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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남에 맞는 후보는 안돼"-"말만 많으면 안돼"-"좌우파 낙하산은 안돼"
ⓒ 박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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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지킴이. 대한민국 1등 국회의원'(기호 6번 진보신당 노회찬)
'노원구 아이들의 꿈을 키우겠습니다'(기호 2번 한나라당 홍정욱)
'노원통, 정책통. 4호선을 지하로!'(기호 1번 통합민주당 김성환)

서울시 노원병 선거구. 여러 언론사들이 발표한 지난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진보신당의 상임공동대표인 노회찬 후보가 한나라당 홍정욱 후보에 한 발 앞서 있고, 뒤늦게 공천을 확정한 통합민주당 김성환 후보가 양강 구도를 깨뜨리기 위해 애를 쓰는 상황이다.

서민 지킴이 노회찬- 대한민국 1% 홍정욱- 청와대 정책통 김성환

노회찬 후보는 노동운동가 출신으로 지난 2004년 민주노동당을 통해 국회에 입성, 초선의원임에도 숱한 어록들을 만들어내며 당당히 진보진영의 대표인사로 자리를 잡았다.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한 게 아니라 만 명만 평등하다"라는 촌철살인과 '서민 지킴이!'라는 구호에서 알 수 있듯 노 후보는 서민 지향성이 뚜렷하다.

이명박 정부의 국정을 돕겠다고 나선 홍정욱 후보는 미국에서 하버드대와 스탠퍼드대 로스쿨을 졸업한 유학파다. 홍 후보는 <해럴드 미디어> 대표를 역임했고 세계경제포럼에서 '영 글로벌 리더'로 선정되는 등 국제적 지명도를 쌓았다. 영화배우 남궁원씨의 아들이자, 정몽준 한나라당 최고위원의 조카사위로 배경도 화려하다.

후보 등록을 코앞에 두고 공천을 받은 김성환 후보는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정책비서관을 지낸 정책통. 노원구와 서울시의원을 지내기도 한 김 후보는 노원구 일대를 지나는 '지하철 4호선 지하화!'라는 정책으로 눈길을 끌고 있지만 일찌감치 노회찬 대 홍정욱으로 굳어진 초반 선거 구도를 깨뜨릴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선거운동 현장에서 만난 세 명의 후보들은 각각 경쟁후보들에 대해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노회찬 후보는 홍정욱 후보를 가리켜 "강남 후보"라 정의했고, 홍정욱 후보는 노회찬 후보를 평하면서 "말만 하면서 살아온 사람"이라고 몰아붙였으며, 김성환 후보는 두 후보를 싸잡아 "좌·우파 낙하산"이라고 비판했다.

