들이, 인터넷과 휴대폰 등 새로운 사회적 도구의 등장에 따라 서로 끌리고 쏠리고 들끓는 '조직 없이 조직된 대중'의 탄생으로 가능해지는, 새로운 사회로 나아가고 있음을 여러 사례를 통해 증명하고 있다. 하여 "지금이야말로 혁명의 시대"라고 선언한다. "혁명은 사회가 새로운 기술을 채택할 때 일어나지 않는다. 사회가 새로운 행동을 채택할 때 일어나는 법이다. 대중은 이미 새로운 행동을 채택하고 있다." 촛불의 '배후'를 못내 궁금해 하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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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더버그 클럽
- 세계를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 | 다니엘 에스툴린 지음 | 김수진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360쪽 | 1만5000원

믿을 수도 없고 안 믿을 수도 없다. 총기규제를 역설하는 마이클 무어의 영화 <볼링 포 콜럼바인>이 미국을 무장해제시키려는 한 조직의 작품이라니? 그 조직의 이름은 빌더버그 클럽. 저자에 따르면 미국외교협회(Council on Foreign relations, CFR), 삼각위원회(Trilateral Commission, TC)와 함께 '국가의 주권을 빼앗고 세계유일정부를 수립해서 전 인류를 노예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집단이다. 저자는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16년간 취재한 자료를 바탕으로 이 세 집단의 구성과 활동과 야욕을 폭로하고 있다. 그런데 파키스탄 부토 대통령 암살, 이란 호메이니 옹립, 미국 워터게이트사건 조작 등 이들 조직이 개입한 사례로 열거되는 것을 보다 보면 혹시 저자가 과대망상에 빠진 건 아닌가 의심될 정도다. 추리소설이 아님에도 한여름에 서늘한 공포를 느낄 수 있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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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거, 명박을 쏘다
| 김용민·MP4/13 지음 | 별난책 | 367쪽 | 1만1900원

이제 초등학생도 '고소영'하면 탤런트 이름보다 이명박 정부를 먼저 떠올린다. 그렇다면  '고소영' '강부자'란 네이밍의 저작권자는 누구일까. 'Eau Rouge'(http://blanc.kr)란 블로그를 운영하는 'MP4/13'이란 별명의 블로거가 바로 그 임자다. 그리고 '시사평론계의 홍금보'라 자처하며 역시 자신의 블로그(http://blog.naver.com/ccmnjoy)를 운영하고 있는 김영민. 이 두 저자가 미국산 쇠고기 파동에서부터 공기업 민영화, 대운하 추진에 이르기까지 '블도저정권'의 숨 가빴던 3개월간의 이슈들을 냉정한 시선과 통렬한 언설과 현란한 패러디로 짚어낸 글들을 묶었다. 참고로 MP4/13는 F1 경주용 자동차 이름이고, Eau Rouge도 F1 대회인 벨기에 그랑프리의 코스 가운데 가장 인기 있는 곡선 주로의 이름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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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딜런 평전
| 마이크 마퀴스 지음 | 김백리 옮김 | 실천문학사 | 334쪽 | 1만5000원

"아무것도 없으면 잃을 것도 없다(When you got nothing, you got nothing to lose)." 얼마 전 밥 딜런의 노래 '구르는 돌처럼(Like A Rolling Stone)'의 가사가 미국 연방대법원 판결문에 인용돼 화제가 됐다.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이 노래는 2005년 영국잡지 <언컷> 설문조사 결과 최근 100년간 세계를 바꾼 가장 뛰어난 대중문화 작품으로, 또 2004년 연예잡지 <롤링스톤>에 의해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로큰롤로 선정됐다. 게다가 그의 노랫말은 그 문학성으로 이미 미국 고교 교과서에 실렸고, 몇 해째 노벨문학상 후보로 오르기도 했다. 밥 딜런, 굳이 설명이 필요 없는 1960년대 저항운동의 상징이고 살아있는 포크의 전설이다. 밥 딜런이 직접 쓴 자서전 <바람만이 아는 대답>도 이미 나와 있지만, 이 책은 특히 그가 노래로 저항하고, 또 변절자 소리를 들었던 1960년대에 주목했다. 6명의 페르소나를 통해 밥 딜런의 내면을 드러낸 독특한 영화 <아임 낫 데어>(케이트 블란챗의 연기가 특히 인상적이다)도 현재 상영하고 있으니 함께 보면 더욱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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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한 줄넘기
| 김정환 지음 | 강 | 580쪽 | 1만8000원

