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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기사 삭제 문제로 1년이 넘도록 싸움을 계속하고 있는 시사저널 노조원들.
ⓒ 오마이뉴스 권우성
'광고로 언론을 길들이려는 삼성그룹은 각성하라.'

'<중앙일보> 출신 사장은 삼성 기사 삭제, 삼성 비서실 출신 인사는 짝퉁 <시사저널> 편집위원, 매각·인수 주도자도 삼성 출신.'


6월 18일 오전 10시 서울 충정로 청양빌딩. <시사저널> 편집국 앞에 선 기자들이 든 피켓에 적힌 문구들이다.

지난해 6월 '삼성 관련기사 삭제' 문제로 야기된 이른바 '<시사저널> 사태'가 1년을 맞았다. 기자들은 이날 '기사 삭제 책임자 처벌 및 매각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그간 금창태 사장이 보여온 태도를 비판하고, "삼성의 보이지 않는 힘이 <시사저널> 사태가 1년이 넘도록 표류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회견의 첫머리, 인사말에 나선 <시사저널> 노동조합 정희상 위원장은 "경영진은 비상식적인 기사 삭제 사건이 발생한지 1년이 넘도록 사과와 재발방지책 수립을 미루며, 기자들을 취재현장에서 내쫓고 '짝퉁 <시사저널>'을 발행하고 있다"고 질책했다. 또 "뒷구멍으로는 <시사저널>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고 몰아붙였다.

이날 회견장에선 '<시사저널> 노동조합'과 '<시사저널> 기자 일동'의 명의로 작성된 2종류의 성명서가 배포됐다.

성명서를 통해 <시사저널> 노조와 기자들은 자신들의 싸움이 "광고를 미끼로 언론을 자기 입맛대로 길들이려는 자본권력의 횡포에 맞선 편집권 수호투쟁이었다"고 강조했다.

또한 "기사 삭제에 항의하는 기자들을 중징계하는 것도 모자라, 자신을 비판한 언론사와 언론 유관단체까지 줄줄이 고소한 금창태 사장의 행위는 기자와 독자의 양심, 나아가 상식 있는 일반시민의 양심을 짓밟은 폭거"라고 비난했다.

▲ 삼성기사 삭제 문제로 1년이 넘도록 싸움을 계속하고 있는 <시사저널> 노조원들은 18일 오전 <시사저널>과 삼성본관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사저널> 매각협상을 진행중인 경영진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 삼성기사 삭제 문제로 1년이 넘도록 싸움을 계속하고 있는 시사저널 노조원들은 18일 오전 시사저널과 삼성본관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사저널 매각협상을 진행중인 경영진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뒷구멍 기사 삭제 장본인이 뒷구멍 매각 시도"

이와 함께 최근 불거지고 있는 <시사저널> 매각설과 관련, "금창태 사장이 중앙일보 출신 이OO씨로부터 제안을 받고 (매각협상을) 주도하고 있다"고 했다.

노조측은 회사측 교섭 파트너였던 박경환 전무의 발언을 근거로 이 같이 주장하며 "뒷구멍으로 기사를 삭제해 사태를 이 지경까지 끌고 온 장본인이 이번에는 뒷구멍 매각 시도를 주도하고 있다"는 말로 깊은 실망감을 드러냈다.

이 대목에서 노조는 "<시사저널> 매각 협상의 파트너가 삼성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언론사 출신 인사"라는 점에 주목했다.

"18년 동안 성역 없이 보도해온 <시사저널>은 삼성의 금력 앞에 쓰러졌다"는 문장으로 시작되는 성명서 '돈으로는 펜도 정의도 굴복시킬 수 없다'는 <시사저널> 기자들이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인식·판단하고 있는지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이들은 "삼성 출신 인사들로 채워진 편집국에서 발행하는 짝퉁 시사저널은 자본 찬양의 나팔수가 되었고, 삼성은 이들의 최대 광고주가 되어 탄탄한 젖줄 노릇을 해주었다"고 질타하며, "기자들 몰래 <시사저널>을 매각하는 일에까지 삼성 출신 인사가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성명서에는 향후 <시사저널> 기자들의 투쟁방향도 명시돼 있었다. "삼성은 막강한 금력으로 <시사저널>을 짓밟는 데 성공했지만, <시사저널> 기자들은 권력에 대한 견제와 감시·비판이 언론 본연의 사명임을 알기에, 비판의 칼날을 접지 않을 것"이라는 것.

언론노조·기자협회 "참언론 실천운동에 동참할 것"

회견장에는 언론노조 이준안 위원장, 정일용 기자협회장 등이 참석해 "언론의 정도를 걷기 위해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시사저널> 기자들을 지지하고, 우리 역시 참언론 실천운동에 동참할 것"이라는 격려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시사저널>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시사모)' 조형근 부회장도 "언론자유를 가로막는 사태 책임자는 퇴진하고, 편집권 독립을 보장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라"며 시사저널 노조에 힘을 실어줬다.

사태 발생 1년이 넘도록 이를 방치한 경영진에 대한 항의 표시로 회사로부터 받은 상패와 사령증, 기자증 등을 되돌려준 <시사저널> 기자들은 서울 중구 태평로 삼성본관 앞에서도 '삼성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노조 정희상 위원장과 김은남 사무국장은 이날 오후부터 이번 사태에 관한 조속한 결단을 촉구하며 <시사저널> 소유주인 심상기 서울미디어그룹 회장 집 앞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갈 예정이다.

▲ <시사저널> 매각협상을 진행중인 경영진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시사저널> 노조원이 '직장폐쇄 공고문'이 붙은 편집국 출입문에 '굿바이 시사저널', '시사저널은 시사저널 다워야 시사저널이다' 등의 메모지를 붙여 놓았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 직장폐쇄된 편집국 출입문에 붙인 시사저널 노조원들의 메모지들.
ⓒ 오마이뉴스 권우성

태그:#시사저널, #삼성, #금창태, #시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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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꽃> <한국문학을 인터뷰하다> <내겐 너무 이쁜 그녀> <처음 흔들렸다> <안철수냐 문재인이냐>(공저) <서라벌 꽃비 내리던 날> <신라 여자> <아름다운 서약 풍류도와 화랑> <천년왕국 신라 서라벌의 보물들>등의 저자. 경북매일 특집기획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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