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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수리나무도 우리와 함께 살게 내버려 두세요."

 

지난 5일 대구 상인동 근처인 앞산 달비골 앞에서는 '달빛고운마을 어린이날 큰잔치'가 열렸다.

 

휴일을 맞아 산을 찾은 등산객들과 자녀와 함께 어린이날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뒤섞여 행사장은 북새통을 이뤘다. 올해로 5회째를 맞고 있는 달비골 행사가 열린 곳은 최근 대구시가 추진 중인 4차 순환도로 터널공사가 진행될 구간이기도 하다.

 

어린이날 큰잔치는 앞산 식물 찾기, 상수리나무껴안기, 우산에 앞산식물 그리기, 어린이 깨비시장, 우리 농산물 떡메치기, 로켓발사 시범, 페이스페인팅 등과 마임, 콘서트 등으로 꾸며졌다.

 

또 행사장에서는 아름다운가게 이동차량의 도서판매와 대구달서행복생협의 우리 먹을거리 알리기 홍보행사도 열렸다.

 

이색적인 먹을거리 홍보에 나섰던 한국생협연대 이창화 경북센터장은 "우리 아이들이 공부도 중요하지만 먹을거리도 안전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광우병 위협, 농산물까지 위협받는 현 시대에서 우리 아이들에게 안전한 먹을거리가 확보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달비골은 앞산터널 반대 행사를 지속적으로 펼쳐왔던 곳이다. 때문에 곳곳에 펼쳐진 시위문구나 구호들이 그리 낯설지 않은 듯 보였다. 등산을 하려다 자연스레 참가한 시민들을 비롯해 어린이날을 맞아 작정을 하고 참가한 시민들도 있었지만 느낌은 하나. 모두가 한결 같이 '앞산이 파괴되는 것'을 걱정하는 눈치였다.

 

가족과 함께 행사에 참여했던 김건목씨는 "가까운 곳에서 행사를 하기에 참여했는데 동네 사람들이 참여하기에 좋은 행사 같다"면서 "많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많이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그의 자녀인 김병재군(초등4년)은 "시간을 단축한다고 하여 앞산을 부수고 개발한다는 것은 잘못된 것 같다"고 말하면서 "어른들의 욕심으로 도롱뇽서식지가 파괴되지 않도록 해 달라"고 호소했다.

 

자녀 박민해 학생과 함께 행사에 참여한 이명희 주부도 "아이들을 위해서 다양한 체험활동과 우리에게 유익한 프로그램이 많이 소개되어 좋았다"고 말했다.

 

행사는 오후까지 계속됐고 달비골 인근에서 앞산에 분포된 식물탐사, 앞산 걸어보기, 부모와 함께 책읽기 등을 통해 자녀와 부모가 하나 되는 시간을 가졌다. 행사장은 부모의 손을 꼭 잡은 채 산보하는 아이들, 부모와 함께 독서삼매경에 빠진 아이, 식물보물찾기에 정신이 없는 아이들로 붐볐다.

 

이번 행사를 주관한 달비골고운마을어린이큰잔치 강신우 준비위원장은 "어른들의 잘못된 시각과 개발논리로 앞산이 파괴되고 지켜지지 못한다는 것이 서글프다"고 하소연하면서 "내년에도 후년에도 아이들과 함께 이런 행사를 계속할 수 있도록 상수리나무를 보호해 달라"고 말했다.

 

앞산 입구 곳곳에는 어린아이들과 어른들이 써놓은 '앞산지켜주세요' '도롱뇽을 살려주세요' '상수리나무도 숨쉬게 해주세요'라는 글귀들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어린이날 행사가 펼쳐진 달비골 앞(임휴사 근처)에서는 앞산을 지키려는 시민단체와 지역 시민들이 작년 11월 5일부터 현재까지 릴레이 천막농성을 펼치고 있다.


태그:#어린이날, #앞산지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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