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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현동마님>의 독특한 정신세계의 소유자 금녀, 미녀 언니들
 <아현동마님>의 독특한 정신세계의 소유자 금녀, 미녀 언니들
ⓒ i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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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드라마에 새로운 캐릭터 강자가 탄생했다. 선남선녀 커플 혹은 새로운 악녀, 지혜로운 할아버지 혹은 할머니, 못된 시어머니의 탄생이 아니다. 그들은 이제 흔하디 흔한 캐릭터가 돼버려 식상하기만 하다.

이제 이들이 있다. 바로 ‘구제불능, 무능함, 뻔뻔스러움’으로 똘똘 뭉친 <아현동 마님>의 일명 ‘아현동 자매’와 <조강지처 클럽>의 ‘한원수’다. 이들의 공통점은 남의 인생에 폐를 끼치고도 뻔뻔스러움으로 되려 큰 소리치고, 자신의 인생이 다른 사람 때문에 꼬였다고 생각하는 인물들이다.

차라리 악녀 캐릭터라면 ‘욕’ 한 번 해주고 말거나 할 텐데, 이들은 어찌나 '찌질'한지 이루 말할 수 없는 정도이다. 물론 이들 때문에 시청률이 올라간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작가들은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리도 못난 캐릭터를 내밀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중에서도 ‘아현동 자매’와 ‘한원수’는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각기 드라마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데 이들의 캐릭터를 낱낱이 살펴보기로 하자.

모기향 때문에 우리 인생 꼬였어! <아현동 마님>의 두 자매

드라마 속 두 자매를 본 시청자들은 아마도 매일 밤 게시판에 들어가 '속 터진다'는 말을 할지도 모르겠다. 그 정도로 '절대강자'를 자랑하는 두 자매.

백금녀(박준면)
나이 40
직업 무직
특이사항 꽃집 차렸다 망해 가세를 기울이는 데 한몫함 
특기 언니인 백시향을 욱박지르기, 아빠에게 소리지르기


백미녀(박재롬)
나이 38
직업 탭댄스 강사
특이사항 직업이 있음에도 금녀와 매일 집에 있는 듯함
특히 금녀와 함께 언니 백시향 괴롭히기 2인자


뚱뚱한 자매인 금녀와 미녀. 언니 시향(왕희지)과는 다르게 못생기고 뚱뚱하다. 거기에 나이 먹어 시집을 못 간 것을 언니 탓으로 돌리고, 언니의 희생을 당연하다는 듯 받아들이는 독특한 정신세계를 가진 자매이다.

두 자매는 늘 아버지의 잔소리를 들으면서도 당당하게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드린데~”라고 응수하는, 누구도 필적할 만한 사람이 없을 정도의 파워를 가졌다. 거기에 늘 집에서 빈둥거리며 채널 리모컨을 돌리는 것이 일상이고, 먹는 것이 사는 낙인 두 자매이다.

그런데 이젠 뻔뻔함을 넘어서 당당하게 사랑하지도 않은 호텔 사장 성종(이동준)과 결혼을 막무가내로 성사시키는 훌륭한 일을 해내며 언니에게 “우리 덕 좀 보고 살면 안돼!”라고 말하는 그녀들이다.

이 모습을 본 시청자들은 당연히 혈압이 올라가고 아무 말 못하고 희생당하는 시향에게 볼멘소리를 할 수밖에 없을 듯싶다. 극중에서 백제라(김병기)가 집에만 들어오면 두 자매에게 잔소리를 하는 이유가 십분 공감가는 바이다.

그 정도로 두 자매는 늘 집에 있는 붙박이장처럼 자신의 어머니(김형자)와 셋이 모여 앉아 시향 결혼추진위원회를 발족시키거나 예비 형부가 사준 가방을 껴안고 잠을 자거나, 미식가다운 면모를 보이는 것이 전부이다.

그런데 과연 왜 이 두 자매는 이처럼 구제불능 캐릭터로 만들었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물론 그녀들이 갈등을 조장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위해서 탄생된 캐릭터라고 해도 전혀 납득이 가지 않는다.

드라마에서 시향과 길라(김민성)의 사랑을 방해하고, 성종과 결혼을 성사시키며 갈등을 증폭시켜 시청률을 올리는 데 견인차 역할을 했다고는 하나, 두 자매가 극중에서 뚱뚱해서 모든 인생이 꼬여간다는 설정은 당최 해도 너무한 것이 아닐까.

