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영화의 현장 이야기를 담은 <색화동>

성인 영화의 현장 이야기를 담은 <색화동> ⓒ 청년필름, 클릭 영화사

주류 영화의 개봉은 곧 흥행 여부에 모든 관심사가 쏠린다. 그리고 어차피 그런 주류의 영화들은 태생 자체부터가 남다르다.

누구누구 감독의 어떤 스타가 출연하며, 영화를 개봉하기 전까지 홍보전략, 스크린 수 등 여러 가지로 주류 영화들의 행보는 초미에 관심사가 된다. 그리고 개봉 직후에는 흥행 여부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주말 관객 흥행 몇 위가 중요시된다.

하지만 이른바 비주류 영화들. 독립, 인디 영화들은 조용히 만들어졌다, 조용히 찾아와 조용히 사라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오죽했으면 저예산영화 중에 가장 흥행을 한 작품이 관객 수 10만 명 돌파(<원스>가 저예산영화임에도 10만 명을 돌파했다)에 모두 놀라워하겠는가. 이렇듯 주류와 비주류는 태생부터 다르다.

이처럼 태생부터 다른 주류와 비주류는 숫자 하나에 따라 운명이 갈린다고 할 수 있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었는지에 대한 여부, 스크린 수, 그리고 마지막에 이르러 관객 수까지.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비주류 영화를 하는 이들에게는 설움과 애환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터. 여기에 나름의 굳은 심지가 없다면 팍팍한 현실을 버티는 이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색안경 낀 사람들로부터 당하는 농락

팍팍한 현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은 사람들. 그 속에서 열심히 자신들만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이들의 영화 <색화동>. 이 영화는 이른바 '빨간 비디오'인 성인영화를 제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이다.

즉 원색적인 제목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색화동>을 보고 말초신경을 자극받는 일은 없을 것이다. 만일 이 영화를 보고 말초신경이 자극된다면 병원에 가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만큼 영화는 성인영화를 제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사실적으로 담겨 있다.

그래서 영화는 우리가 음지에서 몰래 보는 ‘성인영화’가 아닌 ‘성인 영화를 제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보면 된다. 그래서 조금 더 시야를 넓게 바라본다면 성인 영화관계자뿐만 아니라 비주류에서 영화를 제작하는 사람들, 더 확대해서 생각하면 남루한 현실에서 이상을 쫓다 지쳐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사실상 그나마 독립영화, 인디, 저예산 영화를 한다고 하면 “그 고생스러운 일은 왜 하느냐”고 볼멘소리를 하기도 해서 사람 힘 빠지게도 하지만 성인영화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런 말보다 더한 편견에 부딪히기 일쑤다.

실제로 우리는 그런 류의 영화를 몰래 즐겨보면서도 표면적으로는 ‘성’에 대해 직접적인 표현을 꺼린다. 그 덕분에 당연히 성인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은 색안경을 낀 이들로부터 무시, 조롱을 당한다.

영화상에서 이러한 농락을 적극적으로 보여주고자 영화는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에게 에로영화에 대한 선입견을 듣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에로영화요? 창녀들 데리고 찍는 거 아니에요?”
“그런 거 하면 안 돼. 소주 뿌려버린다!”

 사람들의 이중적인 행태로부터 농락당하는 성인업계 종사자들의 애환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색화동>

사람들의 이중적인 행태로부터 농락당하는 성인업계 종사자들의 애환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색화동> ⓒ 청년필름, 클릭 영화사


참으로 이유 없는 질타이며 농락이 아닐 수 없다. 물론 그런 일에 종사하지 않은 사람들은 어떠한 편견과 무시를 당하는지 사실적으로 알지는 못한다. 하지만 영화는 첫 장면에 인터뷰를 과감하게 사용하면서 지금부터 사람들이 어떻게 성인영화 업계를 생각하는지 보여주겠다는 의미심장한 모습을 보여준다.