진보신당 연설원으로 등록한 트랜스젠더 연예인인 하리수씨가 27일 오전 서울 노원구 지하철 마들역 부근에서 열린 '진보신당 총선승리 선포식'에서 노회찬 후보 지지연설을 하고 있다.
 진보신당 연설원으로 등록한 트랜스젠더 연예인인 하리수씨가 27일 오전 서울 노원구 지하철 마들역 부근에서 열린 '진보신당 총선승리 선포식'에서 노회찬 후보 지지연설을 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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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 후보 : "(홍정욱 후보가) 하버드 대학 나왔으면 사실 공부를 더 해서 노벨상에 도전하거나 이랬으면 국민들이 박수를 쳤을 텐데…. 저는 노원에서 정말 뼈를 묻으려고 서민정치를 해보려고 제 발로 찾아서 걸어 들어온 사람입니다. 한나라당 후보는 다른 데 가려다가 여기 낙하산으로 불시착한 것 아닙니까. 강남 후보가 왜 여기 왔나 이런 얘기도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18대 총선에서 서울 노원병 지역구에 출마한 홍정욱 한나라당 후보가 26일 오후 노원구 상계동 임광아파트 인근을 찾아 지역 주민들에게 자신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18대 총선에서 서울 노원병 지역구에 출마한 홍정욱 한나라당 후보가 26일 오후 노원구 상계동 임광아파트 인근을 찾아 지역 주민들에게 자신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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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욱 후보] "귀족이라는데 저희 아버지, 어머니는 부와 권력을 세습받은 분들이 아닙니다. 언론사를 인수할 때도 많은 부채를 떠안고 인수했고, 열심히 일해서 다 갚았습니다. 그렇게 성취 과정을 거친 사람이 귀족이라면 다 귀족이겠지요. 누가 일을 하며 살아온 사람이고, 누가 말을 하며 살아온 사람입니까? 이념, 선동이 아닌 실천과 경영으로 실질적인 성취를 이룬 사람, 그런 사람이 의원 역할을 맡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18대 총선에서 서울 노원병 지역구에 출마한 김성환 통합민주당 후보가 26일 오후 노원구 상계동 보람아파트 상가를 찾아 지역 주민들에게 자신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며 악수를 하고 있다.
 18대 총선에서 서울 노원병 지역구에 출마한 김성환 통합민주당 후보가 26일 오후 노원구 상계동 보람아파트 상가를 찾아 지역 주민들에게 자신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며 악수를 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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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환 후보]
"제가 출발한 이상 (노회찬 대 홍정욱) 구도는 조만간 바뀔 거라고 보는데요. 유감스럽게도 한 분은 우파의 낙하산이시고요, 또 한 분은 좌파의 낙하산이십니다. 한 분은 실제로 귀족적인 후보시고요, 또 한분은 서민적이라고 합니다만 우리 사회의 좌파적인 분 아니십니까? 두 분은 지역사정을 다 모르시는 분이고요. 중산 서민층의 이익은 저희 통합민주당이 가장 잘 대변할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공식 선거운동 시작을 하루 앞둔 26일, 노원구를 가로지르는 지하철 7호선 수락산역(홍정욱), 마들역(노회찬), 노원역(김성환) 등 한 정거장씩을 사이에 두고 자리 잡은 이들의 선거사무실들을 차례로 방문했다.

"노원의 가치가 올라갑니다"
▲ 홍정욱 사무실 "노원의 가치가 올라갑니다"
ⓒ 최육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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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욱 후보 사무실] "귀족 이미지? 피눈물 나게 노력했다"

홍정욱 후보 사무실에서 만난 권영수 홍보실장은 "(노회찬 후보가 앞선다는) 이전 여론조사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며 "나이는 젊지만 언론사를 맡아 흑자로 돌려놓은 점이나 영어 마을과 영어 학원 등을 운영하는 등 오랫동안 경영을 해 온 홍 후보의 '경제와 교육'에 대한 철학이 알려진다면 반드시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 실장은 "홍 후보는 귀족의 이미지가 강하다"는 지적에 대해 "전적인 오해"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이렇게 답했다.

"아버지가 밤무대를 뛰면서까지 아들을 공부시킨 것이다. 홍 후보 또한 피눈물 나게 공부해서 장학금을 받으며 학교를 다녔다. 다만, 외모가 워낙에 반듯해 보이고 언론사 등을 경영했기 때문에 그런 오해를 받는 것 같다. 어디까지나 겉모습일 뿐, 선거운동이 본격화되면 주민들이 홍 후보의 진정성을 알아줄 것으로 믿는다."

"노원의 신나는 변화, 노회찬"
▲ 노회찬 사무실 "노원의 신나는 변화, 노회찬"
ⓒ 최육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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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 후보 사무실] "지난 의정활동 내내 서민 대변"

노회찬 후보의 정책홍보팀장을 맡고 있는 박창규씨는 "초반 판세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한 것은 맞지만 13일은 상당히 긴 시간이기에 일희일비 않고 최선을 다해 평가를 받겠다는 것이 노 후보의 일관된 생각"이라며 "지난 4년간 의정활동에 대한 주민들의 기대가 큰 만큼 그 기대를 확실한 믿음으로 만들어내겠다"고 말했다.