언젠가 김정환 시인의 집을 찾았을 때 그는 웃으며 "아마 내가 쓴 책을 쌓으면 바닥에서 천장까지 닿을 거야"라고 말했다. 그렇듯 그의 글쓰기는 장르를 불문하고 전방위로 정력적이다(물론 작품의 양과 질이 정비례하는 게 아니듯이 반비례하는 것도 아님을 그의 작업이 증명한다). 그런 그가 잠시 뜸하다 싶더니 덜컥 새 시집을 내놓았다. 그것도 작은 사전 두께에 무려 1만2000행에 이르는 시를. 역시 만만치 않은 분량의 해설을 실은 문학평론가 황광수조차 독특하고 광대한 시의 형태에 대해 "이 거대한 생명체를 무엇이라 불러야 할까"라고 난감해하는데 이 짧은 글로 '평'은 고사하고 소개한다는 것조차 주제넘은 짓이다. 그저 소설가 이승우의 추천사를 덧붙일 뿐. "언어와 그림과 건축과 신화와 역사와 종교와 성과 속과 죽음과 섹스와 노래와 춤… 이 책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재료로 하여 지어진, 수없이 많은 방과 복도의 미로가 있는, 한 채의 웅장한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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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고독
| 정홍수 지음 | 창비 | 334쪽 | 1만8000원

1996년 <문학사상>에 '김소진론'을 발표하며 평론활동을 시작한 저자가 12년 만에 수줍게 내놓은 첫 번째 평론집이다. 대부분의 평론은 작품을 읽는 것이 문학평론가의 근본적인 임무라는 점을 놓지 않겠다는 듯 작가와 작품만을 다루는 현장비평글로 채워져 있다. 황석영, 이청준, 김원일, 박완서 등의 원로에서부터 은희경, 성석제, 윤대녕, 김인숙 등의 중견, 그리고 박민규, 전성태, 윤성희, 김애란 등의 신진급까지 총 30여명 작가의 작가·작품론은 한눈에 보는 한국소설의 지형도라 할 만하다. 내가 아는 한 저자는, 때론 대책없이 과격해지기도 하지만, 상투적인 표현 그대로 가슴이 따스한 사람이다. 그 스스로 밝혔듯이 '작가와 작품을 향해 뛰어들듯 엎어져' 치밀하면서도 감성적인 문체로 뽑아낸 그의 평론 역시 그런 그를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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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Way - 지구 반대편을 여행하는 법
| 정준수 지음 | 플럼북스 | 288쪽 | 1만2800원

제목에서 드러나듯 우리의 지구 반대편에 있는 중남미 나라들, 멕시코·과테말라·쿠바·페루·볼리비아·칠레·아르헨티나·브라질에 관한 여행기다. 이미 중남미에 관한 수많은 여행서들이 나와 있는데, 게다가 저자 스스로 "그저 남들 많이 가는 곳을, 남들 다 가는 길 따라서 여행했다"고 밝히고 있기조차 하니. 하지만 그것이 저자의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과 포개지면서 역설적으로 이 책을 돋보이게 한다.  공대생(서울대 전기공학부 학생이다)답게, 수학공식을 풀듯 정확하게, 컴퓨터 프로그램을 코딩하듯 군더더기 없이 써내려간 문장도 읽는 재미를 더한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브라질의 맥도날드에서 세트 메뉴를 시키면 콜라·맥주·오렌지주스 중에서 음료를 하나 선택할 수 있는데 세 가지 모두 가격이 같다. '콜라<과일주스<맥주'라는 익숙한 부등식이 통하지 않는 곳. 술이 싸고 과일이 풍부한 더운 나라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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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쓰돈 돈쓰 돈돈돈쓰 돈돈쓰
| 박흥용 글·그림 | 황매 | 176쪽 | 1만3000원

문제작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의 만화가 박흥용이 5년 만에 펴낸 신작이다. 이 사실만으로도 이 만화가 또 하나의 '문제적 작품'이 될 것임을 쉽게 전망할 수 있다. 역시 기대를 배반하지 않는다.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했던 '1969년 그 무렵', 기계문명과 가느다란 '삐삐선'으로 연결된 어느 시골마을을 배경으로 초등학생의 눈에 비친 한 여인의 운명, 또 그것을 넘어서기 위한 서글픈 몸짓을 그렸다. 제목은 모스 부호를 음역한 것으로 그 뜻은 '소리'. '모스 신호'는 작품 속에서 소년과 여인, 여인과 바깥세상을 연결하는 도구이기도 한데, 소리에 관한 기본적인 과학 지식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디지털 붓으로 일일이 그리고 복제한 실사에 가까운 배경풍경 등을 기존 아날로그식 선화와 조화시킴으로써 2차원 만화의 새로운 지평을 보여주기도 한다. 2006년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우수만화창작 지원작.


끌리고 쏠리고 들끓다 - 새로운 사회와 대중의 탄생

클레이 셔키 지음, 송연석 옮김, 갤리온(2008)


태그:#이주의 새책, #김정환, #밥 딜런, #블로그, #박흥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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