어쩌면 사람들의 이중적인 모순을 짚어내려고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영화에서도 영화인이 되고 싶은 진규. 하지만 충무로는 그를 인정해주지 않고 여자친구도 그의 비전을 운운하며 떠나간다.

점점 친구들의 희망에서 절망으로 나락하는 진규. 그래서 친구들의 “너 잘 되면 나 좀 끌어주라”라는 말이 진규에게는 무의미하다. 그러던 중 에로영화사 '온니포맨'(only For Man)의 감독 모집 공고를 돈을 우선 벌고 경험을 쌓자는 생각에 지원을 한다.

하지만 정작 그곳에서는 원칙이나 스토리는 중요치 않다. 배우들의 얼굴 표정보다 피부에만 신경 쓰는 그 현장에서 진규는 실망감만 더해갈 뿐 주위 사람들에게 벌레취급을 받거나, 촬영 현장에서 사람들은 영화 관계자들을 대놓고 농락하기만 한다.

이러한 성인영화 현장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보여주면서 주인공 진규를 통해 사람들의 편견 어린 시선을 보여주고, 주인공 진규조차도 성인영화의 현장에 실망하는 모습을 담아 사람들의 이중적 행태를 낱낱이 고발한다.

희로애락, 그리고 그들의 실종된 프로의식

이처럼 비교적 사실적으로 담아낼 수 있었던 것은 실제로 성인영화를 만들었던 공자관(이태원 버스 등 영화사 클릭 감독 출신)이 만들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또한 실제로 그의 자전적 이야기라고 하니, 사실적인 묘사는 관객들의 눈높이 이상이다.

모두 성인영화에 몸을 담고 있는 이들은 현실과 이상 사이를 오가면서 스스로 본인들도 처음 성인영화계에 입문할 때는 나름의 꿈이 있었으리라. 하지만 그들이 생각하는 꿈과 맞지 않을 때 당연히 절망을 느낄 것이다.

 사실적인 묘사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프로의식이 등장하지 않아 여러 모로 아쉬움을 남긴다.

사실적인 묘사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프로의식이 등장하지 않아 여러 모로 아쉬움을 남긴다. ⓒ 청년필름, 클릭 영화사


그러한 사실적인 묘사와 함께 성인영화 현장의 사람들의 대사로부터 관객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한다. 가령 황 감독이 영화 <쥬라기 공원>이 자기가 썼던 것인데 스필버그가 베꼈다는 식의 농담, 혹은 베드신만 한 번에 30여 차례를 찍었다는 신기록 아닌 신기록에 관한 무용담을 늘어놓는 모습이 한편으로 짠하다.

그러한 모습에서 그들의 현실과의 힘겨운 싸움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왠지 본인 스스로들 자신의 직업에 부끄러워하고 있는 듯싶어서이다. 성인영화를 만드는 이들도 모두가 무용담을 늘어놓으며 남루한 현실을 달래기보다 철저하게 자신만의 프로의식을 지닌 이들도 있을 것이다.

물론 나름의 애환을 보여주며 관객들로부터 공감대 형성을 얻지만 그러한 프로의식의 모습이 영화상에서 보여주지 않아 영화는 그들의 희로애락만 이야기할 뿐 그 이상의 무언가를 전하지 못하는 듯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사람들의 이중적 행태를 고발하지만 그들 스스로 좌절하고 본인들의 직업을 부끄러워하는 모습에 남몰래 성인영화를 즐겨보면서 겉으로 무시하는 그들을 조롱하지 못한다. 즉 그들에게 부끄러움을 느끼게 할 만한 힘을 지니지 못한 것이다.

사실적인 묘사와 생생한 현장의 뒷이야기를 그려냈음에도 불구하고 성인 영화 종사자들의 자기 위안만이 가득해 첫 장면에서 보여주었던 의미심장함이 실종되어 그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지 못했다.

이 점은 분명 영화가 사람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하게 만들지만 그 이상의 자신들이 바라는 바를 달성하지 못한 것이기에 더욱더 진한 아쉬움으로 남는다.

영화 색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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