박 팀장은 "서민 대 귀족의 구도로 모는 것은 부적절한 선동"이라는 홍 후보 쪽의 반론을 전하자 "홍 후보는 국민 전체로 볼 때 소수의 상류층이 맞다"고 못을 박았다.

"아버지의 자식 사랑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지만 홍 후보가 입학금만 1천만원이 되는 미국의 사립고에서 유학한 것이나 30대 초반의 나이에 언론사를 경영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기득권 세력이 아니고 무엇인가. 그에 반해 노 후보는 지난 의정활동 내내 서민을 대변해 왔다. 그것이 주민들에 의해 '최고의 의정활동 평가'로 나타나고 있다."

"4호선을 지하로!"
▲ 김성환 사무실 "4호선을 지하로!"
ⓒ 최육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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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환 후보 사무실] "며칠 전 이사온 사람들이 어떻게 주민 책임지나?"

김성환 선거 사무실에서 만난 송재혁 사무장은 "며칠 전에 이사 온 분(노회찬)이나, '상계동에 처음 왔습니다'라고 인사하는 분(홍정욱)이 어떻게 주민들을 책임질 수 있느냐"며 "공천만 늦었지, 지난 17년간 노원구에서 삶을 가꿔 온 김 후보만이 오랫동안 준비한 공약을 누구보다 빨리 실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송 사무장은 "정책이 준비 안 된 홍 후보는 제외하더라도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같은 어처구니없는 공약을 내놓은 노 후보에게 끝장토론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노 후보의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공약은 가뜩이나 지하수 고갈문제가 심각한 중랑천을 죽이는 것이다. 진보운동을 한다는 대표가 연구용역 결과조차 없는 공약을 내세우는 것은 경악할 일이다. 인기투표하듯 선거를 몰아가면 안 된다. 경전철의 지하화, 도시하천의 생태화 등 여러 정책들을 놓고 제대로 토론해 보자."

"노회찬이 한나라당 맞지?"

이날 만난 각 후보 진영의 운동원들은 모두 상대 후보들에 대해 비판적인 칼날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과연 주민들의 생각은 어떨까.

마들역 주변에서 떡볶이와 순대, 잡화 등을 팔고 있는 세 분의 아주머니들이 눈에 띄어 "찍을 후보를 정했느냐"고 말을 걸었더니 제각각의 답변들이 나왔다.

"노회찬 말고 또 누가 나왔어? 난 노회찬 찍을 거야."
"대통령이 먹고살게 해 준댔으니까 한나라당을 찍어야 하지 않겠어?"
"견제를 하려면 야당을 찍어야지. 누굴 찍을 거냐고? 그건 몰라도 돼."

수락산역 주변, 나란히 앉아 밤 등을 손질하시는 할머니들이 공교롭게 또 세 분. 선거에 대한 생각을 여쭈니 관심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오히려 거꾸로 이런 저런 질문을 던졌다.

"노회찬 찍어야지. 기자 양반, 노회찬이 한나라당 맞지?"
"남궁원 아들인가 있다던데. 그 사람, 괜찮아?"
"누구누구 나왔는데? 뭘 알아야 투표를 하지."

노원구는 사진에서 보이듯 아파트촌과 서민들이 한데 어우러져 있는 선거구다.
▲ 노원구 수락산역 노원구는 사진에서 보이듯 아파트촌과 서민들이 한데 어우러져 있는 선거구다.
ⓒ 최육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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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만난 주민들에게 물은 결과, 인지도는 노회찬 후보가 앞서 있었다. 홍정욱 후보의 인지도는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비율에 비해 떨어졌다. 김성환 후보는 견제를 위해 야당을 찍겠다는 대답에서 간혹 등장하는 정도였다.

서울 노원병 선거구에는 3명의 후보 이외에 전지역구에 모두 후보를 내며 기염을 토한 평화통일가정당에서는 김인로 후보가 기호 7번을 달고 '가정이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선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태그:#격전지, #노회찬, #홍정욱, #김성환, #김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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