제아무리 주인공은 시향이고, 그녀의 나이 42살이라지만 30대 초반의 피부와 미모뿐만 아니라 능력까지 줬으면서 금녀와 미녀는 신체적 특징 하나로 우울한 인생을 만들어 버리고 그것도 모자른지 남에게 인생에 빌붙어 사는 존재로 만들어 버린 것은 너무한 처사가 아닐까 싶다.

케이블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는 비록 무게도 많이 나가고, 연애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했지만 누구보다 능력이 있고,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캐릭터를 창조해낸 것을 생각해 볼 때 두 자매는 지극히 극단적이며, 평면적이다.

충분히 드라마 상에서 두 자매가 신체적인 요소를 딛고 자신만의 인생을 살아갈 수 있는 능동적인 인물로 만들 수 있었음에도 그녀들은 시향이의 사랑과 결혼을 위해 나이값 제대로 못하는 뚱뚱한 노처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존재가 되어 진한 아쉬움이 남게 만든다.

징글맞은 원수 같은 놈, ‘한원수’


뻔뻔스러운 불륜을 사랑으로 승화시키는 우리의 원수, 한원수
 뻔뻔스러운 불륜을 사랑으로 승화시키는 우리의 원수, 한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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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현동 자매를 유일하게 대적할 만한 캐릭터인 한원수(안내상). 바람을 피고도 사랑이라며 이혼을 당당하게 요구하는 간이 배 밖으로 나온 남자.

한원수
직업 영업사원(자동차)
특징 현재 외도가 아닌 사랑을 진행 중
특기 마누라 무시하기, 구박하기
성격 뻔뻔스럽고 이기적이며, 못된 남편의 전형을 보여주는 성격


<조강지처 클럽>의 한원수는 이제껏 불륜 드라마에서 못된 남편의 최고봉이 될 듯한 캐릭터이다.

아내 화신(오현경)을 두고 유부녀와 정이 통한 한원수는 당당하게 바람을 피고, 아내를 당당하게 구박하는 뻔뻔스러움에 최절정을 달리고 있다.

사실상 초반부터 그의 파워는 강했다. 바람을 피자 걸리고, 이혼해달라고 요구하고, 그것에 응하지 않자 “너는 여자도 아니야!”라는 막말을 퍼부어 대고, 계속적으로 반응이 없자 화가 난 원수는 원수를 때리듯 화신을 패는 폭력남편으로 변신을 꾀했다.

그런데 이것도 앞으로 벌어진 일들에 비하면 그야말로 ‘새발의 피’가 아닐까. 바람 상대인 모지란(김희정)이 이별을 통보하자 갑작스럽게 로맨티스트가 되어 가슴을 쥐어짜며 아파하는 갖은 꼴불견이란 행동을 다 보여준다.

이런 모습을 본 시청자들은 당연하게도 어안이 벙벙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마치 현대판 ‘로미오와 줄리엣’이 된 것처럼 슬퍼하는 모습을 그 누가 이해할 수 있을까? 여기에 오두방정은 최절정에 달하고, 아내 화신을 무시하는 태도는 극에 달했다.

해도해도 너무한 캐릭터가 아닐까. 아무리 화신이 훗날 복수를 하는데 자극제가 되기 위한 캐릭터라고는 하지만 그가 보여준 모습은 인간의 탈을 쓴 짐승의 모습이다. 적어도 요즘 불륜 드라마의 트렌드 속 불륜 남편보다 질적으로 한참 뒤떨어진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적어도 <내 남자의 여자>의 준표(김상중)는 화영(김희애)을 진정으로 사랑했고, 자신의 불륜에 죄책감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한원수는 그러한 죄책감을 어디갔다 팔아 먹었는지 전혀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사실상 한원수라는 인물도 지극히 극단적이며 평면적이고, 주인공을 빛내주기 위한 조연 캐릭터에 머물러 시청자들을 짜증스럽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포스 덕분에 아현동 자매에 필적할 만한 인물로 유일하다.

이처럼 두 드라마 속 그들을 보면 영애씨가 한 마디 일침을 가할 것이다.

“이 진상들아! 개념이나 쳐 드세요~.”

적어도 시청자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했다면 이러한 캐릭터는 탄생되지 말았어야 한다. 하지만 불행히도 이들 덕택에 시청률이 올랐으니 앞으로 이러한 류의 캐릭터를 종종 만나 볼 수 있을 것만 같아 벌써부터 겁이 난다.


태그:#아현동 마님, #조강지처 클럽, #드라마, #캐릭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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