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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판마다 파릇파릇 풀이 돋아나고, 야트막한 산등성이엔 분홍빛 진달래가 여기저기 무더기로 피었어요.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마을 뒤쪽으로 들어가니, 마치 이 마을만큼은 시간이 비켜간 듯 깊은 산골 풍경이 발걸음을 붙들어 맵니다. 지난 일요일(13일)에 자전거를 타고 둘러본 구미시 산동면 도중리 마을, 여러분도 함께 나들이 해보실래요?

 

어라! 눈 씻고 찾아봐도 대문이 없네?

 

온통 흙으로 쌓은 담장, 담벼락 위에 항아리를 엎어놓은 것과 바람에 날리지 않도록 담벼락 위에서부터 무거운 돌을 기다란 끈에 묶어 늘어뜨린 것도 퍽 정겨웠어요. 빨갛게 녹슨 양철을 덧대어 놓은 것도 무척 예스럽네요.

 

또 하나 놀라운 건, 가만히 살펴보니 집마다 대문이 없어요. 모두 바깥에서 안마당이 훤히 들여다보였어요. 이것 하나만 봐도 이 마을 사람들 맘씨가 느껴졌어요. 그 옛날 '조도래'가 이 마을 인심이 좋아서 눌러 살았다고 하더니, 대문 하나 내걸지 않아도 될 만큼 맘씨 넉넉한 사람들이 이웃과 정겹게 살아가는 마을이 틀림없었어요.

 

낯선 나그네의 발걸음 소리를 들었을까? 개 짖는 소리만 틈틈이 들릴 뿐 무척 조용한 마을인데, 어디선가 아이들이 재잘거리는 소리가 들렸어요. 저만치 논둑 곁에서 남매로 보이는 어린이들이 흙장난하고 놀아요. 봄을 맞아 모판을 내려고 물을 대놓은 논에서 작대기로 진흙을 퍼내면서 재미나게 놀고 있었어요.

 

도시에선 옷 버릴까 봐 놀이터에서 모래 장난도 못하게 하는데, 이 아이들은 그런 걱정 하나 없이 즐겁게 흙장난을 하며 노는 걸 보니, 보는 우리도 무척 흐뭇하더군요. 알고 보니, 나물 뜯으러 나온 엄마와 함께 나온 거였어요.

 

 

해맑게 웃는 아이들과 나물 뜯는 엄마

 

"아이들이 참 예쁘네요? 사진 좀 찍어도 될까요?"

 

아이 엄마는 수줍게 웃으면서 그러라고 하면서 자기 고향 마을을 찾아온 낯선 나그네한테 이것저것 마을 이야기도 들려주었어요.

 

"저 아래 가면 빨래터가 있었어요. 옛날엔 물이 참 맑았는데, 한 2~3년 전에 여 위에 오리농장이 들어서면서부터 물이 더러워졌어요."

"아 그래요? 그래도 이만하면 무척 깨끗한데요?"

"농장이 지금은 없어졌어요. 그때부터 조금씩 맑아졌지요."

 

우리도 이렇게 마을마다 다녀봐서 아는데, 조금 깊다 싶은 골짜기에는 어김없이 개 사육장, 오리농장, 양계장, 이런 집들이 많아요. 도시에서는 자리 잡기가 힘들기 때문에 이런 골짜기까지 들어와서 키우겠지만 마을 사람들한테는 어쩌면 큰 골칫거리일 수 있지요.

 

때때로 '산 좋고 물 좋은 우리 마을에 양계장이 웬 말이냐!'라고 쓴 펼침막을 볼 때도 많이 있답니다. 오리농장이 들어선 지 몇 해 안 되었는데도 이렇게 물이 더러워졌다는 것만 봐도 그렇지요.

 

친정에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러 왔다는 최효원(33·구미시 송정동)씨는 자기가 나고 자란 이 마을을 무척 아끼고 자랑스러워하는 듯 보여서 참 흐뭇했답니다.

 

봄볕 따사로운 산골, 도중리 마을을 둘러보며, 맘껏 뛰놀며 흙장난도 아무 걱정 없이 하는 수린이와 민균이처럼 해맑게 웃는 아이들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고, 언제나 깨끗하고 아름다운 마을로 남아 있기를 바라면서 다시 힘차게 자전거 발판을 밟았답니다.

 

덧붙이는 글 | 다음 기사에는 도중리, '조도래 상'과 '처녀상' 이야기와 함께 이 마을 이야기를 더 들려드릴게요.

뒷 이야기와 더욱 많은 사진은 한빛이 꾸리는'우리 말' 살려쓰는 이야기가 담긴 하늘 그리움(http://www.eyepoem.com)에서 볼 수 있습니다.


태그:#두메산골, #도중리, #조도래, #동신각, #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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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연재 자전거는 자전車다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남편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오랫동안 여행을 다니다가, 이젠 자동차로 다닙니다. 시골마을 구석구석 찾아다니며, 정겹고 살가운 고향풍경과 문화재 나들이를 좋아하는 사람이지요. 때때로 노래와 연주활동을 하면서 행복한 삶을 노래하기도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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